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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출 0명' 일본, 아프간 대피작전 대참사…한국 '미라클' 작전 집중조명
일본 자위대 수송기 3대, 정부 전용기 1대 투입
자국민 1명 태우고 귀국…아프간 현지인 '0명'
일본 항공자위대 수송기 C-130이 자국민과 현지인 조력자 대피 임무를 위해 24일 사이타마현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급파되자 이륙 전 현지 부대원들이 환송하고 있다. 하지만, 이 수송기는 아프간 현지인을 한 명도 대피시키지 못했다. [AFP]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자국민과 현지인 협력자 등 500여명을 대피시키는 작전에 나섰던 일본 정부가 아프간 현지인을 단 1명도 대피시키지 못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작전에 항공자위대 수송기 3대와 정부 전용기 1대를 투입했지만, 부실한 일 처리로 자국민들의 비판 앞에 서게 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달 말까지로 정한 철수 시한에 맞춰 최대 500명으로 잡았던 일본 정부의 대피 희망자 이송 작전은 사실상 무위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28일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계획한 이번 대피 작전의 일환으로 아프간에서 빠져나온 사람은 교도통신 통신원으로 일해온 야스이 히로미(安井浩美·여·57)씨 1명이다.

그는 자위대 C-130 수송기편으로 27일 오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도착했다.

탈레반의 재장악 이후 아프간에 거주해온 일본인이 자위대 수송기편으로 대피한 것은 처음이다.

일본 자위대 항공기 일부를 현지에 놔두고 추후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지만, 미군의 철수 작업이 본격화하고 공항을 겨냥한 테러 공격까지 발생해 아프간 협력자 대피 작전을 계속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일본 언론은 분석하고 있다.

연일 지지율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 내각은 더 큰 사퇴 압박에 내몰릴 전망이다.

일본 정부가 자국 대사관 및 일본국제협력기구(JICA)에서 근무했던 아프간 직원 및 그 가족 등을 대피시키기 위해 수송기 파견을 검토한다는 얘기가 처음 나온 시점은 22일이었다.

스가 총리는 그날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국가안보국장 등과 대책을 논의한 뒤 이튿날인 23일 국가안보회의를 열어 C-2 수송기 1대, C-130 수송기 2대, 정부 전용기 1대 등 총 4대의 파견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아프간 인접국인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 공항으로 파견된 자위대 수송기가 25일 밤부터 26일 오후 사이 두 차례에 걸쳐 카불 공항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대피 희망자들이 카불공항에 도착하지 못하는 바람에 수송 작전은 성사되지 못했다.

일본인을 포함한 대피 희망자 수백명이 카불 공항으로 출발했지만, 결국 공항 진입에 실패한 것이다.

탈출을 위해 하염없이 대기하던 이들은 공항 인근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더욱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일본 정부는 최대 500명을 대피 대상으로 잡았지만 결국 자국민 1명만 데리고 나오는 데 성공한 셈이 됐다.

이를 두고 자국 정부의 부실 대응을 비판하는 일본 언론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정부가 수송기 파견을 결정한 것은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하고 8일이 지난 후로, 카불 함락 뒤 즉각 군용기를 보낸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보다 1주일이나 늦었다며 그사이 현지 상황이 날로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 정부가 17일까지 대사관과 JICA 직원 및 출국을 원하는 자국민을 먼저 대피시킨 뒤 아프간 현지 직원들은 신경 쓰지 않은 것도 문제로 거론했다.

대사관 직원을 전원 대피시키는 바람에 현지에서 제대로 일을 처리할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영국 정부가 아프간 주재 대사를 현지에 남겨 아프간 협력자들을 상대로 비자발급 업무 등을 계속한 것과 일본 정부의 대응이 대비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한 대피 희망자를 공항까지 오라고 해놓고 실상 방치한 것도 이번 수송작전이 실패한 원인으로 분석했다.

이와 관련, 스즈키 가즈토(鈴木一人) 도쿄대 교수는 "대사관 등에서 일해온 현지 직원을 어떻게 할지 방침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사관 직원들이 먼저 탈출한 것은 졸속이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아프간 대사관에 해외 무관격인 방위주재관도 두고 있었지만, 이 직원은 17일 다른 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영국 군용기 편으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피신했다.

수송기 파견을 앞두고 일본 방위성이 현지에 선발대를 보낸 것은 22일이었고, 그때까지 대피 준비 업무를 할 사람이 아프간 현지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에 두바이로 피신했던 카불 대사관 직원들이 뒤늦게 복귀해 자위대 파견대와 함께 대피 지원 업무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본 언론들은 한국 정부가 아프간에서 대피 작전에 성공한 사실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마이니치는 한국 정부가 작전명 '미라클'(기적)로 명명한 구출 작전을 통해 아프간에서 한국을 도운 현지 직원과 가족 390명을 탈출시켜 난민이 아닌 특별기여자로 받아들였다며 한국의 대피 작전이 성공한 경위를 자세히 전했다.

이 신문은 한국도 일본처럼 대피 희망자가 카불 공항에 집결토록 한 뒤 수송할 예정이었지만 탈레반이 검문소를 설치하고 공항 접근을 막자 애초 계획을 바꿨다고 소개했다.

한국은 미국과 탈레반 간 사전 합의에 따라 공항으로 들어갈 수 있는 미국 계약 버스 6대를 확보해 아프간 협력자들에게 교통편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산케이신문은 카타르에 대피했던 한국 대사관 직원 4명이 카불로 복귀한 뒤 미국과 직접 교섭에 나서 각국과의 카불 공항 운송편 쟁탈전에서 승리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일본이 한국에 외교력에 있어서도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감지된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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