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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열대야에도 한강은 텅텅”…코로나가 바꾼 풍경[촉!]
삼삼오오 모여 맥주 한잔하는 풍경 찾아볼 수 없어
편의점 맥주 코너도 한산…운동하는 몇몇 시민들만
“코로나19에 더위 식힐 여유도 없어” 시민 고충 커져
서울 5일 연속 열대야, 내주에도 열대야 이어질 전망
22일 밤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의 풍경. 열대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발걸음은 예전에 비해 한산한 모습이다. 유혜정 수습기자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유혜정 수습기자] 유독 더운 올해 여름, 열대야로 인해 많은 시민이 밤잠을 못 이루고 있다. 평소 같으면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면 시민들로 북적였던, 서울 한강공원. 올해는 이곳마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한산한 모습이다. 더위 속에서 코로나19와 싸우는 시민들의 고충은 커져만 가고 있다.

22일 저녁 9시 서울 광진구 뚝섬 한강공원에는 운동을 나온 몇몇 시민들, 그리고 산책을 나와 걷고 있는 일부 시민들만이 보일 뿐이었다. 몇몇 시민들이 차가운 커피를 손에 들고 있었지만, 예전처럼 돗자리 위에서 치킨, 족발 등 야식과 함께 시원한 맥주를 즐기던 풍경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심각해진 코로나19 상황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됐기 때문이다. 4단계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서울시는 행정조치를 통해 공원 내에서 음주·취식을 금지했다.

홀로 산책을 나온 이상완(37) 씨는 “여름 밤이면 뚝섬유원지로 나와 맥주를 마시거나 돗자리 위에서 누워 바람을 쐬고는 했는데 올해는 코로나가 무서워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가끔 혼자 나와보면, 예전과 너무 다른 풍경에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광진구에 거주 중인 홍유화(26) 씨는 “방에 에어컨이 없어서 밤이면 더위에 잠을 잘 수가 없는데, 코로나19로 한강에 나오는 것도 눈치가 보일 때가 있다”며 “물론, 나와서 그냥 앉아 있는 것만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친구들과 모여 노는 예전의 재미를 느낄 수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여름 밤이면 맥주와 라면 등을 사러 온 손님들로 북적였던 한강 내 편의점도 텅텅 빈 모습이었다. 뚝섬한강공원 내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편의점 점주는 “요즘은 낮뿐 아니라 밤에도 맥주를 사가는 손님들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22일 밤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의 풍경. 열대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발걸음은 예전에 비해 한산한 모습이다. 유혜정 수습기자

오후 10시가 되자 방역수칙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이 나타났다. 4인 2조로 나눈 공무원들은 폐쇄된 정자에 앉아 있는 시민들에게 호루라기를 불며, 나올 것을 당부하기도 하는 등 새벽 2시까지 단속을 이어갔다. 한 단속 공무원은 “오늘 단속에 걸린 시민은 없었다”며 “요즘은 시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수칙을 대부분 잘 지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22일~23일로 넘어가는 밤에도 서울에는 열대야가 관측됐다. 이날 서울의 최저 기온은 27.2도였다. 5일 연속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열대야란 전날 오후 6시에서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을 유지하는 현상이다.

폭염의 영향으로 열대야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7월 마지막 주도 일주일 내내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의 열대야가 계속될 것으로 예보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열대야는 폭염에 의해 뜨거워진 지면으로 인해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발생한다”며 “내주에도 폭염이 이어지는 만큼, 열대야 역시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폭염 또한 더욱 기승을 부릴 예정이다. 기상청은 토요일인 24일 서울의 최고 기온이 전날보다 1도 높은 37도로 오를 것이라고 예보했다. 서부지역의 경우에는 38도 이상으로 기온이 오늘 가능성도 높다. 서울의 경우 ‘열섬’(도시의 기온이 교외보다 높아지는 현상) 효과가 더해지면서 다른 지역보다 기온이 더 많이 상승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다음 달 초까지 우리나라가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에 위치하면서 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나 기후예측모델에 따라 방향성이 조금씩 달라 아직은 변동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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