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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혁신 속도 못 따라가는 제도

일본은 연내 하나의 라이센스로 다양한 금융상품을 중개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중개업’을 도입할 예정이다. ‘금융판 아마존’을 꿈꾸며, 같은 채널에서 예금과 대출, 송금 등 은행업무와 주식매매 중개 등 증권업, 보험상품 판매가 이뤄진다. 단, 소비자보호를 위해 구조화 예금이나 비상장주식, 변액보험이나 연금 등 ‘고도의 설명을 필요로 하는 상품’은 판매를 제한한다. 관련규정은 현재 구체화되고 있다.

현금결제 비중이 높고 은행 점포이용객이 75%(컨설팅업체 딜로이트 조사, 2018년 기준)로 세계 평균 28%보다 세 배 가까이 많은 일본 사회가 이 같은 혁신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금융혁신이 일어나지 않고선 세계 금융시장에서 낙오될 것이란 위기의식 때문이다. 보수적인 금융을 추구했던 일본은 정책이 앞장 서서 혁신을 이끌어내고 있다.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핀테크업체들이 급증세지만 오프라인 기반 규정이 일괄 적용된다. 이 과정에서 은행법과 자본시장법, 보험법이 각기 적용되고 동시에 금융소비자보호법도 고려되면서 ‘자기도 모르게’ 규정을 어기고 처벌받을 소지가 있다. 실제 최근 카카오페이와 토스, 뱅크샐러드는 P2P(온라인투자연계) 서비스를 일제히 중단했다. 금융위원회가 이 서비스를 광고가 아닌 중개로 보고 금소법 위반 우려가 있다고 유권해석해 통보해서다.

그동안은 해당 앱에서 제휴를 맺은 온투업업체들의 투자상품 소개가 이뤄지고 투자하기를 클릭하면 계약 과정으로 연결됐다. 금융위는 실제 계약은 P2P업체와 이용자가 하지만 청약 과정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중개로 봤다.

업계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상 투자 중개 규정이 달라야 한다고 본다. 오프라인에서 중개인이 서류를 내밀어 사인하게 한 뒤 접수하는 과정을, 온라인 플랫폼에 그대로 적용하게 되면 사실상 사이트 내 소개되는 모든 상품이 광고가 아닌 중개가 된다.

플랫폼에서 상품 판매까지 연결짓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간편과 편리’를 정체성으로 가진 핀테크업체들엔 상품 소개만 하고 다시 채널을 옮겨 가입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추구했던 사업모델과 거리가 멀다. 물론 방법은 있다. 금소법상 투자 중개를 하려면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업자로 등록하면 된다. 그러나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상 P2P업체가 투자자 모집 등 중개업무를 다른 업체에 위탁할 수 없기에 카카오페이 등 플랫폼이 중개업자로 등록 시 P2P 상품 소개가 불가능하다.

상충되는 규정은 또 있다. 전자금융업자인 카카오페이와 토스는 보험업법상 보험대리점으로 등록을 못한다. 이에 자회사 보험대리점(GA)을 통해 보험계약을 중개하지만 앱에서 서비스 제공 주체를 명시하지 않으면 금소법 위반 소지가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셈이다.

혁신의 속도를 규제가 따라잡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금융위는 온투업 등록을 앞둔 P2P중개건은 금소법 위반 소지를 확인했지만 보험중개건은 아직 결론 짓지 못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5월 “세계 각국이 핀테크 분야 육성을 통한 글로벌 금융시장 우위를 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 느린 속도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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