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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 이젠 플랫폼 전쟁
은행시대의 종말 ①
은행 대출마저 비대면 강화
IT 기반의 서비스 변화 가속

“뱅킹은 비트와 바이트일 뿐”

30년 전 씨티은행을 이끌었던 존 리드 회장의 예언이 현실화되고 있다. 은행 지점을 찾아 계좌를 열고 돈을 인출하던 시대는 점점 끝이 보이고 있다. 금융의 본질인 위험관리를 바탕으로 한 대출 마저 비대면으로 이뤄지면서, 은행은 이제 IT 기술에 기반한 금융 서비스 기업으로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6일 상장하는 카카오뱅크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이 같은 패러다임 변화를 더욱 가속시킬 전망이다. ▶관련기사 4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는 올 상반기 은행에서만 1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했다. 카뱅의 순이익은 증권사 추정치로 올해 연간 2000억원을 조금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4대은행의 10분의 1이다. 관건은 기업공개로 마련한 2조5000억원의 자본을 카카오뱅크가 플랫폼 구축에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부분은 고객의 이동이다. 은행산업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여신과 수신 모두 연평균 10% 미만의 성장을 이뤘지만 카뱅은 동기간 연 평균 여신 63.8%, 수신 67.1% 의 성장을 이끌어냈다. 창업 초기인 점을 감안해도 상당히 빠른 속도다.

한 핀테크 대표는 “5060세대는 주거래 개념이 강해 거래은행을 쉽사리 바꾸지 않았지만, 경제생활과 동시에 핀테크를 접한 2030세대는 소숫점 금리나 이율로도 빠르게 자금을 옮긴다”고 설명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 교수는 “MZ세대는 날 때부터, 디지털과 함께 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라며 “플랫폼 이용이 ‘재미’도 아니고 ‘일상’이기 때문에 경제생활에 바탕이 되는 금융 역시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5조원의 자기자본을 갖추면 자산을 60조원까지 키울 수 있다. 10월 비대면 대환대출플랫폼이 가동되면 단기간에 상당한 대출고객을 시중은행으로부터 빼앗아 올 수도 있다.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는 비이자사업의 핵심인 자산관리서비스의 혁신 기반이다.

카카오뱅크의 도전은 기존 금융권의 혁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중은행들도 비대면 강화를 넘어 메타버스에까지 지출하고 있다. 디지털네이티브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과 함께 디지털 전략 관련 인원도 충원하고 나섰다. 카카오뱅크의 상장과 그 이후 주가 흐름은 금융업의 긴장감을 더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뱅크의 기세가 거세지만 아직 승부는 장담할 수 없다. 카카오뱅크는 여신과 수신 외 자산관리 서비스는 아직 시작도 못했고, 시작하더라도 수수료 비중이 높은 고액자산가도 돈을 맡길지도 지켜볼 일이다. 카카오뱅크가 ‘플랫폼’을 지향하지만, “그래봤자 은행”이라는 시각도 여전하다. 시중은행들도 카카오 등 빅테크의 금융공략에 맞설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한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성연진 기자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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