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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과 가치가 먼저다, 소셜임팩트 이야기 ⑤] ‘퇴직 중장년’의 지혜와 경험을 살려줍니다, 상상우리의 대실험
사회적기업에 꽂힌 상상우리 신철호 대표의 꿈
50대초반 퇴직후 그 경험 사장되는게 안타까워
사회적기업 인증받고 중장년 일자리 발굴 지원
커리어 서비스와 특화된 교육으로 높은 취업률
교육만이 목적 아닌 중장년경험 살리기 솔루션
고향 연결 ‘금의환향 프로그램’ 앞으로 키울 것
사회적기업인 상상우리를 운영하는 신철호 대표. [사진=이건욱PD]

〈이 기사는 헤럴드와 유쾌한반란의 공동기획입니다. 헤럴드는 환경 중심의 철학을 실현하려는 언론이고, 유쾌한반란은 우리 주변의 작은 혁신을 통한 행복한 미래를 추구하는 사단법인입니다. 유쾌한반란은 특히 경제적가치 외에 환경 등 사회적가치를 업(業)철학으로 경영하는 소셜임팩트 기업을 회원사로 한 소셜임팩트포럼을 운영 중입니다. 이에 헤럴드와 유쾌한반란은 손을 잡고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이나 공유가치창출(CSV) 보다 더 큰 개념의 사회적가치를 실천하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탐방함으로써 사회적가치 기업문화를 전파하는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 “중장년의 경험과 지혜가 사회적 경제와 청년 스타트업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되도록 지원함으로써 사회혁신을 추구하고 소셜임팩트를 확산한다.”

이같은 미션을 추구하는 사회적기업인 ‘상상우리’의 신철호(43) 대표. 그가 지난 2009년부터 3~4년간 프랑스 파리에 본사가 있는 외국계기업인 세지딤스트레티직데이터코리아에서 헬스케어 애널리스트로 일할 때다. 당시 그는 ‘해외에서 일할 날이 올 수 있겠구나’ 생각하고,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마케팅 컨설턴트를 염두에 뒀다. 그리곤 마케팅 컨설팅을 하는 자격증인 경영지도사를 취득했다. 그때 친한 사람이 경영지도사 과목 중 시장조사론과 조사방법론의 강의를 부탁해왔다. 강의는 토요일에 진행됐는데, 수강생은 40~50여명의 중장년층이었다. “뭐, 용돈이나 벌어 볼까”라는 마음으로 강의를 시작했단다.

“강의를 듣는 이 중 한 분이 눈에 띄었어요. 국내에선 내로라하는 대기업 부장이었는데, 서울대를 나온 50대 초중반이었습니다. 잘 나가 보이는 대기업 부장인데, (이런 과정을 수강하니까)좀 의아했죠.”

물어봤다. 회사 다니느라 힘들텐데, 왜 굳이 토요일까지 나와서 이 강의를 들으시냐고. 그 분 대답은 이랬다. “제가 앞으로 3~4년 후면 회사를 그만둘 것인데, 무슨 일 할 것인가를 생각하면 답이 없어요. 할 게 없어요. 아는 분께 상담했더니 경영지도사를 따면 그래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해 왔습니다.”

대기업 부장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먹먹해졌단다. “대기업 부장이면 최소한 30년 가까이 근무했을 것이고, 긴 세월동안 직장에서 일해온 경험과 경륜, 지혜가 상당할 것인데 일을 그만두는 순간 다 사장되는 것이구나.”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런 부장님 경험이 회사에서 퇴직하는 순간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것은 국가적 낭비가 아닐까? 이런 분들이 꽤 많을텐데, 우리 사회는 엄청난 사회적비용을 낭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신 대표가 상상우리를 창업하게 된 동기가 된 한 일화다. “강의를 듣는 중장년층 대부분이 퇴직후 할 일이 없어서 일단 자격증이라도 따겠다는 이들이다보니 중장년의 퇴직후 일자리가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고, 심각한 이 현실을 누군가 바꿔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40~50대의 퇴직자는 급증 추세다. 40~50대의 비자발적 퇴직자는 50만명에 육박하며 중장년의 실제 퇴직연령은 49.1세로 낮아졌다. 이에 50대 초반의 퇴직 후 일자리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상상우리가 주목하는 사회문제가 바로 이것입니다. 우리가 ‘중장년의 경험과 지혜가 사회혁신의 자원이 되도록 한다’는 소셜미션을 내세우는 이유입니다.”

그가 사회적기업에 발을 들이게된 계기는 또 있다. 신 대표는 지난 2012년 우연히 텔레비전을 통해 사회적기업을 처음 접했다. 왠지 관심이 쏠렸다. 호기심이 몰려왔다. “그때부터 사회적기업과 관련된 책을 찾아 읽었고, 관련 영상을 샅샅이 찾아봤습니다. 막연히 제가 가야할 길이 이게 아닐까 했던 것 같아요.”

그런 상황에서 중장년의 퇴직 후 심각한 일자리 상황을 접했으니, 사회적기업의 길에 뛰어든 것은 어쩌면 운명이었는지 모른다고 신 대표는 말한다. “중장년층의 일자리 문제 개선에 기여하는 사회적기업을 그래서 만들었고, 2013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도전해 선정됐습니다. 함께일하는재단에서 인큐베이팅을 받으면서 사회적기업에 첫발을 들여놓은 것입니다.” 이후 꾸준히 사업을 성장시켰고, 2018년 온라인 사업을 시작했으며 현재는 중장년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 상담 이외에 온라인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으로 발전하게 됐단다.

사회적기업인 상상우리의 신철호 대표 동영상 인터뷰. [제작=이건욱PD]

‘창업’이란 단어는 신 대표에게 낯선 것은 아니다. 그는 사범대 출신이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사범대학(공주사범대)에 입학 했는데요. 1학년을 마치고 교사 하고 싶은 생각을 버렸고 창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120개 대학, 200개 창업동아리, 1만2000명의 회원이 있는 전국대학생창업동아리연합회의 임원을 했고요. 대학 3학년때는 전국회장을 맡게 되면서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1년간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전문가를 만나 해외 연수도 가서 교류도 하고 훌륭한 창업자들과 만남도 가지는 등 인생에서 소중한 경험들을 했던 시기란다. “임기가 끝날 무렵, 다른 전임 회장들처럼 창업을 해야 되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당시 제가 창업을 해야 되는 이유를 제 스스로 찾지 못했어요. 학교로 돌아가 학업을 한 후 졸업 후 미국으로 가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 약 10여년간 직장생활 후 사회적기업에 대해 알게 됐고, 사회적기업이라는 단어가 대학시절 창업동아리 활동을 하는 제 모습을 상기시켜줬고, 그래서 사회적기업에 몸담게 된 것 같아요.”

이렇게 상상우리는 생겨났다. 신 대표는 2013년 ‘상부상조하는 우리들’이란 뜻을 가진 상상우리를 창업했고, 서울역에 상상캔버스라는 공간을 만들었다. 출발은 좋았다. 소셜미션에 ‘가치’를 접목했기에 기존 중장년 대상의 비즈니스와는 다른 모습에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딱 ‘거기’까지였다.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니 자신감이 생겼어요. 2014년엔 여러가지 공모전에 도전했습니다. 대부분 공모전에서 예선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했습니다. 그런데 그 많던 공모전에서 단 하나의 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 되돌아보게 됐습니다.”

의문은 오래지않아 풀렸다. 2014년 말께 현재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인 김인선 당시 동부여성발전센터 센터장을 만나 상상우리를 심사했었던 얘기를 하던 중 ‘왜 상상우리가 선정되지 못했는지’에 대해 물어봤는데, 돌아온 말은 ‘상상우리는 훌륭한 회사이지만 다른 회사와의 차별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뭔가 다른 차별점이 있어야 한다고요. 상상우리 비즈니스 방향을 경쟁사보다 잘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하자라는 원칙을 세운 것은 그래서였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경쟁사와 다른 방향을 가고자 노력했고, 지금은 많은 차별화를 이뤘다고 자부합니다.”

이런 차별화를 지향함으로써 상상우리는 2014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우수상을 받았으며, 2019년엔 사회적경제기업 IR 오디션 최우수상, 같은해 서울시 50+일자리 사업 서울특별시장상을 수상했다.

상상우리는 지난 2013년 6월 21일 설립했고,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주요사업은 ‘재취업 교육 및 멘토링, 취업플랫폼 운영’이다. 직원수는 32명이다.

상상우리의 주요 사업 내용은 중장년 역량강화교육, 중장년 창취업 컨설팅, 온라인 취업플랫폼 운영 등이다. “상상우리의 비즈니스 축은 세가지로 이뤄집니다. 커리어서비스(Career Service), 사회혁신교육(Social Innovation), 교육연구개발(Education Methodology)이 바로 그것입니다.”

상상우리는 중장년층의 커리어서비스를 우선시한다. 신 대표에 따르면, 최근 50세를 전후로 많은 중장년이 퇴직을 하고 있고 이에 많은 이가 창업과 재취업을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1~2년 안에 다시 퇴직의 시장으로 나오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상상우리는 중장년이 가지고 있는 경험과 지혜를 사회적 경제시장과 청년스타트업시장에서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새로운 커리어를 오랜 기간동안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함께 하고 있단다. “상상우리는 중장년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만을 제공하는 회사가 아닙니다. 중장년의 경험과 지혜가 무한리필식으로 계속 사용될 수 있도록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솔루션기업입니다.”

상상우리는 또 사회혁신의 확대를 통해 지속가능하고 더 좋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활동을 진행 중이다. 사회혁신은 모든 사회구성원이 그 주체가 되며 그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활동을 통해 사회혁신의 가능성을 넓혀 나가도록 하는 개념이다. 이에 상상우리는 사회혁신에 대한 이론을 만들기보다는 사회적경제라는 시장에서 실행가로서의 역할을 추구한단다.

상상우리가 지향하는 또하나는 특화된 교육이다. 교육은 교육이 목적이 돼선 안된다는 게 이 회사의 철학이다. “상상우리는 교육의 결과에 집중하고 교육을 통해 새로운 가치와 성과를 얻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을 찾고 적용합니다. 교육의 효과는 단기간에 나오기 쉽지 않아요. 하지만 교육의 효과를 단계적으로 나누고 그 효과를 측정하며, 평가가 가능하도록 도구를 만드는 것이 상상우리 교육개발의 방향입니다. 효과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다양한 도구를 결합시키고 참여와 토론을 통해 진지함과 즐거움이 함께 공존하는 차별화된 교육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상상우리 교육 프로그램에는 원칙이 있다. 무조건 재미있고 흥미있어야 하고, 함께 참여하는 교육방식을 지향한다. “뭔가를 가르치는 게 아닙니다. 중장년층이 ‘자신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긍심을 되찾게 해주는 것, 그게 우리 프로그램의 핵심 포인트입니다.”

상상우리의 중장년층 교육 과정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0년 상상우리의 중장년층 대상의 모든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는 1000여명. 취업과정에는 500여명이 참여했다. 이중 취업률은 60~70%. 다른 유사한 중장년층 대상의 프로그램에서 배출한 중장년층의 취업률이 20% 남짓한 것에 비하면 매우 뛰어난 수치다. 이런 좋은 성적표는 상상우리만의 특화된 팀, 즉 일자리발굴팀의 역할과 무관치 않다. 상상우리의 차별화 포인트 중 하나가 바로 일자리발굴팀인데, 이 팀은 사회적기업과 청년스타트업, 중소기업 등의 일자리 정보를 집중적으로 얻어내고 결과적으로 빠른 타이밍에 양질의 일자리를 발굴하는 것을 전담한다. “일자리 정보를 남들보다 신속하게 발굴하고 탐색함으로써 많은 교육과정에서 취업률이 높게 나오도록 하는 것, 그게 상상우리만의 특화된 솔루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장년 일자리에 대한 ‘가치’에 집중하다보니 느낀 것이 많아진 신 대표는 소셜임팩트포럼에 회원사로 참여 중이다. 사업을 할수록 좀 더 많이 배워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다른 기업이나 좋은 리더들을 롤모델로 삼아 가르침을 받고 싶어서였다. “지속가능한 성장과 함께 훌륭한 다른 대표들과 함께 토론하고 공부하고 싶어 소셜임팩트포럼에 동참했어요. 상상우리는 중장년 시장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소셜임팩트포럼이 추구하는 ‘선한 영향력’을 갖고 싶어요. 성과를 차근차근 쌓아 중장년들이 가장 함께 하고 싶은 기업을 일구고 싶습니다.”

상상우리의 중장년층 대상 교육 프로그램에서 Q&A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상상우리]

신 대표는 지난 2012년 ‘보노보혁명’이라는 책을 읽곤 깊은 감명을 받았다. 책에서 막연했던 사회적기업의 방향과 궁극적인 지향점에 대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사회적기업의 가치와 나눔이라는 화두를 던진 그 책은 신 대표에게 문화적 충격이자,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는 일깨움으로 다가섰단다.

지금도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기분으로 사회적기업을 가꿔가고 있다는 신 대표. “사업을 하면서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을 자주 생각합니다. 일을 하면 좋은 일도 있을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때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일희일비하지 말고 묵묵히 걸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업 3년차쯤 폐업까지 고려할 정도로 경영이 힘들었던 시기를 극복한 이후 생긴 내공이 묻어난다.

그가 중장년층 대상의 일자리 창출 솔루션 기업을 운영하면서 깨달은 것이 또 있다면 인간에 대한 존중이다. “모든 사람은 존중받고 관심 받아야 할 존재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특히 사회적기업을 하고 사회적기업을 하려는 이들에게 창업교육을 하면서 모든 사회적기업의 본질적인 이유는 인간은 존중 받고 사람다운 삶을 가져야 한다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늘 기억하라고 강조합니다.”

신 대표가 열정을 바칠 다음 프로젝트는 ‘금의환향 프로그램’이다. 이는 서울에 있는 퇴직한 경력직 인재 중 지방에 고향을 둔 사람들을 고향에 있는 기업에 연결하고 그 기업에서 인재가 살 수 있는 셰어하우스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다. 상상우리는 셰어하우스 조성을 지원해줄 지자체와 협의 단계에 들어가면서 이 프로젝트를 구체화하고 있다. “금의환향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 싶어요. 이를 통해 상상우리의 영역을 서울경기권에서 전국으로 확장해가는 목표를 달성하고 싶어요. 중장년 인재를 채용하길 꺼려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3개월간 중장년을 파견한 후 검증 후 채용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새로운 수익창출과 중장년 채용을 유도하는 정책에 일조하고 싶습니다. 이게 이뤄지면 전국에서 가장 특화된 중장년 일자리 플랫폼으로 인정받지 않을까요?”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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