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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 주고 전세 갑니다”...1주택자도 발 묶였다
자녀 크면서 조금 더 큰 집 필요
갈아타려니 양도·취득세 수억원
해답은 ‘전세 주고 전세가기’ 뿐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는 25평입니다. 아기가 태어나기 전인 신혼부부 때 입주해서 약 7년 째 살고 있습니다. 내후년에 아이가 초등학교를 가고 그래서 30평대로 넓혀가려고 하는데 같은 아파트 34평형으로 갈아타기가 너무나 어려운 상황입니다. 가격 차이도 훨씬 더 벌어졌고, 기존 25평 양도세에 34평 취등록세만 해도 몇 억원을 세금으로 내야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서울 서초구 서초동 주민 A씨)

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각자의 필요와 선호에 따라 이사를 가고 싶은 1주택자들도 발이 묶였다. 최근 집값이 크게 뛴 데다 양도세와 취득세 부담이 커진 탓이다. 이 때문에 기존 집을 전세 주고 본인은 인근 지역의 큰 평수 전셋집을 알아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임대차보호법 등으로 전세 매물이 씨가 마르면서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서초구 서초동의 구축 소형아파트에 사는 A씨는 “큰 평수 아파트로 가려면 기존 집을 매도하고도 추가로 몇 억원이 더 필요한데 주택담보대출도 안나오고 양도세·취등록세까지 빼면 그 차이가 상상이상으로 커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 아파트를 쉽사리 매도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이 집은 전세를 주고 경기도 분당 등지의 큰 평수 아파트로 전셋집을 알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동작구 상도동 아파트 전용59㎡에 식구 3명이 살고 있는 B씨도 올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B씨는 “아파트 가격이 1년 6개월만에 4억원대에서 7억원대가 됐지만 전혀 기쁘지가 않다”면서 “상급지 아파트는 훨씬 더 올랐고 같은 단지 30평대 아파트는 9억원이 넘어버려 주거 사다리가 끊긴 느낌”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지금 팔았다가는 시간이 더 지난 뒤엔 비슷한 조건의 아파트도 못살 수 있고, 또 지금처럼 양도세·취득세를 벌금처럼 내야 한다면 결국은 전세 주고 전세 가는게 답”이라고 말했다.

통계상으로도 인기지역 소재, 넓은 면적 아파트로의 매도-매수 갈아타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추세다.

전국 아파트 가격 상위 20%의 가격과 하위 20% 가격의 비율인 ‘5분위 배율’은 2017년 5월 4.7배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올랐다. 배율이 높을수록 가격 격차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은 8.82배를 기록했다. 하위 20% 가격은 1억1978만원이었고, 상위 20% 가격은 10억5699만원을 나타냈다.

소형아파트(60㎡ 이하)와 중소형아파트(60㎡ 초과~85㎡ 이하) 사이의 가격 격차(일명 갭)도 점점 커지고 있다.

다만, 전세를 주고 전세를 가겠다는 계획도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평균 주택전세가격과 5분위 배율 역시 6월 7.1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위 20% 주택의 평균 전세가격이 6억2427만원을 넘어선 반면, 하위 20% 주택 전세가격은 8739만원에 불과했다.

한 현직 공인중개사는 “‘전세 주고 전세 살겠다’는 계획도 자금 사정을 고려하면 현재 보유한 집보다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급지’가 낮은 지역으로만 이동할 수 있다”면서 “게다가 임대차보호법 등 정부정책으로 전세가 점점 사라지고 월세가 늘어나고 있어서 자금 조건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민경 기자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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