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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핏빛 갈망 기이한 존재인데...섹시한가요
뮤지컬 ‘드라큘라’ 속 ‘10분’ 강렬한 존재감
‘뱀파이어 슬레이브’ 3人 김서안·이찬·권수임
기괴함 살린 ‘날 것’의 연기로 작품 디테일 살려
“어렵지만 매력적 캐릭터...최고의 경험” 입모아
뱀파이어 슬레이브는 ‘드라큘라’ 작품 속 캐릭터 중 가장 ‘기이한’ 존재다. 매 시즌 오디션을 통해 선발하는 이 역할을 올해는 김서안 이찬 권수임 세 사람이 맡았다. 세 사람은 역할에 대해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이자, 오로지 먹는 것만 중요하지 사람다움은 없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오디컴퍼니 제공]

고전부터 신작까지, 뱀파이어가 등장한다는 모든 영화와 드라마를 섭렵했다. “넷플릭스에 올라온 뱀파이어 작품을 전부 찾아봤어요. ‘드라큘라’와 관련한 영화를 정주행했고,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트와일라잇’ 속 캐릭터도 하나하나 분석했어요. ”(김서안, 이찬, 권수임)

10분 내외의 출연 시간. 무대 위 존재감은 여느 캐릭터 못지 않게 강렬하다. ‘뱀파이어’라는 존재를 손짓으로, 몸짓으로 표현한다. 매 시즌 오디션을 통해 뽑는 ‘뱀파이어 슬레이브’ 역할은 어렵지만 매력적인 캐릭터다. “전막에 많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감초 같은 역할이에요”(권수임) 게다가 ‘스테디셀러’로 안착한 ‘드라큘라’는 많은 뮤지컬 배우들의 ‘꿈의 무대’다. “누구라도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작품이기도 하고요.”(김서안) ‘뱀파이어 슬레이브’로 ‘드라큘라’(8월 1일까지·블루스퀘어) 네 번째 시즌 무대에 서고 있는 세 사람 김서안(31) 이찬(29) 권수임(29)을 만났다.

이찬

오후 7시 30분 시작되는 공연을 위해 세 사람은 일찌감치 집을 나선다. 뱀파이어 슬레이브의 콜타임(메이크업 등을 진행하기 위해 배우들이 공연장으로 오는 시간)은 3시 30분부터다. 이찬이 가장 먼저 분장을 시작한다. “분장 시간은 30분”.

뱀파이어 슬레이브는 ‘드라큘라’ 작품 속 캐릭터 중 가장 ‘기이한’ 존재다. 사람이 연기하지만, 엄연히 사람은 아니다.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예요. 오로지 먹는 것만 중요하지 사람다움은 없는 캐릭터예요.” (김서안·이찬) 사람 역할을 맡은 배우들과는 분장도 다르다. “이전 공연들에선 예쁘게 보이려고 항상 신경 썼는데 이번엔 조금 더 더럽게 보이려고 해요.(웃음)”(권수임) 피부는 새하얗고, 가발을 쓴 머리는 몇 날 며칠을 감지 않은 듯 부스스하다. 속눈썹은 두 겹씩 붙인다. “빨간색과 검정색 두 겹으로 속눈썹을 붙이는데, 처음엔 무거워서 적응을 못했어요. 지금은 빨간 속눈썹이 없으면 너무 순해 보여 이상할 정도예요.”(권수임) 뱀파이어 슬레이브의 정체성을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입술이다. “방금 피를 마신 것처럼 줄줄 흘리거나 번지게 그려요.”(김서안) 모든 조합이 완성되면 무대 아래 세 사람의 화사한 얼굴은 다른 세상의 낯선 존재가 된다.

김서안

‘뱀파이어 슬레이브’ 역할이 어려운 것은 ‘드라큘라’라는 작품의 정체성까지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세 번의 시즌 동안 이 역할은 관능적인 이미지로 그려졌다. 사람을 유혹해 피를 빨아먹는 모습이 기존 영화 속 뱀파이어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민은 오디션 전부터 시작됐다. 세 사람은 “섹시함이 난관”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체구가 작다 보니 그간의 슬레이브처럼 섹시한 모습으로 표현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정형화된 모습이 아닌 욕구에 충실한 동물 같은 느낌으로 해석해봤어요.”(김서안) 각기 다른 표현방식, ‘디테일의 차이’로 새로운 뱀파이어 슬레이브를 만든 것은 이번 시즌 세 사람의 역할이었다. “‘섹시’와는 거리가 멀어 부담도 컸고, 스트레스도 받았어요. 전 공포영화 속 캐릭터의 기괴한 움직임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섹시하고 부드러운 몸짓보단 견갑골을 사용한 기괴한 몸짓으로 표현했어요.”(이찬) “스스로 신생 뱀파이어가 됐다고 생각했어요. 피에 대한 갈망과 욕구를 많이 표출하면서 유혹적이고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방향에 대해 연구한 것 같아요.”(권수임)

권수임

“날 것 그대로의 모습”(권수임)으로 태어난 뱀파이어 슬레이브를 연기하다 보니, 이전 작품들과는 다른 접근을 한다. 무대 위 세 사람은 스스로를 단 한순간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사 역시 원초적이다. “정말 근사한 먹잇감이야!”, “하지만 녀석은 주인님의 것이야!”, “아니, 저 녀석은 우리거야!”(1막 6장 중) 대본에 충실해 최대한 “이성의 끈을 놓고 본능적인 것만”(이찬) 기억한다.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기 전 가지고 놀듯 사람을 잡아먹는 모습을 연구”(김서안)했다. “예뻐보이지 않으려고 했어요. 며칠을 굶다 먹는 것처럼 보이고 싶었어요. 공연 중엔 피를 마실 때 어느 부위가 가장 통통할까, 어디에서 피가 가장 많이 나올까 생각하면서 연기해요.(웃음)”(이찬) 고민을 거듭해도 만족스럽지 않은 무대가 나올 때도 있다. “오늘 너무 사람 같았다고 느껴지는 날이에요.(웃음)”(이찬) 세 사람의 고민이 만든 무대는 통했다. 애초 막강한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것도 “뱀파이어의 기이한 동작과 인간과의 차별환된 움직임”을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노래하고 연기하는 것이 좋아” 뮤지컬 배우의 길에 접어든 세 사람은 공교롭게도 모두 무용을 공부한 공통점이 있다. 김서안은 부산예고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하다 실용음악과로 대학에 진학한 후 ‘욜 슉 업(All shook up)’(2016)으로 데뷔했고, 이찬은 일곱 살에 무용을 시작해 20여년 한 길을 걷다 지난해 뮤지컬 배우(2020년 ‘여명의 눈동자’)로 무대에 섰다. 권수임도 무용 전공자로 무용단 생활을 하다 2016는 ‘노트르 담 드 파리’로 데뷔하게 됐다.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이 모두에게 쉽지는 않았다. “몸으로 표현하며 노래도 하고, 연기도 하고, 표정도 만들어가는 것이 처음엔 부담이더라고요. 지금은 어떻게 나를 표현해야 할지 연구하고 시도하고 있어요.”(이찬)

[오디컴퍼니 제공]

앙상블 배우로 각자의 길을 가던 세 사람에게 지금은 견디고 벼텨야 하는 시간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의 위기는 이들에게도 현실의 무게를 고스란히 안겨줬다. “일 년에 맞물리면 세 작품 정도를 했었는데, 이젠 오디션 자체가 없어요. 오디션으로 일 년 농사를 미리 지어야 하는 직업인데, 아무래도 걱정이죠.” 그럼에도 무대는 이들에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자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는 곳”(권수임)이다. 그런 와중에 만난 ‘드라큘라’는 “기회이자, 구원”(김서안)이었고, “상상해온 것을 실현한 판타지”(이찬)였으며, “잊지 못할 경험”(권수임)의 순간이 되고 있다.

“작품마다 다르지만 앙상블로 무대에 서다 보면 그림으로만 활용되는 경우도 있고, 출연이 많지 않은 경우도 있어요. 그럴 땐 참 아쉽고 무대에 대한 갈증을 느끼기도 해요. 뱀파이어 슬레이브는 많이 나오는 역할을 아니지만, 중요한 장면에 등장하니 더 효과적으로 보이려 노력하면서 무대의 소중함을 느끼게 돼요.” (권수임)

“앙상블은 배역의 이름이나 정해진 역할이 없이 여러 장면에 등장해야 해요. 그만큼 더 힘이 들기도 하고, 기술도 많아야 해서 몇 배의 연습이 필요해요. 뱀파이어 슬레이브라는 롤을 받은 덕분에 한 가지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지금 제게 가장 달라진 부분인 것 같아요.”(김서안)

처음으로 주어진 역할은 이들 모두에게 한 단계 나아가는 발판이 되고 있다. 무대에 서는 배우로서의 바람도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받으며 꿈을 키웠어요. 저 역시 제가 가진 작은 재능으로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는 주고 싶어요.”(김서안) “건강한 에너지를 주는 사람, 진실한 마음으로 매순간 집중해 무대에 서고 싶어요.”(이찬) “공감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어요.”(권수임)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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