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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달 전 유찰가보다 4000만원 비싸게 낙찰…‘집값 상승기’ 경매법정 가보니[부동산360]
일산 역세권 소형 아파트에 24명 몰려
한 달 전엔 응찰자 안 나타났던 매물
초보 투자자도 연습삼아 응찰…경매 열기 실감
오피스텔도 9명 경쟁…드문 ‘동차’ 사례 나타나
참가자 성별·연령 다양…“일반 재테크로 자리 잡아”
지난 29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열린 경매법정 외부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경매참가자들의 모습. 이날 법원은 오전 10시20분부터 11시20분까지 입찰 접수를 받은 뒤, 11시20분부터 한 시간여동안 낙찰 결과를 발표했다. 이민경 기자.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동 강선마을3단지 아파트에 입찰한 스물네분 모두 앞으로 나오세요.”

지난 29일 오전 열린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경매법정은 발표가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사람들로 붐볐다. 보통의 경매법정에서 마지막 즈음 응찰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한산한 것과 상반된 모습이었다. 한 차례 유찰돼 감정가의 70%인 1억8550만원부터 입찰할 수 있는 일산서구 주엽동 전용면적 52㎡ 아파트 때문이다. 지하철 3호선 주엽역과 1km 이내 위치한 소형 아파트여서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이는 물건이다.

24명이 우르르 법정 앞쪽으로 나갔다. 집행관이 가장 높은 가격에 입찰한 응찰자를 발표했다. 3억222만원에 입찰한 유 모씨였다. 탈락한 23명은 우측 줄로 이동해 법원 직원에게 입찰자용 수취증을 건네고 보증금(약 1855만원)이 든 입찰봉투를 돌려받았다. 낙찰받은 유 씨만이 좌측으로 이동해 일종의 계약서를 작성했다.

재밌는 건 이 아파트는 지난 5월 25일 첫 경매에서 감정가 2억6500만원에 경매를 진행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유찰된 물건이라는 사실이다. 고양 지역 경매에선 한 차례 유찰되면 다음 경매에서 감정가 보다 30% 낮은 가격에 경매를 다시 진행한다. 그런데 한 달 만에 다시 열린 이날 경매에서 오히려 감정가보다도 4000만원 가량 비싸게 낙찰됐다.

현장에 동행한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은 “오늘처럼 치열하게 경합해 힘겹게 당첨되는 것보다 한달 전 홀로 입찰해 감정가에 낙찰받았다면 오히려 그것이 진정한 고수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감정가보다 비싸게 낙찰됐지만 최근 이 지역 집값 상승세가 가파른 걸 고려하면 손해를 본 낙찰은 아니라고 강 소장은 설명했다. 이 아파트 해당 면적의 호가는 현재 3억2000만원에서 3억4000만원 정도로 형성돼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상황은 또 있었다. 역시 이날 경매가 진행된 일산서구 탄현동 두산위브더제니스 전용면적 94㎡에도 6명이나 몰리면서 감정가(6억11000만원) 보다 높은 6억4179만원에 낙찰됐다. 이 아파트도 지난 5월 25일 첫 경매에 응찰자가 한 명도 없어 유찰된 후, 이번에 감정가의 70%를 최저가로 경매를 진행했다. 역시 첫 경매에 감정가로 입찰했으면 경쟁없이 3000만원 이상 싸게 낙찰받을 수 있었다.

강 소장은 “1차 땐 인기 없어 유찰된 물건이라도 2차 때 달라진 시장 분위기에서 응찰자가 대거 몰리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며 “매매시장이 단기간에 급등하면 이런 상황이 자주 생긴다”고 말했다.

이날 경매 법정엔 경매 현장을 직접 체험하고 싶어 방문한 경매 초보부터, 가족과 함께 동행한 중년 부부, 슬리퍼를 신거나 등산화를 신고 동네 마실가 듯 나온 20대~30대 남성도 보였다. 중장년층의 남성보다는 30대~40대의 여성이 더 큰 비율을 차지하는 듯했다.

현장에서 만난 A씨는 “오늘 처음 경매법정에 와 연습 삼아 최저가액으로 적어서 입찰해봤다”면서 “최저가라도 쓰면서 참여해 보니 몰입도 자체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강 소장은 “경매가 ‘전문꾼의 영역’이란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일반인의 재태크 영역으로 완연히 들어선 모양새”라고 해석했다.

참가자들은 혼자 오기도 했고 가족과 함께 동행하기도 했다. 낙찰자들은 마스크를 써서 표정이 여실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되도록 조용히 티 내지 않고 법정을 빠져나가는 분위기였다. 반대로 일부 탈락자들은 푸념을 크게 내뱉기도 했다.

법정 뒤편에서 누가 낙찰자가 되는 지를 유심히 지켜보다가 따라붙는 제2금융권 브로커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강 소장은 “낙찰자를 금융기관과 연결 시켜주면 금융기관이 브로커에게 수수료를 지급한다”며 “경매가 활발할수록 이런 사람들이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이날 파주시 파평면의 농지를 낙찰받은 한 참가자는 대출을 소개시켜주겠다고 접근한 브로커에게 “대출은 필요없다”고 단칼에 거절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법원은 코로나 방역활동의 일환으로 법원 건물 밖에 임시 천막을 설치해 대기인원을 수용하고 있었다. 참가자들은 이곳에서 기일입찰표 등을 미리 작성하도록 안내받았다. 이민경기자.

이날 경매법원에선 20년 경력의 경매전문가인 강 소장조차 좀처럼 보지 못했던 광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파주시 문산읍의 주거용 오피스텔(73.95㎡)에 총 9명이 응찰했는데, 두 명이 동시에 똑같은 금액으로 가장 높은 입찰가를 썼다. 백만원 단위까지 똑같은 1억4200만원이다. 이 오피스텔의 최저가액은 1억2397만원이었다.

두 응찰자만 다시 한 번 하얀색 가림막 안으로 들어가 새로 적어낼 금액을 고심했다. 한 사람은 약 600만원을 올려 1억4799만9999원을 적어냈다. 치열한 눈치싸움이 엿보이는 숫자다. 또다른 한 사람은 400만원을 올려 1억4600만1원을 적어냈다. 이 오피스텔은 첫번째 사람 몫으로 돌아갔다.

강 소장은 “경매 좀 해 본 사람들은 혹여나 이런 일이 발생할까 10만원, 1만원 단위까지 전부 숫자를 적어낸다”면서 “주거용 오피스텔에도 이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은 확실히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말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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