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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인의 운명 ‘고독사’…개념 정립부터 시작해야”[죽음보다 무서운 외로움]
고독사의 원인과 해결방안 전문가 인터뷰
“고독사, 수명 증가에 따라 늘어날 수밖에”
“외로움 만으로도 죽을 수 있어…상실의 병”
“고독사 개념 정립해야 사회적 대응할 수 있어”

[헤럴드경제=채상우·김지헌 기자] ‘고독사(孤獨死)’를 더는 남의 일로 치부할 수 없는 시대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1인 가구 수는 약 600만가구로 전체의 30%를 넘어섰다. 80세 이상 1인 가구는 47만가구로 2015년 대비 50% 급증했다. 수명이 늘어나고, 홀로 사는 삶을 택한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고독사도 따라서 증가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운명’이다.

헤럴드경제는 사회학·심리학 교수와 현장 전문가들로부터 고독사를 왜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인지 이유를 들었다. 아울러 정책 수립에 관여하는 지자체와 시민단체들로부터 고독사를 예방할 방안은 없는지 물었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경희대 제공]

▶“길어진 수명만큼 늘어난 고독사, 막을 수 없는 물결”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독사는 현대사회에서는 불가피한 운명”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기본적으로 현대사회에서는 여러 요인에 의해 ‘혼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사람들의 성향 변화도 있겠지만, 그보다도 인류의 생명이 길어짐에 따라 원하지 않더라도 혼자 살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더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개인과 사회의 단절은 더욱 빨리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지금과 같이 고독사를 비관적으로 보고 사회시스템의 책임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거대한 사회의 물줄기가 됐다고 주장했다. 한국에 비해 고독사 관련 사회시스템이 잘 갖춰진 일본에서조차 고독사를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김 교수는 “이전에 1인 가구 노인의 움직임을 파악해 일정시간 움직임이 없으면, 경보가 울려 출동하는 시스템이 개발된 적 있다”며 “획기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결국 그 시스템은 ‘사생활 침해’ 문제로 실용화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고독사를 해결하는 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고독사에 대한 완벽한 해결은 존재하지 않다고 보고 고독사 위험에 더욱 노출된 빈곤층·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집중관리하는 방안이 최선일 것이라고 봤다.

그는 “돈이 없어 보호받지 못하고 홀로 아파하다 죽음을 맞이하는 빈곤층 또는 몸이 불편해 제대로 대응도 못 하고 죽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집중 관리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 [본인 제공]

▶“외로움만으로도 죽을 수 있다…상실의 시대 나타난 병”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간은 외로움만으로도 충분히 죽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현대시대에 들어 또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의 단절은 더욱더 가팔라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외로움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일수록 고독사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며 “같은 1인 가구라고 하더라도 외로움을 극복할 원동력, 예컨대 꾸준한 사회화, 네트워킹을 유지하면 고독사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시작한 소셜네트워크(SNS)는 오히려 독이 된다. 임 교수는 “SNS로 사회와 소통하려는 시도는 결국 반대로 오프라인에서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막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며 “이로 인해 외로움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임 교수는 “외로움은 우울감과 무기력으로 발달되고 이어 ‘무조감’이라는 심리상태로 이어지게 된다”며 “무조감이라는 것은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을 거야’라는 절망감과 단절감이 동반된 상태”라고 말했다. 무조감이 시작되면 심한 우울증까지 찾아올 수 있다고 임 교수는 경고했다.

임 교수가 제시한 해결책은 피부를 맞닿을 수 있는 현실에서의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는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을 통해 살을 맞닿을 수 있는 애착관계 형성이 외로움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해결방안”이라고 제시했다.

박태주 서울특별시 지역돌봄복지과장. [본인 제공]

▶“고독사에 대한 기준을 법리적으로 명확히 해야”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 고독사의 개념부터 정립해야 하며, 그 일환으로 고독사 기준에 대한 법리적 해석이 필요성이 제기된다.

박태주 서울특별시 지역돌봄복지과장은 “고독사의 기준을 좀 더 명확히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고독사의 법리적 기준이 애매모호해 실무적으로 업무하기 어려운 점들이 있다”고 했다.

현행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고독사예방법)에서는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으로 고독사를 규정한다. 법률상 ‘일정한 시간’이 지나야 고독사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인데 당장 ‘일정한 시간’에 대한 통일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고독사의 기준을 죽은 지 1시간 뒤로 할지, 열흘 뒤로 할지를 두고 지방자치단체마다 다르게 접근하면 전국적인 고독사 예방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의 경우 고독사의 ‘일정한 시간’을 3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준이 다른 지자체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여러 시도를 전전하는 사람의 고독사를 예방하려면 지역간 업무 협조가 필요할 수 있는데, 법리적 개념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자체가 공동으로 고독사에 대응하기란 쉽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박 과장은 “‘일정한 시간’에 대한 개념이 합의되고 이에 따라 면밀한 실태와 통계 조사가 진행된 뒤에야 지역별·연령대별로 고독사 예방을 위한 타깃팅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고독사 위험 계층을 파악하고 예방활동을 훨씬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옥 나눔과나눔 상임이사. [본인 제공]

▶“고독사 개념 정립, 수년간 누적된 사회 구조 문제라는 인식부터”

박진옥 나눔과나눔 상임이사 역시 고독사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박 이사는 “시체 검안 의사들이 사망진단 당시 고독사를 표시할 수만 있어도 그냥 사망이 아닌 고독사 통계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통계가 우선 있어야 정부 예산 편성을 통해 사회적 대응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직 고독사의 법리적 개념이 모호하다는 점을 전제로, ‘고립사(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죽음이라는 뜻)’라는 표현을 써가며 문제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는 고립사는 수년간 누적된 사회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족해체가 동반되면서 누적된 고립이 20년이 지나서야 고립사 형태로 나타나 사회적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며 “고립사의 본질을 이해할 때, 죽음이 숫자로 표면화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알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립사 가능성이 알게 모르게 구조적으로 높아지는 만큼, 사회 구성원들이 사태가 심각해지기 전에 경각심을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 이사는 “전문가들은 고립사 위험에 처한 이들에게 주로 지역 사회에 안에서 관계를 맺으라고 조언하지만 이런 조언은 실효적이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고립된 삶을 사는 이들은 애초에 타인에게 ‘폐를 끼치기 싫다’는 이유로 무작정 관계를 맺으려고 하지도 않는다”며 “무작정 지역 사회가 그 사람을 보듬으라고 하기보다는 지역사회를 벗어나 당사자가 관심 가질만한 커뮤니티를 새롭게 적극적으로 발굴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고립사 이후 장례를 제대로 해줄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는 “고립사 이후에 장례를 사회적으로 제대로 해주는 것이, 고립사 문제를 지속해서 시민들에게 환기시켜 예방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123@heraldcorp.com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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