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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산업경쟁력 잃게 만드는 탄소중립이 무슨 의미 있나

정부가 최근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에 제출한 ‘정부 합동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는 차라리 안쓰럽다. 과연 이게 정통 관료들이 모여 합동으로 만든 게 맞나 싶을 정도다. 고육지책도 이 정도면 거의 코미디다.

정부는 국내 발전량의 41.9%(2018년 기준)를 차지하는 석탄 발전을 2050년까지 완전 퇴출키로 했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은 26.8%에서 7.5%로 줄이고 원전 비중은 23%에서 7%로 낮춘다. 앞으로 30년 동안 무슨 발전소든 사용 연한이 끝나면 거의 무조건 문을 닫는다는 계획이다.

대신 현재 2~3%에 불과한 태양광·풍력의 비중은 60.9%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그래도 모자라는 건 러시아와 중국에서 수입한다는 계획이다. 그들이 전기를 팔지 말지도 모르는데 들여오겠다는 것도 우습지만 북한을 통해 육상으로 송전선을 깔겠다는 데엔 더 할 말이 없어진다. 마치 탄소중립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까지 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게 시나리오의 목적처럼 보인다.

물론 탈원전의 지속과 대북관계 개선을 원하는 정부의 의도를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다. 김정은이 “핵단추가 내 책상 위에 있다”고 위협하며 우리 정부를 무시한 채 대화든 대결이든 미국하고만 하겠다는데, 어떻게 북한에 송전선 깔겠다는 발상을 하는지 놀라울 뿐이다. 전기는 생활과 산업의 기초다. 대외 환경의 영향을 최소화하는게 기본이다. 그런데 멀쩡한 전기 독립국에서 적성국가에 의존하는 전기 예속국으로 몰고 가겠다는 건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탄소배출 최소화 노력은 이제 당연한 책무다. 하지만 그건 생존이 먼저다. 생존을 위협하는 탄소중립이 무슨 의미가 있나. 최근 시의적절하다고 평가받는 그린뉴딜 수소경제도 전 세계적 경쟁력을 키워 수소산업을 주도하자는 게 목적이다. 기업들이 너도나도 뛰어들며 정부 정책에 발맞추는 것도 사업성과 친환경을 동시에 잡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 산업의 중요한 경쟁력 중 하나는 품질 좋고 가격 낮은 전력 환경이다. 그 기반에 원전이 있다. 원전을 없애고 풍력·태양광에 의존하겠다는 건 높아질 전기료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발상이다.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기업 생존을 위협하는 산업경쟁력 저하 시나리오인 셈이다.

마침 김부겸 국무총리는 탄소중립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이다. 그는 원전에 관해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판단을 해왔다. 이미 완성된 원전을 묵혀선 안 된다며 직접 승인 요청을 하겠다고 말할 정도다. 코미디 같은 시나리오도 합리적으로 판단하길 바란다.

kw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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