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정홍원 당 선거관리위원장을 두둔했다. 국민의힘에선 대선 경선이 시작되자마자 ‘룰’에 대한 신경전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윤석열·최재형 대 홍준표·유승민 측이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여론조사에 범여권 지지층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역선택 방지 조항’을 놓고 충돌하고 있다. 룰 갈등은 정 위원장이 주축인 선관위의 공정성 논란까지 번졌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가 ‘정홍원 흔들기’에 대한 방어막을 자처한 것이다. 정 위원장이 당 일각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편에 선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와중이다.

이 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에서 “제가 아는 정 위원장은 공정성에 문제가 될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또, 아직 정 위원장의 행동에 공정성이 위배되는 점도 없다"고 했다.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측은 정 위원장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 편에 선 것 아니냐는 의혹을 품고 있다. 특히 정 위원장이 역선택 방지 조항이 없는 지금의 룰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이들 사이에선 “윤 전 총장을 위한 룰 아니냐”는 반발도 나왔다.

이 대표는 이에 “룰을 갖고 싸우는 것은 어느 선거에나 발생하는 일”이라며 “특별한 상황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다만, 이번에는 당 경선준비위원회가 미리 결정한 점이 있고, (이를 손 본다는 이야기가 있어)평소보다 논란이 가중된 것으로 본다”고 했다.

애초 서병수 경준위원장은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대표는 “경준위의 원안이 최고위을 ‘통’으로 추인한 게 맞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선관위에 이를 수정할 권한이 있는 것도 맞는다”며 “정 위원장도 ‘수정 권한이 본인에게 있다’ 정도로 말했으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정 위원장이 밖에서 편하게 인터뷰를 할 때는 ‘윤석열·김동연·최재형 중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할 수 있었지만, 선관위에서 중책을 맡는 순간 전혀 편중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확신이 있어 제가 선임했다”며 “저도 당 대표가 되기 전 유튜브 등에서 말한 것을 갖고 (일각에서)공격을 했지만, 당 대표가 된 후부터는 편향성을 보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과 홍 의원 등이 이른바 ‘두테르테’ 논쟁을 벌이는 데 대해선 “두 사람 다 법률가 출신인 만큼 보다 수준 높은 논쟁을 하면 좋겠지만, (지금도)룰로 싸우는 것보다는 훨씬 건전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각 후보들도 입장이 있을 것”이라며 “저는 전당대회에서 대선주자들 간 2대2 토론배틀을 제안한 적이 있다. (의제)하나는 정립한 것으로, 나머지 2명도 입장이 엇갈리면 정당사 최초의 2대2 배틀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가운데)와 김기현 원내대표(왼쪽)가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입당한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전 의원. [연합]

여야 간의 ‘언론중재법’ 대치가 잠시 소강 상태에 접어든 가운데, 이 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여론이 야권 쪽으로 마음의 추를 기울일 것을 확신했다. 언론중재법은 여야 합의를 거쳐 이달 27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여론조사의 추이를 볼 때 그쯤 되면 민주당이 상당한 역풍을 맞을 것이고, 청와대도 부담을 느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독소조항으로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을 꼽은 후 “어지간하면 너희(언론)가 고의인 것으로 해석하겠다는 자체가 굉장히 무리 있는 법리”라고 했다. 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해서도 “이렇게 해서 막을 수 있다면 앞으로 금연을 위한 벌금도 다 올려야 한다”며 “사회 기조가 엄벌주의가 된다. 이러한 편의주의에 따른 입법을 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김승원 민주당 의원이 언론중재법 개정안 상정 건을 놓고 박병석 국회의장을 거론하며 욕설이 연상되는 ‘GSGG’라는 표현을 한 데 대해선 “이 분의 해명이 (GSGG는)‘굿 제너럴’의 뜻이라는데, 말이 아니고 ‘아무말 대잔치’”라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