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한국 유엔 가입 30주년 기념 국제포럼에서 전직 유엔대사들이 대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영진·박인국·김숙·오준·조태열 전 유엔대사. [연합] |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21세기 한국외교는 양·다자 구분없이 이슈중심의 대응전략을 짜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기후변화와 신기술분야 등 전략안보 개념이 새로 정립한 시대에 복합적이면서도 심층적인 접근이 동시가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7일 서울 포시슨즈호텔에서 진행된 ‘유엔 가입 30주년 국제포럼’에서 오준 전 유엔대사 “세계화 시대에서 이제는 이슈 전문가들을 많이 양성해야 할 때”라며 대사는 “다자외교와 양자외교라는 그런 채널, 형식을 기준으로 구분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11~13일(현지시간) 주요7개국(G7) 정상회담에서 초청국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면서 국제사회에서 높아진 한국의 위상이 확인됐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각국 정상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국제질서 정립과 규범을 공고화하기 위해 한국에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유엔 가입 30주년을 맞는 한국은 어느덧 유엔에 주권국가로서의 지위를 호소하던 국가에서 기후변화와 같은 글로벌 현안에 선도적으로 대응하는 국가로 성장했다.
그러나 한국외교의 무대는 아직 ‘양자’ 중심에 머물러있다. 동북아방역협의체와 동북아평화플랫폼 등 다자외교 플랫폼을 주도하는 데에는 제한적인 역량을 보이고 있다. 전직 유엔대사들이 유엔을 이용한 ‘다자외교’ 역량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이유다. 박인국 전 유엔대사는 “유엔은 일종의 도덕적 정당성을 갖고 있다”며 “유엔 무대가 있었기에 우리가 지속가능한 성장(SDGs) 개념을 만들고 그것이 ESG(환경·사회·거버넌스)로 나아갔다”고 말했다.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한국 유엔 가입 30주년 기념 국제포럼에서 전직 유엔대사들이 대담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 부터 최영진·박인국·김숙·오준·조태열 전 유엔대사. [연합] |
김숙 전 유엔대사는 북핵문제도 결과적으로 유엔 차원에서 협의가 진행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꼬집었다. 김 전 대사는 “조항으로 봤을 때 유엔 차원에서 북한 제재를 해제하거나 할 수 있을 만한 상황은 아니다”며 “북한이 적어도 세계가 수락할 수 있는 수준으로 원칙적으로 비핵화를 수락해 핵 관련 신고를 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증에 착수하면서 최소한의 핵물질을 국외반출할 수 있으면 유엔 조항상 제재를 일부 해제하는 방안이 긍정적으로 검토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미중전략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유엔을 활용해 미중 협력분야를 넓혀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최영진 전 유엔대사는 미국과 중국과 같은 강대국도 결국 국제통상 기준이나 기술규범 등을 유엔에서 논의한다며 결국 “미중관계를 풀어나가는 데에 유엔에서 우리 국익을 찾아나가는 논리도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박수길, 최영진, 박인국, 김숙, 오전, 조태열 등 여섯명의 전직 유엔대사들이 참석한 토론회는 유엔 가입 30주년 국제포럼 2번째 세션으로 마련됐다.
외교부는 유엔 가입 30주년을 맞아, 유엔 총회시 2024-25년 임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선거 캠페인을 공식 출범하는 한편, 유엔의 날 기념 유엔본부 문화공연, 외교구술사 세미나, 한-유엔 군축비확산회의, 해양법 국제학술회의, 여성과 함께하는 평화 국제회의, 유엔 평화유지장관회의 등 다양한 연중 행사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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