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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7년 만에 ‘첫 金’ 안긴 필리핀 역도영웅 디아스의 ‘인간승리’
지독한 가난 딛고 4번째이자 마지막 올림픽 출전
포상금 7억5000만원과 집 등 두둑한 보너스도

97년 만에 필리핀 올림픽 첫 금메달을 안긴 디아스[연합]

[헤럴드경제=박승원 기자] 필리핀의 ‘역도 영웅’ 하이딜린 디아스(30)가 97년 만에 금메달을 안기면서 필리핀 국민들과 함께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디아스는 지난 26일 일본 도쿄 국제포럼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역도 여자 55㎏급 A그룹 경기에서 인상 97㎏, 용상 127㎏으로 합계 224㎏을 들어 올리며 감격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디아스는 용상 3차 시기에서 127㎏을 번쩍 들어 금메달을 확정한 뒤 멈추지 않는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필리핀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올림픽에 처음 참가한 1924년 이후 무려 97년 만이다. 필리핀 스포츠 역사를 다시한번 바꾼 순간이었다.

27일 필리핀 매체 래플러에 따르면 디아스는 “내가 금메달을 땄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신은 위대하다”고 말했다.

디아스는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 필리핀 여자 역도 선수 중 최초로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이후 자신의 3번째 올림픽이었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필리핀 역도 사상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당시 그가 따낸 은메달은 필리핀이 20년 만에 올림픽에서 획득한 메달이었다.

디아스의 역도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필리핀 삼보앙가에서 6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난 디아스는 아버지가 트라이시클(삼륜차) 기사부터 농부, 어부 등 여러 직업을 전전했다. 그래서 집안 형편이 찢어지게 가난했던 디아스는 어린 시절 꿈이었던 장래 은행원이 되는 것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이후 역도에 입문,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국민적인 영웅으로 떠올랐지만 역경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2년 전에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그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생명의 위협을 느껴야 했다.

게다가 훈련 경비도 늘 부족해 대기업과 후원가들을 찾아다니며 금전적인 지원을 요청해야 했다.

디아스는 지난해 2월 중국인 코치의 조언을 받아들여 말레이시아로 전지 훈련을 떠났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체육관 출입을 통제당하면서 디아스는 가족과도 멀리 떨어진 그곳에서 수개월 동안 좁은 숙소에서 역기를 들어 올리며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디아스는 “너무 힘들었지만, 신이 준 모든 역경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믿었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우리는 필리핀인이기에 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디아스가 금메달을 확정한 순간, 필리핀에서는 이를 축하하는 트윗이 10만건 넘게 포스팅됐다.

대부분 “올림픽 무대에서 우리 국가가 울려 퍼진 건 처음이다. 감동적이다” “역사를 쓴 디아스에게 고맙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그 모든 시련을 이겨낸 디아스에게는 두둑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

필리핀 정부와 몇몇 기업은 디아스에게 3300만페소(약 7억5000만원)의 포상금과 집을 선물하겠다고 약속했다.

pow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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