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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 민족영웅의 귀환과 더 가까워지는 카자흐스탄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상황 속에서 지난해 6월 주카자흐스탄대사로 부임했다. 한동안 중단되었던 양국 간 하늘길이 다시 열리면서 첫 번째 항공편에 탑승한 어려운 부임길이었다. 악화일로의 코로나 상황으로 외교활동이 마비된 상황 속에서도 부임 3주 만에 토카예프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출할 수 있었다. 여타국 대사들에 비해 이례적으로 빠른 신임장 제출이었다. 한국에 대한 카자흐스탄의 특별한 배려가 느껴졌다.

정상적인 외교활동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코로나 상황에 특화된 활동을 추진했다. 양국 간 협의를 통해 카자흐스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인도적 지원이 실시됐다. WHO를 통해 물품을 조달하는 지원모델도 추진했다. 대사관에서는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카자흐스탄 정부와 국민은 우리의 도움에 진심 어린 감사를 표시했다.

부임 후 카자흐스탄이 그 어느 선진국과의 관계보다도 한국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있으며, 카자흐 국민이 한국문화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카자흐스탄 어디를 가든 한국대사에게 최고의 예우를 해줬고, 카자흐인들이 간단한 우리말로 인사를 건네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양국 관계의 특별함은 역사적 인연에 기인하는 측면이 있을 것이다. 멀게는 고대 중앙아 스텝지역 유목민들이 동서로 뻗어 전파된 결과로 형성된 인종적·언어적·문화적 유사성이 있을 것이다. 근현대 들어서는 1937년 고려인 강제 이주라는 슬픈 역사가 있다. 수많은 희생자를 낳은 강제 이주 당시 동토에 떨궈진 고려인들은 카자흐인들이 제공한 피난처와 음식으로 연명할 수 있었고 아직도 그 고마움을 잊지 않는다. 이후 고려인들은 특유의 성실함으로 카자흐스탄에 정착하며 국가발전에 기여했다. 모범적 소수 민족으로서 고려인들은 농업, 정치, 경제, 문화 등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1937년 고려인 강제이주 행렬에는 우리 민족의 영웅 홍범도 장군도 포함됐다. 70세의 노령에 카자흐스탄으로 이주한 홍 장군은 말년에 고려극장 수위 등 평범한 노동자로 생활하다가 1943년 눈을 감았고 크즐오르다에 묻혀 있다.

오는 16일부터 이틀간 카자흐스탄 토카예프 대통령이 국빈 방한한다. 이번 계기에 홍 장군의 유해도 고국으로 봉환된다. 2019년 4월 문재인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국빈 방문을 통해 계봉우·황운정 지사를 고국으로 모신 데 이은 민족영웅의 역사적 귀환이다. 필자가 작년 11월 홍범도 장군 묘역에서 간절히 기도했던 유해 봉환이 우리 정부의 노력과 카자흐스탄 정부의 결단, 고려인사회의 지지에 힘입어 마침내 이뤄지게 돼 감격스럽기 그지없다.

이번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은 1992년 수교 이후 발전을 거듭해온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긴밀한 우호협력 관계를 잘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토카예프 대통령의 국빈 방한을 통해 양국은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한층 더 발전시킬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양국 정부기관 간 다수의 양해각서 체결과 아울러 양국 기업 간 협력 강화 등 민간 분야에서도 풍성한 성과가 기대된다. 이번 토카예프 대통령의 국빈 방한이 양국관계를 한 차원 더 격상시키고 양국 국민 간 우정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구홍석 주카자흐스탄 대사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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