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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벽한 몸매 집착, 폭식 불러”…2030 ‘보디 프로필 열풍’ 속 허상
“보디 프로필 촬영 후 폭식증·생리불순”
트레이너가 상업적으로 이용하기도
전문가 “자기계발 과열과 맞물린 현상”
최근 급격히 체지방을 감량, 근육이 드러난 몸 사진을 찍는 ‘보디 프로필’이 2030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가운데 과도한 운동과 식이조절에 따른 부작용도 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헬스장에서 몸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123rf]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직장인 김모(30·여) 씨는 3년 전 다니던 헬스장에서 다이어트 성공 홍보모델을 구한다는 말에 ‘보디 프로필’ 촬영에 도전했다. 완벽한 몸매를 위해 김씨는 두 달간 주 5일 2시간씩 근력·유산소운동을 했다. 체중 10㎏을 감량하고 촬영을 마쳤지만 김씨의 몸은 망가졌다.

김씨는 “당시 모든 생활을 다이어트에 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체중계의 숫자가 0.1㎏ 왔다갔다하는 것에 극도로 예민해졌다”고 회상했다. 이뿐 아니라 그는 생리불순과 폭식증도 겪게 됐다. 김씨는 “음식에 대한 욕구를 참을 수 없었다”며 “2개월 동안 염분이 거의 없는 음식으로 식단관리를 하다 다시 기름진 음식을 먹다 보니 피부에도 트러블이 심하게 생기고 요요(현상)가 찾아왔다”고 했다.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는 단기간 운동으로 체지방을 급격히 감량해 근육이 드러난 몸 사진을 찍는 보디 프로필이 유행하고 있다.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과도한 운동과 식이조절 탓에 부작용이 크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5일 오전 10시 현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 검색 결과, 보디 프로필 관련 해시태그 게시물만 199만여개, 보디 프로필 의상 해시태그 게시물도 4만여개나 된다.

보디 프로필 촬영은 3~6개월 동안 헬스장에서 개인 트레이닝을 받고 전문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닭가슴살·샐러드 등 염분이 거의 없는 극단적인 식단관리도 병행한다. 촬영 직전에는 체내 수분을 줄이기 위해 며칠간 물을 마시지 않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보디 프로필을 준비하는 데에 수십만~수백만원의 개인 트레이닝비용과 30만~40만원 이상의 스튜디오촬영비는 물론 의상·헤어·메이크업 비용이 든다.

기존에는 보디빌딩 선수들이 준비하던 보디 프로필에 일반인까지 도전하면서 무리한 다이어트 등으로 부작용을 겪는 사례도 늘어났다. 인터넷 커뮤니티, 유튜브 등에서는 요요 현상, 우울감으로 “보디 프로필을 찍은 걸 후회한다”는 등의 후기가 올라오고 있다.

한 유튜버는 “보디 프로필의 불편한 진실을 알려드리겠다”며 “촬영 이후 음식에 대한 집착이 폭발하고 호르몬 이상으로 생리도 끊겨 정신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다”고 했다.

SNS상에서 급격히 ‘보디 프로필 촬영’이 유행하자 헬스트레이너 등이 회원 유치를 위해 보디 프로필 촬영을 상업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경북 포항에서 헬스트레이너로 일했던 A씨는 “요즘에는 트레이너들이 회원 유지 목적으로 보디 프로필을 찍으라고 강권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디 프로필을 준비한다고 하면 기본 두세 달은 퍼스널 트레이닝 재등록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디 프로필 촬영비는 기본 50만~60만원이 넘는다”며 “스튜디오촬영비 30만~40만원에 헤어스타일링, 메이크업, 의상비용까지 든다”고 덧붙였다.

A씨가 근무하던 헬스장에서는 보디 프로필을 준비하던 한 회원이 염분을 극단적으로 조절하다가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간 일도 있었다. A씨는 “그 회원은 이후 비염증성 수포성 질환인 한포진까지 얻었다”며 “일반인은 절대 무리해서 도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최근 젊은 세대에서 아침에 자기계발을 하는 ‘미라클 모닝’처럼 자기계발 열풍과 함께 타인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한 바람이 맞물려 보디 프로필 도전이 늘었다”며 “그러나 지나친 보디 프로필 열풍은 보여지는 몸에 대해 강박적인 집착과 거식증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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