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계약갱신권 써도 2년 뒤 어디로 가야하나” [부동산360]
국민은 ‘부동산 블루’인데 정부는 ‘자화자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 1년간 1억3000만원 상승
갱신 요구 1번만 가능…“신규계약때 수억원 급등”
정부 “임차인 다수가 제도 시행 혜택 누리고 있어”
세입자 어려움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 쏟아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 중인 40대 남성 A 씨는 요즘 불안감에 밤잠을 설칠 때가 많다. 몇 년 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했던 그는 아파트 매수를 고민하다 집값이 급등해 결국 집을 사지 못했다. 전셋값까지 뛰어 분당으로 옮겨가야 했고, 작년 7월 임대차2법 통과에 따라 같은해 12월 계약만기때 2년 더 거주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2년 계약이 만기되는 내년 12월에 갈 곳이 없다는 게 고민이다. 계약 갱신은 1번만 가능해 주변 시세에 맞춰 전셋값을 2억원 이상 올려주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

치솟는 전셋값에 불안감이 커져 ‘부동산 블루(우울증)’를 겪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정부가 작년 7월 새 임대차법을 시행했지만 계약 갱신 요구는 1번만 가능해, 신규 계약시 폭탄 인상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작년 계약을 갱신했더라도 2년이 지난 내년에는 주변 시세에 맞춰 전셋값을 수억원씩 올려줘야 하기에 발을 동동 구르게 된 상황이다.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 1년 만에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1억3000만원 넘게 올랐다.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법 시행 전 4억9922만원이었으나 지난달 기준 6억3483만원으로 급등했다.

새 계약에서 급등한 전셋값을 마련하지 못하면 또 다시 외곽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다. 임대차 수요가 외곽 곳곳으로 옮겨가면서 수도권까지 전셋값이 치솟아 실수요자들의 시름이 깊다.

그럼에도 정부는 세입자의 주거 안정성이 높아졌다고 자화자찬을 해, “정부를 신뢰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쏟아진다.

정부는 지난달 말 임대차법 1년을 맞아 서울 대표 아파트 100곳의 임대차 계약 갱신(재계약) 비율이 법 시행 1년 전 평균 57.2%에서 시행 후 올해 5월 현재 77.7%로 높아졌다고 홍보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임대차법과 관련해 “서울 아파트 임차인 다수가 제도 시행의 혜택을 누리고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임대차법 관련 “초기에 혼선이 있었고 어느 정도 정상화돼 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갱신청구권으로 계약을 2년 연장하는 세입자가 늘면서 이들의 주거 안정성이 개선된 것은 긍정적이다.

문제는 갱신을 하지 못한 세입자가 겪을 부작용을 외면한 것이다. 갱신계약 2년 후 신규계약시 급등한 전셋값을 감수해야 하는 것도 고려하지 않았다.

특히 정부가 홍보한 수치 역시 보고싶은 통계만 봤다는 지적이 나온다. 갱신율 77.2%에는 갱신청구권을 쓰지 않고 임대료를 5% 이상 올린 재계약이 포함돼 있다. 갱신권 행사 비율은 만기도래 계약 중 47%에 그쳤다.

계약연장 수요 증가로 인해 전세매물 잠김 현상이 발생하고, 같은 아파트의 ‘이중 가격’ 현상, 계약 갱신 과정의 분쟁 증가 등도 임대차법에 따른 부작용이다.

전세 시장에 나오는 물건이 줄면서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등 새로 전셋집을 구하려는 임차인들의 고통도 커졌다.

서울 노원구의 대표적인 대단지 아파트(3930가구)인 이른바 ‘미미삼(미륭·미성·삼호3차)’의 전용면적 50㎡ 전세는 임대차법 도입 전 1억원 중반에 구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3억원에 육박한다.

시장에선 정부가 입맛에 맞는 통계만 앞세워 현실을 외면한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전문가들은 임대차 시장이 갈수록 혼란해져 앞으로 전세난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제는 제대로 된 통계를 봐야할 시점이다. 실수요자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전세 시장을 면밀히 점검하고, 충분한 시장 분석을 통한 정부의 적절한 대응이 시급하다.

ms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