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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주 5·18 비호하고 北 김정일 부자 옹호한다’ 法, “명예훼손 무죄”
‘5·18 비호했다’는 표현, 명예훼손하지 않아
“단순한 의견 표명”
“허위 사실이더라도 명예훼손하지 않으면 무죄”
서울동부지법. [연합]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탈북자들의 단체 대화방에서 특정인을 지칭하며 ‘광주 5·18 비호하고 김일성 김정일 부자를 옹호한다’는 내용의 글을 작성해 명예훼손으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 A씨에 대해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렸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 전경세 판사는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지난 3일 무죄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지난 2019년 9월 21 탈북자 등 약 128명이 참여하고 있는 ‘탈북지식인성명’ 단체 대화방에서 피해자 B씨를 지칭하며 “너 같이 전라도 광주 5·18을 비호하고 김일성과 김정일을 옹호하는 애들은 이 방에 있으면 안되지”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탈북민의 탈을 쓰고 북한 살인마 김일성과 김정일을 비호하고 문재인과 같이 탈북민 모자를 굶겨 죽였는데 문재인과 같은 자들의 사타구니에 붙어 돌아가는 인간 쓰레기들은 지식인 방에서 쫓아내야 된다”는 취지의 글을 작성했다.

재판부는 ‘전라도 광주 5·18을 비호했다’는 A씨의 주장이 B씨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기 위해서는 그 내용이 구체적이어야 하며, 허위 사실이더라도 사회적 가치 및 평가를 침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B씨가 광주 5·18을 비호한 경위 등에 관한 언급은 없었지만, 재판부는 5·18 민주화 운동에 관한 역사적, 법적 평가가 확립돼 있는 상황에서 이를 비호했다는 것만으로는 B씨의 사회적 평판이 침해될 가능성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김정은과 김정일을 옹호했다’는 표현이 증거에 의해 입증이 가능하고 판단할 진술 사실인가 의견인가 구별할 때는 언어 통상적 의미와 용법을 고려한다”는 대법원의 판례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A씨가 인신공격적 표현을 사용해 피해자에 대한 주관적 의견 표현 내지 추상적 판단을 나타낸 것일 뿐이지 구체적 사실을 드러낸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사 측은 ‘문재인과 같은 자들의 사타구니에 붙어 돌아가는’의 의미를 피해자가 ‘문재인에게 기대어 산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이를 명예훼손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B씨가 ‘문재인이 소속된 정치 세력의 의견에 동조한다’는 사실을 경멸적 표현을 사용해 수사적으로 표현했다고 보고,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또 A씨는 같은 해 12월 7일 피해자를 두고 온라인 상에서 “B씨가 며칠 전에 나도 모르는 일을 검찰에 또 고소했다”며 “고소, 고발을 낙으로 여기고 남들 괴롭히는 일을 즐기는 스타일인가봐요”라고 글을 남겼다.

재판부는 “고발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고발인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B씨가 검찰에 고소한 사실이 없어도 B씨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없다면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무죄라고 판단했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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