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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의 광산' 폐배터리에 기업들 수백억 투자 러시[TNA]
다 쓰고 버린 배터리에 리튬·니켈 등 비싼 광물
포스코·SK·LG 폐배터리서 '광물 캐기'에 총력
추출한 광물로 다시 배터리 제조…원료비 절감
中, 이미 폐배터리 대책이 최대 관심사로 부상
올 6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2021'의 포스코케미칼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친환경 모빌리티 제품을 관람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 제공]

[헤럴드경제 김현일 기자] 다 쓰고 버려진 전기차 배터리에서 '금맥'을 캐기 위한 경쟁이 시작됐다. 전기차 보급 증가로 물밑에서 기업 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분야가 바로 '폐배터리'다.

폐배터리에서 리튬, 니켈, 코발트 등 희귀금속을 추출해 다시 새 배터리를 만드는 '폐배터리 리사이클 사업'은 전기차 시장이 낳은 또 다른 수익원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처럼 '도시의 광산'을 선점하기 위해 배터리 업체는 물론 소재 기업과 완성차 기업들까지 폐배터리 연구개발(R&D)과 공장 신설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해외 광물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선 비용 절감과 환경 보호를 위해 적극 육성해야 하는 사업이기도 하다.

코스모화학은 300억원을 투자해 폐배터리에서 광물을 추출하는 생산라인을 증설하기로 했다. 사진은 코스모화학의 울산 온산공장 전경. [코스모화학 제공]

코스모화학은 최근 300억원을 투자해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추출하는 생산라인을 증설하기로 결정하며 폐배터리 리사이클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2022년 9월 완공 예정이다.

증설이 완료되면 현재 가치로 연 1500억원 이상의 매출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폐배터리에서 양극소재를 추출하는 최신 공법을 개발해 특허 출원도 마친 상태다. 자회사 코스모신소재는 배터리 핵심소재인 양극재를 생산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에 공급하고 있어 배터리 소재 사업 전반의 확장을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 역시 국내외에 잇달아 배터리 리사이클 법인을 세우며 소재 사업에 고삐를 조이고 있다. 지난 2월 폴란드에 90억원을 투자해 세운 단독 법인은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에서 나오는 배터리 스크랩 연간 1만t을 수거해 블랙파우더(검은 분말)로 가공하는 사업을 맡았다.

폴란드 법인에서 가공한 블랙파우더는 전남 광양 율촌산업단지의 포스코HY클린메탈 공장으로 들여올 계획이다. 여기서 니켈, 리튬, 코발트, 망간 등을 추출한다. 폴란드법인이 상공정을, 포스코HY클린메탈이 하공정을 맡는 셈이다.

폐배터리 재활용 구조. [포스코 제공]

포스코HY클린메탈은 올 5월 포스코와 중국 화유코발트가 65대35로 합작설립한 법인이다. 1200억원을 투자해 리사이클 생산라인을 짓고 있다. 2022년 7월 준공이 목표다. 옆에는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공장이 있어 포스코케미칼에 원료를 직공급해 가공비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배터리 소재를 확보하기 위해 배터리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크랩이나 수명이 다한 폐배터리에서 원 소재를 추출하는 리사이클링 사업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현대기아차와 손잡고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방안 등을 모색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그동안 정유공장 운영으로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수산화리튬 회수 기술도 자체 개발해 54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폐배터리에서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을 추출하는 것은 이미 상용화돼 있지만 리튬을 고순도의 수산화리튬 형태로 회수하는 기술은 지금까지 없었다. SK이노베이션의 기술을 활용하면 니켈, 코발트 등을 보다 많이 고순도로 추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광산이나 염호에서 리튬을 채굴할 때보다 탄소발생량을 40~70%까지 줄일 수 있어 환경친화적 의미를 더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내년 중 시험생산을 시작해 2024년 국내외에서 상업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5년 기준 연간 30GWh의 배터리를 재활용해 약 3000억원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 5월 GM과의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를 통해 북미 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리-사이클(Li-Cycle)'과 폐배터리 재활용 계약을 체결했다. 폴란드와 충북 오창공장에서도 폐배터리 재활용을 위해 다른 업체들과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공장에 연내 배터리 재활용 체계를 구축하고, 한국과 폴란드에도 내년까지 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SNE리서치는 오는 2040년 전 세계 폐배터리 시장 규모가 87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픽 김현일 기자]

정부도 폐배터리 재활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달 '2030 K-배터리 발전 전략'을 발표하고,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에 금융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배터리 광물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중고 전기차 수출 시 배터리 인증절차 신설도 예고했다.

환경부는 171억원을 들여 이달 수도권(경기 시흥시), 충청권(충남 홍성군), 호남권(전북 정읍시), 영남권(대구 달서구)에 폐배터리 수거센터도 마련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 전기차 폐배터리 배출 규모가 올해 104t에서 오는 2029년 1만87000t으로 약 100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은 이미 폐배터리 재활용이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중국자동차기술연구센터에 따르면 중국 폐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5년 370억위안(약 6조453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SNE리서치는 오는 2040년 전 세계 폐배터리 시장 규모가 87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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