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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랍스터 전기충격 후 삶자는데…” 해산물 진짜 고통 느낄까?
바닷가재(왼쪽)와 영화 '올드보이'에서 주인공이 산낙지를 먹는 장면(오른쪽). [123rf·영화 '올드보이' 캡처]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유럽 각국에 도입되는 ‘바다생물 고통 줄이기’ 법…진짜 해산물도 고통을 느끼는 걸까?”

랍스터(바닷가재)를 산 채로 삶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 영국 상원의회 통과를 앞두면서 국내에서도 일부 시민단체가 바다동물 착취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원래 갑각류·두족류 등과 같은 무척추동물은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나와 가재·낙지 등 해산물이 느끼는 고통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실제로 유럽권에서는 무척추동물을 인도적으로 요리해야 한다는 법안이 예전부터 시행 중이다.

바닷가재와 문어. [123rf]

뉴욕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의회는 동물복지법의 적용 대상을 랍스터나 게·문어·오징어 등 무척추동물까지 확대하는 개정안 통과를 앞두고 있다. 지난 5월부터 논의된 해당 법안은 현재 상원 통과만을 남겨뒀다.

법안이 통과되면 요리사나 어부는 해산물을 삶기 전에 전기충격·냉동요법 등을 통해 기절시키거나 죽인 후 요리해야 한다.

앞서 미국의 한 랍스터요리 전문점에서는 랍스터를 삶기 전 대마초 연기를 살포해 화제가 됐다. 대마초 성분이 가재의 고통을 줄여준다는 점주의 말에 미국 캘리포니아·콜로라도·워싱턴대 및 스크립스연구소 연구진은 실제로 대마초가 랍스터 고통을 줄여주는지 실험했다. 그러나 대마초 성분을 흡입한 랍스터도 뜨거운 물의 감각에 즉시 움츠러들어, 고통과의 상관관계는 찾을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갑각류를 포함한 무척추동물은 고통을 못 느낀다고 알려졌지만 최근 이와 상반되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원복 한국채식연합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이순신동상 앞에서 '가재와 문어, 바다동물도 고통을 느낀다' 비건(vegan) 채식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

동물행동학자 로버트 엘우드는 2013년 영국 벨파스트 퀸스대 연구팀과 함께 “갑각류가 고통을 느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엘우드 교수는 게를 보호소 양쪽에 나눠 배치한 뒤 한쪽 그룹엔 반복적으로 전기충격을 주고, 다른 그룹엔 아무런 충격을 가하지 않았다. 그 결과, 전기충격을 받은 게들은 대다수 보호소를 떠난 반면, 그렇지 않은 쪽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국내에서 즐겨먹는 낙지·문어 등 두족류 역시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국내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연구팀은 낙지·문어 등의 뇌 지도를 작성하고 유전체를 해독했다. 그 결과, 두족류도 인간처럼 모성애가 뛰어나고 고통에 민감한 생물이란 것을 발견했다.

앞서 미국의 로빈 크록 교수는 텍사스대 환경과학센터와 연구에서 “갑오징어와 문어도 상처를 어루만지거나 보호하려는 회피행동을 보였다”며 “이는 고통을 느낀다는 증거”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한 바 있다.

바닷가재. [123rf]

그러나 여전히 일각에서는 갑각류가 고통을 뇌까지 전달받지 않아 진정한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몸에서 나타나는 반사 신경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이번 동물복지법 개정안 통과를 앞둔 영국 의회는 갑각류 등이 고통을 느끼는 방식에 대해서도 과학적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한편 스위스와 노르웨이, 뉴질랜드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갑각류를 산 채로 삼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 시행 중이다. 일례로 스위스는 지난 2018년부터 살아 있는 랍스터를 조리하기 전에 반드시 전기충격 등 정해진 방법에 의해 기절시켜야 하며, 이를 어길 시 벌금형에 처한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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