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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軍은 2013년·2017년에도 그랬다

“군의 특수성은 고려하되 시대의 변화와 국민의 요구에 부응한 선진 병영문화를 만들어나가는 데 훌륭한 길잡이 역할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최근 병영 전반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출범한 민관군 합동위원회에서 남긴 당부의 말이다. 위원회는 문재인 대통령이 성추행 피해 공군 이모 중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개별 사안을 넘어 종합적으로 병영문화를 개선할 기구를 설치하라고 지시한 데 따라 출범했다.

성폭력뿐 아니라 장병 인권보호, 생활여건 개선, 그리고 군 사법제도 개선 분야까지 아우르고 현역과 예비역 출신 위원을 10% 선으로 낮추고 분과별 전문가 중심의 민간위원 비율을 높이는 등 나름 애쓴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제 막 첫발을 뗀 상황에서 미안한 얘기지만 군 안팎에선 위원회에 대한 기대감은 그리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군이 국민적 공분을 야기한 대형 사고가 벌어질 때마다 개선 마련과 재발 방지를 공언하며 기구를 설치하고 종합대책을 내놓은 게 한두 번이 아닌 탓이다.

굵직굵직한 것만 해도 김대중 정부의 한국형 병영문화 창출, 노무현 정부의 범정부 병영문화개선대책위원회, 이명박 정부의 병영문화선진화방안, 박근혜 정부의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 등을 꼽을 수 있다.

성폭력으로 범위를 좁혀도 마찬가지다. 2013년 육군 여군 대위는 ‘하룻밤만 같이 자면 편하게 군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겠다’던 직속 선임 소령의 요구를 거절했다 괴롭힘을 당하던 끝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2017년 해군 여군 대위는 당시 대령인 ‘상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공교롭게도 2021년 공군 이 중사 사건까지 4년마다 군내 성폭력으로 인한 안타까운 비극이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군 당국은 2013년과 2017년 사건이 공론화된 뒤에도 가해자를 곧바로 퇴출시키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비롯한 가해 묵인·방관 처벌, 성인지 교육 확대 등 성범죄 근절 종합대책과 가해자·피해자 분리와 양성평등위원회와 성범죄특별대책전담팀 설치 등 온갖 대책을 백가쟁명식으로 쏟아냈다. 그러나 이 중사 사건이 보여주듯 군내 성폭력 실태는 이전에 비해 나아졌다고 얘기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오히려 성폭력 사건에 대처하는 군의 조직적 은폐·축소·회유의 민낯은 더 뻔뻔해지고 조직화된 양상마저 드러내고 있다.

군내 성폭력 실태 수준은 개탄스러울 정도다.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군내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은 총 771건으로, 월평균 64건에 달한다. 군내에서 매일 2건 이상의 성폭력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2019년 군 성폭력 실태조사에서 기관에 보고·신고한 비율이 32.7%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치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군은 유사시 살상과 파괴 임무를 수행하는 특수조직이다. 서 장관이 성폭력뿐 아니라 병영문화 개선 방안을 논의할 위원회에서 ‘군의 특수성’을 언급한 것은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그러나 군을 바라보는 ‘국민의 보편성’을 쫓지 못한 채 ‘군의 특수성’만 고집한다면 4년 뒤 제2, 제3의 이 중사와 같은 피해자는 또 생길 수밖에 없다.

신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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