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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최근 유전자로 진단하기 힘든 질병을 단백질로 진단하는 새로운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액체생검’은 조직이 아닌 혈액, 소변 등 체액을 이용하여 질병을 진단하는 검사법으로 체액 속에 존재하는 암세포나 특정 질병과 연관이 있는 DNA, 단백질 등을 검출해 분석하는 방법이다. 초기 액체생검은 DNA, 즉 유전자를 연구하는 유전체학을 중심으로 발달했다. 2003년 휴먼게놈 프로젝트 아래 수많은 연구자들이 유전체학을 연구하였으나 2만5000개에 불과한 유전자만으로는 질병을 진단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고 유전자가 아니라 인간 생체 활동의 기본 단위인 단백질을 연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때 등장한 것이 단백체학, 즉 ‘프로테오믹스’다.
DNA를 연구하는 유전체학이 1세대였다면 DNA가 단백질로 번역하는 과정에서의 매개체인 RNA를 연구하는 전사체학이 2세대, DNA가 최종 번역되어 고유의 기능을 가지게 된 단백질을 연구하는 프로테오믹스가 3세대인 셈이다. 단백질은 병의 발병 및 진행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기 때문에 유전자로 진단하기 힘든 질병까지도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진단 시장은 프로테오믹스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실제로 프로테오믹스 관련 연구는 2010년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미국 바이오 시장에서도 프로테오믹스 기업들의 활약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대표적인 글로벌 프로테오믹스 기업으로는 노틸러스 바이오테크놀로지(Nautilus Biotechnology)와 씨어(Seer)가 있다. 노틸러스 바이오테크놀로지는 머신 러닝 기법을 기반으로 환자의 단백질 정보를 분석해 맞춤형 치료를 위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다. 아직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지난해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약 9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씨어는 프로테오믹스를 기반으로 나노공학, 머신 러닝 등을 활용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진단 마커 발굴을 위한 서비스로 제공한다.
한편 한국에도 프로테오믹스 기업이 있다. ‘베르티스’는 10여 년 전부터 관련 연구를 시작, 2019년 세계 최초로 프로테오믹스 기반 유방암 진단 기술의 상업화에 성공했다. 베르티스는 지금까지 총 2500만 개의 단백질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여 단백질 빅데이터 라이브러리를 구축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가장 정량성을 확보할 수 있는 단백체 타깃 후보를 AI 알고리즘을 통해 제시하는 기술을 완성했다. 대표 제품인 유방암 조기 진단 기술 마스토체크는 국내 주요 검진센터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미국과 싱가포르, EU 등 해외 진출 준비도 끝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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