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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팬데믹 직격탄’ 英 파고든 마약…지난해 마약 관련 사망자 수 집계 이래 최고치
지난해 마약 중독으로 4651명 사망…전년比 3.8% 증가
사망자 절반이 아편 중독 때문…코카인 관련 사망자 9년 연속 증가
마약 중독 문제 해결에 돈 아끼는 英 정부 대한 질타 이어져
[123rf]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지난해 영국에서 마약으로 인해 발생한 사망자 수가 역대 최다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는 지난 1993년 관련 통계치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고, 별도로 수치를 조사하고 있는 스코틀랜드에서도 7년 연속 관련 수치가 늘어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영국 전역에 상처를 낸 가운데, 마약 역시 어느 때보다 기승을 부리며 영국 전역을 할퀴었던 것이다.

지난해 마약 중독으로 4651명 사망…전년比 3.8% 증가

영국 통계청(ONS)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는 2020년 한 해 동안 총 4651명이 마약 중독으로 사망했다. 이는 인구 100만명당 79.5명에 해당하는 수치다.

[영국 통계청(ONS)]

지난 2019년 4393명에 비해 3.8% 많은 것이다.

사망자 수는 성별, 지역에 따라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남성 사망자 수는 여성 사망자 수의 2배 이상이었다.

인구 100만명당 남성 사망자 수는 109.7명이 이르렀고, 여성 사망자 수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9.8%에 그쳤다.

[영국 통계청(ONS)]

지역별로는 영국 북동부의 인구 100만명당 사망자 수가 104.6명으로 가장 높았고, 수도 런던이 33.1명으로 가장 낮았다.

연령대별로는 소위 ‘X세대’로 불리는 40대의 비중이 가장 컸다.

[영국 통계청(ONS)]

45~49세에 해당하는 연령대가 마약 중독으로 인한 사망률이 가장 높았고, 그 뒤를 40~44세가가 이었다.

사망자 절반이 아편 중독 때문…코카인 관련 사망자 9년 연속 증가

마약 종류별로는 아편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가장 많았다.

전체 사망자 수의 48.7%인 2263명이 아편 중독으로 사망했다. 이는 전년(2160명) 대비 4.8% 증가한 수치며, 10년전인 2010년(1527명)과 비교했을 때는 무려 48.2%나 많은 것이다.

[영국 통계청(ONS)]

헤로인과 모르핀 중독으로 인한 사망자 수도 1337명에 이르렀다. 이는 100만명당 인구 수로 환산 시 23.4명이 이르는 수준이다.

코카인 중독에 따른 사망자 수가 늘어난 것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지난해엔 777명이 코카인 중독으로 사망했으며, 이는 전년(708명) 대비 9.7% 높아진 것이다. 10년전인 2010년(144명)과 비교하면 무려 79.7%나 높아졌다.

코카인 중독 사망자 수는 9년 연속 증가했다.

이 밖에도 벤조디아제핀(476명, 전년 대비 19.3% 증가), 프레가발린(344명, 전년 대비 41% 증가), 가바펜틴(118명, 전년 대비 32.6% 증가), 조피클론(146명, 전년 대비 4.3%) 등 다양한 약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일제히 증가했다.

마약 중독 문제 해결에 돈 아끼는 英 정부 대한 질타 이어져

잉글랜드-웨일스와 별도로 통계를 내고 있는 스코틀랜드에서도 지난해 총 1300명 이상이 약물 오남용으로 사망, 7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영국 통계청(ONS)]

이 같은 통계 수치는 영국 정부의 약물 대책 관련 지출이 삭감됨에 따라 마약 중독자들의 회복 프로그램이 지지부진하다는 문제 제기가 나온 직후에 나온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마약 문제 해결을 등한시한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영국 왕립 정신과 대학의 에밀리 핀치 부교장은 “수년간의 관련 정부 예산의 삭감으로 인해 약물 중독 방지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결과”라며 “정부가 국민보건서비스(NHS) 내 정신건강 관련 서비스를 위축시키는 것이 약물 관련 사망자 수 증가를 부채질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영국 시민단체 터닝포인트의 클레어 테일러는 “팬데믹 기간 동안 이어진 고립과 재정적 불안, 공포감이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 더 큰 타격을 준 것”이라며 “이와 관련된 죽음은 모두 예방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현재 영국 정부는 이미 마약 중독 관련 치료와 회복에 쓰이는 8000만파운드(약 1269억원)를 비롯해 약물 오남용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1억4800만파운드(약 2348억원)를 투자하고 있다”며 “이는 지난 15년 간 실시한 투자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것”이라고 해명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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