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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2050 탄소중립, 소통과 불확실성 해소가 우선이다.

세계 각국이 추진 중인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핵심 키워드는 ‘2050 탄소중립’이다. ‘2050 탄소중립’이란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Net-zero)’로 만든다는 개념으로, 우리나라는 지난 2020년 10월에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기업들도 기후위기가 인류의 생존이 달린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정부 정책에 적극 부응하면서 친환경 기술 개발과 함께 ESG경영 체제를 도입하여 미래 세대를 위한 경영에 힘쓰고 있다.

한편 국회에서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상향해 ‘35% 이상’이라는 구체적인 목표수치를 법에 명문화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통과시켰고, 올해 정식 출범한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는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시나리오 초안을 공개했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가장 중요한 당사자는 기업이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이 두 가지 핵심 사항에서 기업의 의견은 대부분 반영되지 않았다. 탄소중립기본법은 산업계와의 어떠한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통과됐고 정부가 제시한 30% 목표치도 법안 심사 과정에서 35% 이상으로 상향됐다. 중요한 입법 과정과 정책결정 과정에서 산업계와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점은 매우 아쉽다.

더 큰 문제는 정책의 불확실성이다. 정부와 국회는 산업계의 준비기간이나 외국과 달리 높은 제조업 비중 등 산업계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상향시키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정부가 발표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2017년 대비 24.4%였으나 불과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목표치가 ‘35% 이상’으로 결정됐다. 이마저도 얼마나 더 상향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탄소중립 시나리오도 마찬가지다.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주요 수단으로 수소환원제철 기술 100% 도입, 바이오·수소 원료 활용, 탄소포집·활용·저장기술(CCUS)을 언급하고 있으나 이러한 감축 수단이 2050년까지 상용화될 수 있을지는 누구도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한 탄소중립 이행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과 구체적인 지원방안이 전무해 기업들은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해야 할지 막막하다.

탄소중립은 국제사회의 요구에 부응하고 더 나아가 기업의 생존전략 차원에서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미 1990년대부터 탄소중립을 준비해온 유럽과 이제 시작 단계인 우리나라를 동일선상에 놓아선 안 된다. 산업구조 역시 제조업 비중이 28.4%인 우리나라는 유럽(16.4%), 미국(11.0%)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제한적인 요건 하에 있다. 그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주도한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국가 기간산업의 탄소중립 전환비용만 해도 400조원에 이른다고 산업연구원이 언급한 바도 있다. 특히 산업구조 전환에 따른 설비 교체, 친환경 신기술 도입 등 전환비용뿐만 아니라 에너지 체계 개편으로 인한 각종 원자재 가격 상승, 산업용 전기료 인상의 문제가 산업계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대한 지원방안이 명확하게 마련되지 않을 경우 우리 산업의 경쟁력 약화는 물론 기업의 생존마저도 위태로울 수 있다.

결국 탄소중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국가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책수립 과정에서 직접적인 당사자인 기업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 또한 국가 차원의 저탄소 혁신기술 연구·개발계획, 설비투자 지원 및 세제 혜택 등 구체적인 기업 지원방안을 제시해 불확실성을 해소해주는 것이 우선이다.

정부는 향후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객관적인 산출 근거, 전환비용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기업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해 합리적인 정책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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