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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거 안정” 절반에 불과, 전·월세 거주자는 1/3만 ‘안정’
LH 설문조사, 전월세 거주자 33.5%만 현 주거상황 “안정” 답해
공공임대주택 거주의향은 있지만, 빌라·연립 대체제 인식
20·30 “지금 집 못사면 평생 못산다” 불안감 높아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국민 절반이 자신의 주거 상황에 만족하지 못했다. 특히 전·월세 거주자 중 주거 상황이 안정됐다는 응답자는 33.5%에 불과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17일 인공지능(AI)·빅데이터 전문기업인 바이브컴퍼니에 의뢰해 작성한 ‘장기공공임대주택 대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현 주거 상황에 대해 안정됐다고 평가한 사람은 50.8%에 불과했다. 높은 전·월세 비용, 또 최근 4년 간 집값 및 전세가격 급등 우려에 많은 사람들이 주거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말이다.

LH가 전국 만 19세 이상 59세 이하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에서 ‘현재 주거 상황이 안정돼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50.8%만이 그렇다고 답한 것이다.

특히 거주 형태별로 자가주택 거주자는 63.6%가 그렇다고 긍정적으로 답했지만, 전·월세 거주자는 33.5%만이 그렇다고 응답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정부가 주택난 해결책으로 밀고 있는 공공임대주택 거주자 중에서도 긍정의 답변은 48.1%에 불과했다.

서울 송파구 거여동 일대의 모습. 멀리 위례신도시에 짓고 있는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헤럴드경제DB]

거주 불안의 이유로는 월세나 전세 보증금 지출 부담이 크다거나 최근 전셋값 상승으로 같은 금액으로 같은 수준의 주거 환경을 유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주로 꼽혔다.

공공임대주택에 대해서는 비교적 긍정적 인식이 많았다. 설문 조사에서 자신의 거주지 인근에 공공임대주택을 건립하는 문제에 대해 응답자의 56.7%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중립은 35.2%, 부정적이라는 답은 8.1%에 불과했다.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할 의향을 묻는 질문에도 76.6%가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품질 선호도는 낮았다. 소셜미디어에서 공공임대주택의 비교 대상이 민간 브랜드 아파트가 아닌 빌라·원룸·다세대주택 등의 대체제로 인식됐다. 임대주택 거주자들은 원룸·다세대주택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더 나은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에 대체로 만족해 거주자 만족도는 74.4%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임대주택은 정부가 보증하는 주택으로, 전세 보증금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어 안심되고, 입주와 퇴거가 자유롭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혔다.

신혼부부·청년들은 임대주택 생활을 자가 마련을 위한 디딤돌로 생각하고 있었다. 임대주택에 살면서 지출을 줄이고 청약 자금을 차근차근 마련해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임대주택의 인식 개선을 위해서는 소형 위주의 공급에서 중소형 평형 공급을 확대하고 자재 품질이나 층간소음 수준을 민간 브랜드 단지 수준으로 유지하는 등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30 세대의 ‘영끌’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사는) 현상도 확인됐다. 대규모 표본을 활용한 정량조사와 함께 부동산 전문가·언론인·임대주택 거주자 등을 대상으로 한 심층 인터뷰, 소셜빅데이터조사 등 기법을 통해 나온 결과다.

20·30 젊은층들은 과거 주택 소유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크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를 주도할 정도로 주택에 대한 관심이 기성세대 수준으로 높아졌다. 집값 및 전월세의 가파른 상승이 불러온 결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부동산 투자를 통한 자산 증식 사례를 다수 목격하면서 좋은 직장에서 월급을 받아도 재테크 잘한 것만 못하다는 인식이 강화됐다”며 “지금 집을 소유하지 않으면 앞으로 집값이 더 올라 사지 못해 실패한 인생이 될 수 있다는 압박감이 커지면서 위기의식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주거지 선택 시 최우선 고려 요소는 직주 근접성과 인프라였다. 특히 최근 수년 동안은 신축 단지와 상가 여건 등을 고려하는 경향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출퇴근 소요 시간으로는 편도 30분에서 1시간을 가장 적당한 시간으로 꼽았다. 가능하면 직장에서 1시간을 넘지 않는 주거지를 선호했다. 자신의 삶의 질을 중요시 하는 젊은 세대의 가치관이 담긴 결과다.

신혼부부나 기혼인 경우 ‘친정집’의 위치도 주거지 선택의 중요한 고려 요인으로 조사됐다. 신축 아파트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전통적인 역세권 선호 현상과 함께 코로나19와 미세먼지 영향으로 숲이나 작은 정원이 거주지 주변에 있는 ‘숲세권’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사를 가장 많이 고민하고 실행하는 시기는 임신과 출산 전후였다. 가족 수의 증가로 더 넓은 집을 고려하는 것이다. 신혼부부들은 임신 시점에 첫 이사를 고려하고, 출산 후 자녀의 나이가 4∼5살이 되는 시점에 초등학교 학군 등을 고려해 두 번째 이사를 고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에는 가급적 한 지역에 머물고자 하는 성향이 강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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