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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유아 침습성 질환, 폐렴구균 백신이 예방효과”
이환종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혈액·뇌척수액·관절 등에 균...생명위협
19A 혈청형 감염많아 13가 백신이 최상

어린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라면 한 번쯤 아이가 열이 나 급히 병원을 찾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해열제를 먹인 뒤 회복되면 다행이지만 간혹 수막염, 중이염과 같은 침습성 질환을 진단받아 오랜 시간 고생하는 경우도 있다. 드물지만 심각한 후유증이 남거나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이런 치명적인 침습성 질환이지만 국내 영유아 국가예방접종사업(NIP)으로 폐렴구균 백신이 도입된 2014년부터 영유아의 침습성 질환 발생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40년 이상 서울대병원에서 소아과 전문의로 감염질환을 다뤄온 이환종(사진)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에게 폐렴구균으로 인한 침습성 질환의 심각성과 백신 접종 필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이 교수는 “침습성 감염이란 혈액, 뇌척수액, 관절 등 신체 내 균이 존재해서는 안 되는 조직에 균이 감염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침습성 감염 질환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중증 질환이다. 특히 뇌수막염의 경우 치료 이후 생존하더라도 후유증이 남을 수 있는데 폐렴구균은 뇌수막염을 일으키는 균 중에서도 중증도가 심하고 다른 균보다 사망률이 높다”고 말했다.

문제는 아이가 침습성 질환에 감염되었더라도 조기에 발견이 어렵다는 점이다. 모든 침습성 감염 증상의 99%는 발열이다. 힘이 없고 무기력증,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것도 기본적인 증상이다. 하지만 이런 증상은 일반적인 감기에서도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 교수는 “소아과 의사로서도 감기와 침습성 질환을 진단만으로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며 “가장 쉬운 판단 기준은 열이 나면서도 잘 논다면 큰 병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열이 나면서도 잘 놀지 못하고, 해열제를 먹여도 효과가 없거나, 열이 떨어지더라도 힘이 없으면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미국의 경우 열이 나면 침습성 감염을 구분하기 위해 혈액배양검사를 진행하지만 국내에서는 비용적인 문제도 있고 영유아에게 채혈을 해야하는 부담감으로 인해 혈액배양검사에 의사와 보호자 모두 꺼리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선별해내기 어려운 침습성 질환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 폐렴구균 백신은 가장 최상의 선택지다. 특히 2000년 7가 단백접합백신이 개발된 이후 10가, 13가 백신이 개발되면서 폐렴구균 감염의 90% 가량이 백신을 통해 해결되고 있다.

이 교수는 “폐렴구균 백신을 이해하려면 혈청형을 이해해야 하는데 폐렴구균은 약 104가지의 혈청형 중 10가지 정도가 전체 질환의 90%를 유발한다”며 “처음 침습성 감염의 80%를 일으키는 7가지 혈청형을 선정해 7가 백신이 개발됐다”고 말했다. 이어서 “문제는 나머지 20% 혈청형은 포함이 되지 않아 그로 인한 질환은 계속 발생하게 되었다”며 “특히 백신 혈청형으로 인한 질환은 크게 줄어들었으나 19A혈청형로 인한 질환은 대치 현상으로 인해 오히려 발생 빈도가 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19A 혈청형은 우리나라처럼 항생제를 많이 쓰는 지역에서 발생 빈도가 높다. 이 교수는 “1991년부터 수집한 데이터에 따르면 백신 사용 전부터 19A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며 분리된 혈청형 중 18%가 19A였다”며 “19A 혈청형의 유전자 분석을 해보면 ST320이라고 하는 항생제 내성균주였다”고 말했다. 즉 항생제 사용으로 인해 생긴 내성균이 19A 혈청형으로 인한 감염률을 높이는 원인이었다고 추측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이 교수는 현재 접종 가능한 폐렴구균 백신 중 19A 혈청형을 커버(예방)할 수 있는 13가 백신을 선호한다고 했다. “2014년에 폐렴구균 예방백신이 국가예방접종사업에 포함할 때 백신을 한가지만 포함할 것인지, 또는 두 가지 다 사용할 것인지를 두고 토론이 이어졌었다”며 “당시 국내에서 빈번하게 발견되는 혈청형(19A, 6A)을 커버할 수 있는 13가 예방백신을 사용해야 하는데 10가 예방백신 개발사에서 자사 10가 백신에 포함된 19F가 19A를 커버한다고 주장했고 정부와 의료진에서도 백신에 대한 선택권을 갖는 것이 좋겠다고 해 두 가지를 같이 도입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 교수는 영유아와 성인 모두 폐렴구균 백신 접종에 적극적으로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교수는 “폐렴구균 백신이 질환 위험성을 고려해 국가예방접종사업에 포함된 만큼 시기에 맞춰 반드시 접종을 진행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특히 아이들이 성인에게 폐렴구균을 옮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성인/고령자에서 폐렴구균으로 인한 질환이 늘고 있는 상황이어서 성인도 접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특히 면역력이 약한 고령자의 경우 아이를 통한 폐렴구균 감염 위험성을 고려해 정부에서 권하는 23가 다당질 백신에 13가 백신을 함께 맞아도 좋다”고 조언했다. 손인규 기자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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