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北 발표 문구 조율…“남북관계 발전 긍정 작용”
연락채널, 도끼만행사건·대북전단 등 7차례 단절·복원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7일 남북 연락채널 복원과 관련해 “남북관계의 개선과 발전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자료사진. [헤럴드DB] |
[헤럴드경제=신대원·문재연 기자] 남북 간 연락채널이 27일 전격 복원됐다. 북한이 작년 6월9일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빌미로 정상 간 핫라인을 포함한 남북 통신연락선 등을 일방적으로 차단한 지 13개월만이다.
문재인 정부 임기말로 접어든 상황에서 남북대화 재개를 비롯한 남북관계 개선의 ‘청신호’로 풀이된다.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68주년 당일 복원이라는 대목도 의미심장하다.
남북을 잇는 연락선은 이날 오전 10시 전격 복원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부터 여러 차례 친서를 주고받으며 남북관계 복원에 앞서 우선 차단된 통신선을 복원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신뢰 회복과 관계 진전에도 인식을 같이했다.
남북 모두 공식 입장 표명을 통해 향후 분위기 전환을 예고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앞으로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고, 북한 역시 ‘조선중앙통신사 보도’ 형식을 빌어 “남북관계의 개선과 발전에 긍정적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남북이 발표 문구도 조율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통신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상호 신뢰 회복과 화해 도모의 ‘큰 걸음’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남북 연락채널 복원은 양측의 이해와 요구가 맞아떨어진 결과라 할 수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남북 모두 남북관계를 계속 방치하기 부담스런 상태에서 최소한 고리를 풀어보자는 공감대가 있었을 것”이라며 “북한은 코로나19 방역 부담과 식량난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이 있는 것 같고, 우리 입장에서도 문 대통령 임기 내 남북관계를 궤도에 올려놓을 필요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어 “남북 최고지도자의 의중이 맞아떨어진 것인데 남북관계의 청신호”라면서 “앞으로 코로나19 협력 등 기대를 가질 수 있는 출발점은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남북 연락채널 복원이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의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순방과 미중대화 뒤 나왔다는 점도 주목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셔먼 부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북미대화 재개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고, 이에 셔먼 부장관은 “북한이 미국의 대화 제의에 빨리 호응하기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셔먼 부장관은 중국을 방문해 왕이 외교부장과 셰펑 외교부 부부장 등과 만난 고위급회동에서 미중 간 마찰을 재확인하기는 했지만 북한문제에서만큼은 미중 간 협력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북한과 중국은 김 위원장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최근 잇따라 친서를 주고받는 등 밀월관계를 과시하고 있기도 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미 간 사전 조율과 남북 정상 간 신뢰를 토대로 통신연락선이 복원돼 뉴욕채널 활성화 등 북미관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양 교수는 “통신연락선이라는 것은 남북관계의 기본인데 비록 채널이 복구됐지만 공동연락사무소 수준은 아니다”면서 “그럼에도 코로나19로 대면접촉이 어려운 상황에서 비대면으로 소통하고 협의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남북 연락채널은 그동안 7차례 단절된 바 있다. 북한은 지난 1976년 8월 판문점 도끼만행사건을 시작으로 작년 6월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빌미로 한 차단까지 7차례에 걸쳐 남북 연락채널을 끊었다 다시 복원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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