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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R로 집 보고, AI로 집짓는다’…일상에 파고든 ‘프롭테크’ [부동산360]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융합, ‘프롭테크(proptech)’
투자금만 1.7兆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장
프롭테크포럼 회원사 26곳→275곳
프롭테크 스타트업 매출, 지난해 처음 1조 돌파
건설·건축, 부동산 관리 등 사업분야 다변화 추세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 결혼을 앞둔 30대 A씨는 부동산 앱(애플리케이션)으로 신혼집을 알아보고 있다. 마음에 드는 아파트 몇 곳을 관심단지로 설정하고 틈틈이 들어가 각종 정보와 시세를 살폈고 게시판에서 거주민의 이야기도 엿봤다. 외부 환경과 건물 상태, 교통 등을 직접 찍은 현장투어로 임장(현장답사)을 대신했고 3D 단지투어를 통해 동간 거리, 조망권, 일조량을 확인했다. CG(컴퓨터그래픽)를 활용한 VR(가상현실) 홈투어로 집 내부를 구석구석 살폈고 AR(증강현실) 서비스를 통해 미리 구매한 가구의 배치까지 시뮬레이션했다. 마음에 드는 집을 고른 A씨는 이번 주말 계약하러 갈 계획이다. 조만간 전자계약도 앱으로 가능하게 된다고 하니 다음 거래는 더 편리하겠다고 생각했다.

#. 최근 낡은 단독주택을 한 채 매입한 50대 B씨는 부동산 앱에서 터치 한 번으로 다세대주택 가설계를 맡겼다. B씨가 필지를 입력했더니 AI(인공지능)가 최대 용적률과 건폐율, 지구단위계획, 일조량 변화 등을 분석해 최적의 3D 설계안을 내놨고, 원하는 디자인과 내장, 자재를 선택하니 빅데이터를 활용해 대략적인 공사비부터 향후 수익률까지 예측해냈다. B씨는 앱을 통해 건축사에게 설계안을 응모 받고 설계를 정한 뒤 공개경쟁입찰을 부쳐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설계와 시공이 마음에 들면 공사 관리와 유지보수 서비스도 맡길 계획이다.

부동산 시장이 똑똑해졌다. 좋은 집을 구하기 위해선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는 말은 옛말이 됐고, 건축 문외한도 건축사·시공사를 이끌고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됐다. 공유오피스나 셰어하우스에 입주해 임대비용을 아낄 수 있고, 단돈 만원으로 강남 빌딩에 투자할 수도 있다. 모두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만남, ‘프롭테크(proptech)’ 덕분이다.

동네의 터줏대감 ‘복덕방 사장님’ 대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집을 구하는 장면만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과거의 프롭테크가 단순히 부동산 매물을 중개하는 온라인 플랫폼 역할을 했다면 지금은 다르다. 중개·임대부터 개발, 투자, 운영, 평가, 관리까지 업역을 넘나든다. 빅데이터, AI, VR, AR,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등이 도입되면서 서비스 질도 향상됐다.

2000년대 중반 처음 등장한 프롭테크 산업은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프롭테크포럼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회원사는 총 275곳이다. 2018년 11월 창립 당시 회원사가 26개사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3년도 채 안 돼 10배 이상 늘었다. 대기업이나 대기업 산하 기업, 금융·투자사 등을 제외한 스타트업 회원사만 해도 현재 161곳에 달한다.

매출 규모도 커졌다. 프롭테크포럼이 87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 지난해 국내 프롭테크 스타트업 매출액은 1조9억원으로 처음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2019년 57개사 7026억원에 비해 42.4% 늘어난 금액이다.

양적 측면뿐 아니라 사업 분야가 다변화됐다는 점에서 질적으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룩했다고 업계는 평가한다. 중개 서비스에서 나아가 건설·건축, 부동산 관리, 인테리어, 공유경제, 투자·핀테크 등 부동산과 관련한 모든 분야에서 기술이 녹아든 서비스가 속속 등장해서다.

실제 프롭테크포럼 회원사 기준 공유 서비스 스타트업은 38곳으로 이미 부동산 중개 스타트업체 수(26개사)를 넘어섰다. 부동산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도 27개사에 달하며 부동산 빅데이터를 활용한 업체도 21곳이나 문을 열었다.

이들 스타트업은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올해 5월 기준 프롭테크포럼 108개 회원사가 지금까지 유치한 누적 투자금액은 1조6914억원이다. 세부정보를 공개한 76개사를 대상으로 연도별 추이를 살펴보면 2014년 134억원에 불과했던 투자 유치금은 2017년 1380억원으로 1000억원대에 돌입했고 2019년 6179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1835억원) 코로나19 여파로 투자가 줄었으나 투자금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주요 투자 사례를 살펴보면 프롭테크 분야에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반열에 오른 ‘야놀자’와 ‘직방’이 각각 3800억원, 2280억원 규모의 투자를 따내며 전체 투자 유치금의 35%가량을 차지했다. 클라우드 기반의 스마트주차 솔루션 개발기업인 ‘파킹클라우드’가 1135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으며 공유오피스 플랫폼인 ‘패스트파이브’도 747억원을 확보했다.

이 밖에 ▷인테리어 플랫폼 ‘집닥’ 200억원 ▷부동산 수익증권 유통 플랫폼 ‘카사’ 195억원 ▷배달전문 공유 주방 ‘고스트키친’ 160억원 ▷토지 개발 솔루션 업체 ‘스페이스워크’ 100억원 ▷3D 공간 데이트 플랫폼 ‘어반베이스’ 100억원 등이 백억원대 투자금을 유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간을 매개로 하는 모든 기술이 프롭테크 산업으로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사업 분야도 점차 다양화되며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프롭테크 영역은 크게 ▷중개 및 임대 ▷부동산 관리 ▷프로젝트 개발 ▷투자 및 자금조달 등 4개로 나뉘지만 업체 간 상호연계성이 높고 확장성이 커 뚜렷하게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초창기 프롭테크 사업 모델로 현재까지도 가장 활발한 업체는 단연 중개 서비스 플랫폼이다. 직방을 비롯해 ‘다방’, ‘호갱노노’ 등이 있으며 상업용 부동산으로 특화된 ‘네모’, 사무용 부동산으로 특화된 ‘알스퀘어’ 등도 비슷한 역할을 한다.

임대인이나 부동산 소유인을 대상으로 자산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으로는 ‘홈버튼’을 비롯해 ‘스마트하우스’, ‘올집플랫폼’ 등이 몸집을 키우고 있다. 아파트를 대상으로 하자 보수 신청을 받고 관리비 조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파트너’도 유사한 스타트업이다.

건설·설계부터 디자인, 인테리어 등 부동산 개발 과정에 기술을 접목시킨 스타트업도 있다. ‘엔젤스윙’은 드론으로 건설현장을 촬영해 건설사에 현장 가상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집뷰’와 ‘어반베이스’는 3D VR기술을 활용해 각각 사이버모델하우스, 가상 인테리어 서비스를 선보인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부동산 수익증권 유통 플랫폼 기업도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다. 신탁사가 부동산 디지털 유동화수익증권(DABS)을 발행하면 거래소를 통해 증권을 소유·거래하는 식으로 5000원으로도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다. ‘카사코리아’와 ‘루센트블록’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기존 P2P(온라인투자연계) 금융기업인 ‘어니스트펀드’와 ‘위펀딩’도 부동산 시장으로 영역을 넓혔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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