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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달만 시키니 플라스틱 산더미가…” 그릇 공유, 해결법 될까?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2주간 배달음식만 먹고나서 나온 플라스틱 쓰레기라며 한 누리꾼이 공유한 사진이 화제가 됐다. 수십개의 플라스틱 용기가 원룸 바닥의 절반을 차지하는 사진이다. 비대면생활과 배달문화 확산으로 플라스틱 폐기물이 크게 증가하는 가운데, 이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플라스틱 볼 때마다 스트레스..1000원 더 내더라도 다회용기로 배달받고 싶어요.” VS “코로나 시대에 그릇을 공유? 말도 안 돼..플라스틱 함량을 줄이면 되잖아.”

비대면 소비와 배달 문화가 일상이 되면서 플라스틱 폐기물이 크게 증가한 가운데, “내 죄책감을 줄여달라”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스테인리스 등 다회용 용기에 음식을 배달하자는 제안이 대표적이다. 가정에서 열심히 플라스틱을 분리배출해도 절반 이상은 소각·매립되기 때문에, 문화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환경보호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하지만 비용이나 위생 문제 등을 고려하면 넘어야 할 현실적 장애물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배달 생태계에 다회용기 순환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시도가 일부 지방자치단체 및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경기도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은 지난 7월부터 화성시 동탄에서 다회용기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참여 가맹점의 음식을 앱으로 주문할 때 ‘다회용기’를 선택하면, 음식점은 음식을 다회용기에 담아 배달라이더에게 건네준다. 국내 배달앱 산업에선 처음 이뤄진 시도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국가발전 프로젝트 공모전의 맛보기 오디션인 ‘아이디어 리그’ 방송에도 다회용기 배달 시스템에 대한 아이디어가 주목을 받았다. 공모에 참여한 이진만(37)씨는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중심으로 배달에 스테인리스 용기를 활용해보자고 제안했고,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는 “너무나 중요하고, 또 풀어내야 할 문제”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대한상공회의소 국가발전 프로젝트 공모전의 맛보기 오디션으로 진행된 SBS ‘아이디어 리그’ 방송 캡처 화면. 이진만(37)씨는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중심으로 배달 생태계에 다회용기 순환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SBS엔터테인먼트 유튜브 채널 캡처]

이 씨가 설명한 구조는 어렵지 않다. 우선 소비자가 다회용기 배달을 선택할 경우 식당은 음식을 다회용기에 담아 배달한다. 소비자는 다음번에 배달을 시킬 때 배달라이더로부터 다회용기를 반납해달라는 요청에 따라 빈 용기를 문밖에 내놓으면 된다. 현재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가 다회용 배달 박스를 수거해가는 방식과 같다. 다회용기를 수거한 라이더는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주요 상권마다 자리한 수거함에 용기를 반납하고, 용기 공급 업체는 이렇게 모인 다회용기를 하루에 수 차례 일괄 수거해 세척·소독한다. 이를 다시 프랜차이즈 본사에 판매하고, 가맹점에 공급하는 구조다.

하지만 실제 다회용기 순환 시스템을 운영하는 데에는 많은 현실적 제약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다회용기를 구입하는 프랜차이즈나 가맹점은 기존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를 구매할 때 대비 3배에 달하는 비용을 치러야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용기 공급 업체역시 용기 회수와 세척을 위한 시설 운영에 돈이 든다. 실제 다회용기 실험에 나선 경기도는 배달 1건당 2500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배달 생태계에 시스템을 적용하기 위해선, 용기를 회수하는 플랫폼 라이더들에 대한 보상까지 더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각에서는 다회용기 순환을 위한 비용 부담의 일부를 소비자와 나누자는 제안도 나온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만으로는 지속가능성이 낮으니, 프랜차이즈 및 가맹점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에 더해 다회용기 사용자에게도 요금을 걷자는 것이다. 실제 아이디어 리그 참가자 이 씨는 다회용기의 분실과 훼손율을 고려해, 소비자들로부터 건당 1000원의 환경부담금을 걷자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환경보호에 기여했는데도 배달 비용은 늘어나는 구조를 얼마나 많은 소비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비용 측면과 별개로, 익명의 다수와 그릇 사용을 공유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넘어야 한다. 특히 팬데믹 이후 소비자들의 위생 관념이 철저해진 상황이다. 배달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회용기가 플라스틱 배출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인 것은 맞지만, 비용 측면이나 소비자들의 심리적 거부감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현실적인 해결책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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