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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꼭 주사로 맞아야 돼?”…세계는 먹는 치료제 개발 중
기존 허가받은 치료제 모두 ‘주사제’
효과는 있으나 일부 환자만 적용 한계
복용 편리·병원 이송없이 간편하게 치료
MSD·화이자·대웅 등 경구제 개발 중
궤양성 대장염·당뇨약 등도 경구제로

최근 제약 기업들의 경구제(먹는 약)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보통 일반의약품 중에는 알약 형태로 된 경구제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코로나19 치료제처럼 주사제가 많은 전문의약품 중에도 경구제로 개발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아직 많은 사람이 주사제에 대한 거부감이 큰 상황에서 효과가 비슷하다면 복용 편의성이 높은 경구제에 대한 수요는 계속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사제는 제약 많아…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한창=현재 국내외에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경구제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기존 코로나19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렘데시비르나 렉키로나는 모두 주사제다. 효과가 있다고는 하지만 주사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환자도 많고 일부 환자에게만 적용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김승택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인수공통바이러스팀장은 “렘데시비르는 항바이러스제로, 바이러스의 복제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감염 초기에만 쓸 수 있다”며 “사용이 제한적인 데다 주사제이기에 환자 중에는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해 사용에 더욱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지금 개발되고 있는 코로나19 치료제는 대부분 경구제다. 그중 미국 MSD의 개발속도가 가장 빠르다. MSD는 리지백 바이오테라퓨틱스와 함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의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약은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하루 두 번, 5일간 복용하는 방식이다.

MSD가 밝힌 2a상 연구결과에 따르면 투여 후 5일이 된 시점에 몰누피라비르 투여군에서는 바이러스가 검출된 환자가 없었다. 반면 대조군에선 24%(25명 중 6명)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돼 약물의 효과가 확인됐다. MSD는 올 하반기 3상 종료 후 미 FDA에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미국 정부는 이미 이 치료제의 가능성을 보고 12억달러(1조3000억원)를 들여 선구매계약했고 한국 정부도 선구매를 위해 MSD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화이자도 경구용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화이자는 3월 말부터 코로나19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PF-07321332’의 임상 1상에 들어갔는데 화이자 측은 환자가 입원할 필요 없이 감염 초기에 처방받을 수 있는 경구용 치료제라고 설명했다. PF-07321332는 프로테아제라고 불리는 효소를 억제해 바이러스가 인체 내 세포에서 자기복제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을 한다.

국내 제약사 중에는 대웅제약의 ‘코비블록(성분명 카모스타트)’이 최근 임상 2상을 완료했다. 대웅제약은 300여명 규모의 코로나19 경증 환자에게 투약을 완료했고 임상시험 자료를 분석 중이다. 여기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면 3분기 내에 조건부 허가 신청을 하고 동시에 임상 3상도 진행할 계획이다.

부광약품은 항바이러스제 ‘레보비르’를 코로나19 경증~중등증 치료제로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신풍제약은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를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 2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현재 국내외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는 모두 경구제다. 코로나19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앞으로는 복용이 편한 경구제에 대한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가 좋은 예다. 김 팀장은 “신종플루에 게임체인저가 된 타미플루는 효과도 그렇지만 경구제로 복용이 편리하다는 것이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며 “코로나19 감염자 대부분이 경증인 상황에서 일부에게만 사용할 수 있는 주사제보다는 경구제의 사용 범위가 더 넓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주헌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범정부지원 사무국 총괄팀장은 “현재는 생활치료센터에 있는 경증 환자 중 고위험군 환자만 병원으로 옮겨 정맥주사(항체치료제)를 맞지만 경구제가 나오면 병원 이송 없이 더 많은 환자가 간편하게 치료받을 수 있다”며 “경구제 개발 성공 시 코로나 치료·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궤양성 대장염·당뇨약 등도 경구제로… 복용 편의성에 환자들 선호=한편 그동안 주로 주사제로 개발돼왔던 다른 질환 치료제도 최근 경구제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염증성 장질환 중 하나인 궤양성 대장염은 주로 생물학적 제제(주사제)가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경구제로 개발하는 기업이 나타났다. 브리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궤양성 대장염 경구용 치료제로 후보물질 ‘BBT-401’을 개발 중이다. 이 약물은 경구로 투여했을 때 전신 흡수가 되지 않고 위장관에만 체류하며 약효를 보이는 것이 장점이다. 고바이오랩은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해서 궤양성 대장염 경증~중등증 환자 치료를 위한 경구제(KBL697)를 개발 중이다.

한편 대웅제약은 디앤디파마텍과 경구용 펩타이드·단백질 의약품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펩타이드·단백질 의약품은 생체 기능을 촉진하는 효과가 크지만 위장에서 소화효소로 인해 성분이 분해돼버리는 한계가 있어 경구제로 개발하기 어려웠다. 디앤디파마텍은 펩타이드·단백질 성분을 경구용 의약품으로 변환하는 독자적인 경구화 제제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당뇨병 치료제 중에서도 경구제 개발이 한창이다. 당뇨병 치료제 중 하나인 GLP-1 유사체는 지금까지 주사제로만 개발됐다. 그런데 노보노디스크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리벨서스정(성분명 세마글루티드)’에 대한 허가 신청을 했다. GLP-1 유사체는 당화혈색소, 체중, 혈당 감소 효과가 뛰어나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사용량이 늘고 있지만 주사제라는 점 때문에 다른 계열의 경구제에 비해 사용에 한계가 있었다. 리벨서스정은 주사제의 부담은 덜면서 효과는 기존 주사제와 유사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사제는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거나 스스로 주사를 놓는다 해도 집 이외의 장소에서 투약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런 점들 때문에 아직 많은 환자가 주사제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반면 경구제는 장소와 시간의 제약 없이 쉽고 빠르게 복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특히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하는 만성 질환자라면 경구제에 대한 선호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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