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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품 사러 매장에 긴 줄, 왜요?”...플랫폼에 승부 건 ‘테크CEO’ [헤경이 만난 인물-박경훈 트렌비 대표]
보수적인 명품시장에 신선한 바람
최종 목표는 ‘온라인 백화점’ 구축
유통혁신으로 줄수 있는 가치 고민
정보부족·폐쇄성 오히려 기회 작용
핵심경쟁력은 최저가 찾는 ‘트렌봇’
정예의 검수팀 ‘가품불안 제로’ 도전
기술력·低물류비·해외 파트너십 무장
日 진출 이어 글로벌시장 ‘무대 확장’
박경훈 대표가 걸어온 길 ▷1983년 출생 ▷2002 대광고등학교 졸업 ▷2003~2009 Zoomtech, Cenozoic, Netmarble 소프트웨어 개발 ▷2002~2015 한국 최대 닷넷 개발자 커뮤니티 훈스닷넷 CEO ▷2010~2012 캠든소프트 CEO ▷2012~2013 Sportzrush CTO ▷2014~2019 영국 옥스포드대학원 소프트웨어 공학 석사 ▷2014~2015 삼성 S1 개발팀 리드 ▷2015~2016 Alpharooms 개발팀 리드 ▷2017~ 트렌비 대표

“현재는 백화점으로 따지면 1·2층 정도 세운 것 같아요. 해외 패션, 뷰티 이렇게요. 이제 리빙, 디지털까지 하면 3층, 4층으로 올라가겠죠. 그러다보면 트렌비가 백화점을 대체하지 않을까요”

현재 패션업계의 관심은 명품 온라인 시장에 쏠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하늘길이 막히면서 온라인으로 명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명품 플랫폼이 있다. 명품 플랫폼은 해외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며 막힌 하늘길을 온라인으로 연결했고, 젊은 층은 새로운 소비방식에 열열한 반응을 하고 있다. 최근 서울 서초구 트렌비 본사에서 박경훈 대표를 만나 명품 소비 패턴과 명품 플랫폼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박 대표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원에서 공학 석사 과정을 밟던 중 트렌비와 관련한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 그는 “명품에 특별한 관심이 있어서 사업을 시작한 건 아니다”며 “그보다는 명품 시장을 보고, 유통 혁신으로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면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사업을 하면서 명품을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게 됐다.

최근 온라인 구매가 늘고 있지만, 명품 시장은 여전히 폐쇄적이다. 매장 내 상품 가격, 수량에 대한 정보도 쉽게 밝히지 않는다. 매장 문 여는 시간에 맞춰 백화점 바깥까지 사람들이 줄 서 있는 ‘오픈런’ 현상이 생기는 까닭이다. 박 대표는 “해외 명품 부티크를 가보면 아직도 수기로 장부를 작성하는 등 여전히 낙후된 면이 있다”고 말했다.

보수적인 명품 시장 진출에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박 대표는 “폐쇄적이기에 오히려 기술이 더 필요로 한 시장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전환이 가장 늦은 시장이기 때문에 기술을 동원하면 해 볼만 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감사하게도 최근 명품 플랫폼 시장이 커지고 있어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 대표가 말처럼 전체 명품 거래 중 온라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5년 8.6%에 불과했던 온라인 명품 거래 비중은 지난해 10.6%로, 처음으로 비중이 10%대를 기록했다.

트렌비의 핵심 경쟁력은 바로 최저가를 찾는 ‘트렌봇’이다. 트렌봇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해외까지 하루 평균 약 4500만페이지, 300여개의 웹사이트를 처리, 분석해 명품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사이트를 찾는다. 명품을 판매하는 각종 사이트를 스캔해 자동으로 상품을 분류하고, 해당 사이트의 세일 여부 등을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최저가 사이트를 찾는 것이다. 박 대표는 “구글의 검색 엔진이랑 비슷하다”며 “다만 한국 사용자들이 편리하게 볼 수 있도록 다듬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은 명품을 싸게 사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최저가 제품에 대한 불안도 공존한다. 저가 제품을 찾다 가품을 구매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이에 대해 “현재까지 트렌비에서 가품 이슈가 생긴 적은 없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명품을 감정하는 30여명의 직원이 상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트렌비에는 ‘스페셜 정품 감정팀’ 직원이 10명 정도 있다”며 “이들이 해외 대사의 검수 담당자들을 교육하게 되는데, 현재 해외 지사에서 활동하는 검수 담당자가 총 20명 된다”고 말했다.

정품을 검수를 하는 과정은 일반 부티크에서 하는 것과 유사하다. 박 대표는 “사람이 현미경으로 제품에 있는 각인이나 외관을 보고 판단하는 식으로 정품 검수가 이뤄진다”며 “이 과정이 어느 정도 자동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해 내년까지 로봇이 1차 검수를 할 수 있게 기술을 마련하려 한다”고 말했다. 보통 대부분의 명품 검수가 어려운 과정이긴 하지만, 특히나 까다로운 상품은 바로 시계다. 그는 “시계가 뜯어봐야 할 수 있다”며 “겉부분은 유사하게 만들 수 있어도 시계 내부까지 따라하는 건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명품 온라인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배달앱 등장으로 새로운 소비 경험(배달)에 편리함을 느낀 사람들이 늘었고, 결과적으로 배달앱 시장이 커졌다”며 “명품 플랫폼도 마찬가지로 플랫폼에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편리함이나 만족감이 명품 시장을 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경쟁사들에 대해선 시장의 파이를 뺏어야 하는 적대적인 대상이 아니라 동반 성장을 할 수 있는 협력 상대로 봤다. 그는 “최근 명품 플랫폼 운영에 대기업도 관심이 많은데, 그만큼 이 시장이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 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명품 플랫폼의 사업 형태는 쉽게 따라할 수 없다”며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박 대표는 “트렌비의 경쟁력은 가장 먼저 기술적인 접근, 두 번째는 물류비를 낮추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 세 번째는 해외 부티크, 백화점과의 파트너십 등 세 가지”라며 “이 세 가지를 지렛대 삼아 사업을 했기 때문에 그걸 당장 따라하긴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국내 명품 시장에서 기본 실력을 닦은 박 대표의 다음 목표는 해외 시장으로 발을 넓히는 것이다. 트렌비는 지난 7월 일본 웹사이트 서비스를 정식으로 오픈하며 첫 해외시장 진출에 나섰다. 일본에서도 국내 서비스와 동일하게 제품 소싱부터 검수, 배송까지 직접 책임진다. 이와 함께 공식 구매처 구입 영수증과 제품 검수 사진을 제공해 가품에 대한 우려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박 대표는 “명품 본사가 대부분 유럽이기 때문에 아시아 매장은 여전히 부족한 점이 있어 매장에 상품 입고가 잘 안 되는 불상사가 있다”며 “일본 소비자들이 느끼는 불편함이 한국 소비자의 그것과 특별히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렌비 본사에는 8개의 회의실이 있는데, 회의실 이름을 모두 해외 지사가 있는 도시에서 따왔다. 박 대표는 “해외 지사가 총 6곳인데, 지사가 있는 도시 이름으로 회의실 팻말을 만들었다”며 “한 곳은 서울이고, 나머지 남은 회의실 하나는 어디가 될지 모르지만 오픈을 하긴 할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김빛나 기자·사진=이상섭 기자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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