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지난 4월 종영한 Mnet ‘고등래퍼4’ 파이널에서 5위를 차지한 이상재(17, Lil Nekh 릴네크)는 전라북도 완주가 고향이다.

이상재는 전주에서 태어나 어릴때 완주군 봉동읍으로 이사와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아버지는 현대자동차 공장이 있는 주변 화학공장에 다닌다. 이상재가 힙합에 입문한 과정은 특이했다.

“초등학교 5학년때 친한 여자아이가 힙합에 빠졌다. 저에게 ‘쇼미더머니’ 같은 힙합프로그램을 많이 보여줬다. 가사도 일기처럼 쓰게 했는데, 어느 순간 저도 랩에 빠지게 됐다. 6학년때 핸드폰에 녹음한 랩을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선배들이 찾아와 좋다고 말해줬다.”

중학교에 진학한 이상재는 힙합을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유튜브로 랩을 올리며 열심히 했지만, 지방에서 랩을 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팀 유튜브에서 만난 황세현의 아버지가 서울 중랑구에서 셰어하우스를 하고 있어 한 층을 지방에서 온 래퍼들이 사용하게 됐다. 이상재도 그 곳에서 거주하며 황세현과는 단짝이 됐다.

“‘고등래퍼4’를 할 때도 세현의 신세를 많이 졌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제가 음악을 한다고 집에서 돈을 달라고 하기 힘들다. 앞으로 돈도 많이 벌어 밀린 월세를 갚아나가고 싶다.”

이상재는 힙합을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지만 목소리에 오토튠을 장착했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기본기와 실력이 탄탄하다. 질주감 있는 유려한 랩은 장래가 촉망된다고 볼 수 있는 요인이다.

‘고등래퍼4’ 파이널에서는 행복의 메시지를 담고자 우주선을 컨셉으로 한 곡을 불렀다. 그는 “우주는 넓고, 쓸쓸하고, 어둡고, 춥다. 세상에 나와 보니까, 고향을 떠나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나왔지만 힘이 든다. 그런 심정을 지니고 있지만, 나로호처럼 높게 올라가겠다는 의지를 담아 불렀다.”

이 마지막 무대에는 특히 멘토인 사이먼 도미닉과 로꼬가 직접 무대에 오르는 것은 물론 리프트까지 동원하며 스케일 큰 무대를 보여줘 오래 기억에 남게했다.

이상재는 어린 시절 물고기를 잡고, 놀았던 완주의 넉넉한 자연환경이 랩을 하는 감성으로 묻어난다.

“완주는 정이 많다. 사람들이 따뜻하다. 서울에 왔을 때는 무뚝뚝하다 차가웠다. 하지만 친구들이 많이 생겼다. 교과서 랩배틀 팀대항전에 함께 나간 (허)원혁 형과는 친구가 됐다. ‘고등래퍼’에서 나보다 랩을 잘하는 (황)세현도 소중한 친구다. 강요셉은 같은 팀원이라 탈락했을 때 정말 아쉬웠다. 팀원을 한 명 잃는 기분은 내가 잘못한 것 같은 느낌이다.”

이상재는 힙합에 점점 깊이 빠져들고 있다. 미국 힙합 가수 영떡(Young thug, 멈블링, 싱잉랩, 트랩 장르를 주류 힙합으로 만든 아티스트 중 한 명)의 광팬이다.

“영떡을 많이 찾아 들었다. 12시간 들으면서 이명이 들릴 정도였다. 싱잉랩도 해봤다. 나도 영떡을 닮아가는 것 같았다.”

이상재는 왜 힙합을 좋아할까?

“인간 본성에서 나오는 가사라 솔직하고, 벅차오르는 느낌이다. 힙합의 본능적인 사운드도 좋다. 영떡이 만든 YSL레코드 스타일, 슬라임이라고 하는 사운드적인 음악, 알앤비적인 것을 하고 싶다. 여러가지를 해보고 싶다. 아직 레이블에 소속되려고 하는 건 아니다.”

이상재는 여유가 생긴다면 연기도 하고싶다고 했다. 멋있어 보이는 배우도 꼭 하고 싶다는 것. 하지만 지금은 훌륭한 힙합 가수가 되는 게 목표다.

“‘고등래퍼’의 실력을 낮게 보고, 출연을 꺼리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방송에 나왔을때 장점과 단점이 알려져 부족한 점을 보강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경연이 고맙다. 앞으로도 여러가지를 보여주고 싶다. 호불호가 분명해도 자기색깔이 분명한 가수가 되고싶다.”

이상재는 지난 5월 황세현이 발매한 EP 앨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의 ‘I deserve it’과 ‘Greenlight’에 피처링으로 참가하기도 했다. 이상재의 힙합 행보는 본격 시작됐다.

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