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위치한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아프간을 탈출하는 현지인들이 미 공군 소속 C-17 수송기에 탑승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당초 미국이 8월 31일로 제시했던 아프가니스탄 주둔 군대 철수·민간인 대피 시한이 향후 아프간 정세의 방향을 결정할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서방 국가들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자국민 대피 작전에 대한 안전 보장을 위해 일제히 미군 철수 시한 연장을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아프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이달 말을 ‘레드 라인’으로 제시하며 경고장을 날렸기 때문이다.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영국 스카이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월 31일까지 모든 군대를 철수시킬 것이라고 발표했고, 이는 ‘레드라인’”이라며 “미국과 영국군이 시한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미국이나 영국이 계속 대피를 위한 추가시간을 원한다면 대답은 ‘아니오’”라며 “시한을 지키지 않으면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이슬람 무장 세력 탈레반의 수하일 샤힌 대변인이 23일(현지시간) 영국 스카이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월 31일까지 모든 군대를 철수시킬 것이라고 발표했고, 이는 ‘레드라인’”이라며 “미국과 영국군이 시한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영국 스카이 뉴스 방송 화면 캡처]

앞서 아프간전(戰)에 참전한 미국 등 국제연합군은 아프간전 종료를 결정하고 이달 말을 철군 시한으로 제시했었다. 그러나 철군 완료 전 탈레반이 아프간 전체를 장악하며 서방 국가 시민과 아프간전에 협력한 현지인의 대피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대두됐다.

문제는 대부분의 서방 국가들이 철군·대피 시한을 지키기 어렵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유럽 동맹국은 벌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해 철군 시한을 연장하란 압박도 가하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24일 주요 7개국(G7) 긴급 정상 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시한 연장을 압박할 계획이다.

23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위치한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한 군용기가 이륙하고 있다. [EPA]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은 이날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이 8월 31일로 정해 놓은 마감 시한이 걱정되며, 현재 수행 중인 작전을 마무리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도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대피 시한 이후에도 카불 공항을 통한 대피가 이뤄질 수 있도록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동맹국은 물론 탈레반과 협의 중이라고 했다.

미국에서도 연장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우리와 군 사이에 연장에 관해 진행 중인 논의가 있다”고 말했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전날 방송에 출연해 추가 파병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문제는 탈레반의 태도다. 탈레반 측이 시한 종료를 이유로 철수 작전 방해에 나설 경우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위치한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한 미 해병대 소속 군인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AP]

AP 통신은 “탈레반은 시한 이후 공수 작전을 끝내라고 주장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며 “미국의 정치인과 동맹국 등은 수많은 아프간인과 외국인의 발을 묶어버릴 수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다만 새 정부 수립과 국제사회의 합법성 인정이 시급한 탈레반이 상황에 따라 추가 연장에 동의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