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대선 후보 경선 일정을 두고 대선주자뿐만 아니라 소속 의원들 사이에 내홍이 이어졌던 더불어민주당이 지도부 차원에서 “경선 일정을 현행 당헌·당규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선 일정 유지를 주장해온 이재명 경기지사 측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민주당 대선 후보는 오는 9월 초에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현행 당원 규정과 원칙에 따라 제20대 대선 경선 일정을 진행키로 했다”라며 “당이 하나로 가야 한다는 합의 아래 이견이 있는 최고위원들의 양해가 있었다. 우리 집권당은 어려운 시기에 당내 경선을 질서 있게 진행하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송 대표의 발언은 사실상 현행 당헌·당규에 명시된 ‘대선 180일 전 후보 선출’ 일정을 따르겠다는 뜻으로, 경선 일정 연기를 주장해온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이날 당 지도부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격론 끝에 합의를 이뤘다. 일부 최고위원이 ‘경선 일정은 당무위에서 의결할 사안’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지만, 송 대표의 설득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의결 직전 각 대선주자들과 당 고문들의 최종 의견 수렴 과정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당내 의원들 중 일부는 “경선 일정을 당 지도부가 독단으로 결정하지 말고 당무위원회를 소집해 의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를 지지하는 의원들이 당무위 소집을 건의하는 내용의 연판장을 돌리기도 했지만, 논의 막판 ‘당내 분란을 조장시킬 수 있다’는 반대 여론 탓에 실제 제출되지는 않았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대선 경선 일정을 변경하는 것은 또 다른 분란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송 대표가 강조했다. 의원총회에서 얘기도 듣고 대선기획단으로부터 일정안을 보고받은 뒤 결정한 사안이기 때문에 더는 미루지 않겠다는 지도부의 의사 표현인 셈”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대신 일부 의원들이 제기한 ‘코로나19로 인한 대선 흥행 장애’ 등의 주장을 바탕으로 경선 일정을 역대 최장 기간인 75일로 설정했다. 지난 18대와 19대 대선 때보다도 길어진 일정으로, 의원들의 의견을 절충한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가 경선 일정을 확정지으며 민주당의 내년 대선 후보는 오는 9월에 확정될 전망이다. 고 대변인은 “대선경선기획단이 제출한 일정대로 오는 7월에 예비경선을 통해 컷오프가 이뤄지고 오는 9월 5일까지 최종 후보 선출을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만약 결선에서 특정 후보가 과반 득표를 얻지 못하더라도 9월 10일이 대선 경선의 마지노선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야권 후보로 대선 출마가 거론되고 있는 최재형 감사원장은 내주 초 감사원장직을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장 임기를 6개월 남긴 시점에서의 사퇴로, 사실상의 대선 행보로 풀이된다. 다만, 대선 출마와 관련해서는 정치적 중립성 훼손 논란을 의식해 “곧장 발표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