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했으면 접종 가능했을 수도
국방부가 청해부대 34진 장병들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외교부와 협의를 거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청해부대가 주로 기항했던 오만의 보건당국과 대면 협의도 없었다. 이 때문에 국방부가 책임을 면하기 위해 형식적인 검토 작업을 ‘외교적 협의’로 부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복수의 국방부 당국자는 “외교부에 오만 정부와 청해부대의 백신접종을 협의를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서욱 국방장관은 전날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백신을 현지로 보내는 문제를 놓고 오만 정부에 협조를 구했는데 잘 안 됐다”고 말했다.
서 장관이 말한 ‘협조 요청’은 지난 2월 오만에 있는 현지 무관이 오만 정부 관계자와 두 번 유선으로 협조를 요청한 게 전부였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지 국방 무관을 통해 두 번 유선으로 문의를 했던 것이 팩트”라며 “그 외에는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외교부는 지난 3월부터 이미 오만 보건당국과 백신 협력을 논의하고 있었다. 김창규 주오만대사는 지난 3월 30일(현지시간) 아흐메드 빈 모하마드 알 사이디 오만 보건장관을 만나 한국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공급 지원을 요청 받았다.
국방부가 외교부에 지원 요청만 했었어도 청해부대 34진 장병들이 국내에서 수급된 백신을 기항지에서 접종할 수 있도록 오만 정부의 협조를 얻어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한국에 백신 지원을 요청한 오만 당국으로서도 한국의 부탁을 거절하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 오만의 영어 일간지 ‘오만 데일리 옵저버’를 비롯한 중동지역의 매체들은 김 대사와 오만 당국의 협의 사실을 크게 보도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지난 3월 한·오만 백신협의 사실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며 “외교부를 통해서 (협의를) 했으면 좋았을 텐데 돌이켜보니 대단히 아쉽다”고 했다. 문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