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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으로 갔다 서로가는 정책을 누가 믿나” [부동산360]
오락가락 부동산 정책에 불신 고조
정책따로, 시장따로 꼬여버려
거대여당 주도하며 정치논리가 압도
시장무시한 각종 대책 부작용 난무, 시장 혼란
무주택자·1주택자·다주택자 모두 불만
정부는 ‘집값 상투 잡는다’ 구두 경고만 남발

[헤럴드경제=권남근 건설부동산부장] 요즘 부동산 대책을 보고 있으면 답답하기 그지 없다. 국회, 정부에서 마구잡이로 쏟아 내다보니 대책 횟수를 세는 것도 무의미해졌다. 정부는 ‘집값 안정’이라는 오래된 레코드판만 돌리고 있다. 경제부총리가 금리 인상을 들며, ‘고점 경고’를 외치고 있지만 시장에선 먹히지 않는다. 국민들이 4년 간 속아왔기 때문이다. 정부의 의도는 그러지 않았겠지만 ‘집값 잡는다’던 정부를 믿고 기다렸던 국민들에겐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4년 간 서울 아파트 값 상승률 두배는 놀랍지도 않은 뉴스다. 이미 올 상반기 상승률이 지난해 연간 상승률을 웃도는 지자체가 전국의 절반을 넘는다. 올 하반기 집값·전셋값 상승을 예고하는 지표가 차고 넘친다.

스무번이 넘는 부동산 정책도 시장에서 효과가 나지 않으면서 정책 불신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모습 [헤럴드경제DB]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매주 공급대책을 발표해온 정부로선 답답할 지경일 것이다. 여당도 4·7 재보선의 참패를 겪으며 재산세 완화 및 송영길 표 공급대책(누구나집) 등을 내놨지만 감흥은 떨어진다. 이유는 자명하다. 명확한 목표 없이 여당은 ‘표’만 의식했고, 정부는 국회에 휘둘렸다. 선명성은 있지만 현실성은 떨어진다.

결국 갑론을박 끝에 상위 2% 종합부동산세 부과라는 전세계에 유례없는 대책까지 나왔다. 하지만 매년 종부세 대상 공시가격이 바뀐다. 과세요건 법정주의 등 세제상의 문제점 등을 기획재정부가 조목조목 설명하고 따졌어야 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은 여당에 휘둘리고 말았다. 정권이 바뀌면 또 고쳐야 할지도 모른다. 현 정부에서 위상이 급격히 떨어진 경제부처 처지를 보면 이해할 만도 하다. 하지만 정권 초중반 부동산 정책이 정치인 출신 국토부 장관의 실정(失政)에 산으로 갔고, 후반에는 아예 거대여당이 주도하다보니 뒤죽박죽 돼 버렸다. 인기영합주의가 우선이 되고 그나마 정책을 잘 아는 정부 관료의 의견은 불신 속에 배제됐다.

잘못 끼워진 첫단추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모든 단추가 얽혀 버렸다. 무주택자·1주택자·다주택자 누구도 만족하지 못한다. 무주택자는 껑충 올라버린 집값에, 1주택자는 끊어진 ‘주거 사다리’ 때문에 조금 더 넓은 평수로 갈아타기 어려워진 현실에 불만이다. 정부가 ‘공공의 적’으로 낙인찍은 다주택자는 오락가락하는 임대사업자 정책과 유례없는 세금 폭탄에 아연실색이다.

봇물 터지듯 나오는 청와대 고위직과 국회의원들의 내로남불격 부동산 투기는 가뜩이나 화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불가피한 사연을 둘러대지만 국민 개개인에도 각각의 사정들이 있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정책 추진의 반대 세력으로 치부하며 거세게 밀어붙였다.

하지만 아직도 정신을 못차린 듯하다. 표 계산에 이념적 정책만 남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편 종부세처럼 2%와 98%의 구도에 맞춘 정책이 과연 시장에 먹힐까. 당연히 2%, 98% 모두 불만인 결과가 나온다. 결국 100% 모두 만족못한다는 의미다. 시행 1년이 된 임대차보호법만 봐도 알 수 있다. 집주인은 집주인대로, 세입자는 세입자대로 힘들다. 세입자를 내보내려면 수천만의 웃돈을 줘야하는 ‘홍남기 위로금’이 이제 당연시되고 있다. 세입자가 계약갱신을 해도 도장이 채 마르기도 전에 2년 뒤에 시세에 맞춰 올려줄 전세금부터 걱정해야 할 판이다.

정부 내에서도 여당의 오락가락 정책에 대해 “정책이 동으로 갔다, 서로 갔다 한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얼마 전 만난 한 전 경제부처 고위관료는 “초창기 부동산 대책을 짤 때 정책의 실효성과 부작용을 충분히 감안했어야 하는데 정치 논리에 압도돼 정책이 무리하게 나왔고, 그 부작용을 지금 고스란히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논리에 누더기가 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민심이 어디로 향할 지는 자명하다.

happy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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