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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피격 공무원, 도박·공황에 월북’ 발표한 해경…인권위 “인격권 침해”
해경, 작년 10월 공무원 실종·사망 수사내용 공개
“도박몰입, 공황상태서 현실도피 목적 월북” 발표
“내밀한 사생활·명예 관련…국민의 알권리 대상 아냐”
전문가 1명만 도박중독 진단 등 근거 불충분 정황까지
공무원 유족 측 “해경 주장, 허위로 드러나”…사과 촉구
국가인권위원회.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지난해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당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도박 중독, 공황 상태였다고 발표한 해양경찰청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침해’라는 판단을 내렸다.

인권위는 7일 연평도 공무원 사건과 관련 “해경이 중간수사를 발표하면서 고인의 사생활을 상세하게 공개하고 정신적 공황 상태라고 표현한 행위는 피해자와 유족의 인격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인권위는 해양경찰청장에게 당시 수사 실무 책임자에게 경고 조치하고, 실종·변사사건 발표 과정에서 가족에게 수사상황을 충분히 설명하도록 하는 등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해경은 지난해 이모 씨의 실종·사망 사건에 대한 2·3차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씨의 금융거래 내역과 채무금액을 공개했다. 또 도박 빚에 시달리던 이씨가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 도피의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다.

이씨 유족이 인권침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자, 해경은 이씨 관련 의혹이 계속 제기되는 상황이었고 월북 동기를 밝히기 위해 채무상황 등을 공개하는 게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고인의 채무상황 등에 대한 수사 내용은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의 영역이기도 하면서 명예와도 직접적이고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며 “국민의 알권리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뿐만 아니라 해경이 발표한 피해자의 채무금액이 충분한 자료나 사실에 근거한 객관적인 발표라 볼 수 없다고 봤다. 공황상태라는 진단 역시, 전문가 1명의 의견으로 공정한 발표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인권위가 확인한 해경 내사기록을 보면, 이씨가 고도의 도박중독 상태라는 의견을 낸 전문가는 7명 중 단 1명이었다. 다른 전문가들은 당사자 사망 상태에서 제한된 정보만으로 도박장애 여부를 진단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었다.

다만 인권위는 해경과 함께 진정이 제기된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서는 각하 결정을 내렸다. 당시 신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월북을 감행할 경우 사살하기도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었다.

인권위는 “개인적 의견에 터잡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단순히 정치적 주장을 한 것에 불과하므로, 국회의원의 업무 수행과 관련된 인권침해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씨 유족의 법률대리인인 김기윤 변호사는 “도박으로 인한 채무가 많아 정신공황이 와서 월북을 했다는 (해경)주장의 근거는 허위일 뿐만 아니라 신빙성이 없게 된 것”이라며 해경 측에 사과를 촉구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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