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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싼맛에 직구한 탈모치료제…열받은 두피는 ‘毛落毛落’
탈모치료 호르몬 억제제 ‘핀페시아’ 등 국내 미허가
해외직구 사이트·중고거래 플랫폼 등서 불법유통
효능·안전성 미검증…복용후 부작용 호소글 잇달아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 대한피부과의사회가 피부과 전문의약품 불법 유통의 위험성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전문의약품의 온라인 판매 광고 적발은 2016년 2만4928건에서 2019년 3만7343건으로, 4년 새 50% 가까이 증가했다. 최근 5년간(2015~2020년 8월) 총 15만5435건의 광고가 적발된 가운데 이 중 7%(1만255건)는 피부질환 치료제가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준 대한피부과의사회장(아름다운나라피부과의원 원장)은 “전문의약품은 반드시 의료진의 처방이 있어야 하는데도 확인되지 않은 온라인 직구 사이트를 통해 불법 거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피부과 영역에서도 이러한 불법 유통 사례가 많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최근엔 판매행위가 중고 거래 플랫폼과 SNS 등으로 확대되면서 의료계의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불법 거래 품목은 ‘탈모치료제’다. 탈모는 원인과 증상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뉘는데 국내에서 가장 흔한 유형은 남성형 탈모다. 남성형 탈모 치료에는 호르몬을 억제하는 피나스테리드 등의 5알파 환원효소 억제제 약물치료가 주로 사용된다. 피나스테리드의 오리지널 제제는 ‘프로페시아’인데, 현재 직구로 문제가 되는 제품은 국내 허가를 받지 않은 제네릭 제제인 ‘핀페시아’로 알려져 있다. 국내 허가된 제품들과 비교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 때문에 불법임을 알고도 이를 찾는 탈모 환자가 많다.

문제는 핀페시아가 국내에 허가된 의약품이 아니어서 효능을 담보할 수 없고, 부작용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실제 탈모 환자들이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핀페시아 복용 후 부작용을 호소하는 게시글이 올라온다. 주로 언급되는 부작용은 발기부전, 사정장애, 무기력증, 여성형 유방증 등이다. 또 오리지널 제제를 복용하다 핀페시아로 바꾼 후 탈모 증상이 더 악화됐다는 내용의 게시글도 다수 확인된다.

탈모 모발 이식을 주로 하는 조항래 대한피부과의사회 총무이사(오킴스피부과 원장)는 “탈모는 유형에 따라 치료법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의의 올바른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 또한 핀페시아와 같은 무허가 제네릭 제제는 오리지널 제제와 효능·안전성이 동일하다는 검증이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유통 과정도 불분명해 불순물 혼입 위험이 크고 부작용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불법 거래는 탈모 치료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여드름 치료에 사용되는 이소트레티노인 제네릭 제제인 ‘아큐파인’의 불법 거래도 기승을 부린다. 해당 제제는 태아 기형 등 부작용 우려에 해당 약을 처방받을 때는 반드시 전문의의 진단과 처방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약 또한 SNS에서 검색만 하면 구매대행업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외에도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의 발표에 따르면 포진 치료에 사용하는 아시클로버 제제 또한 해외 불법 사이트 및 구매대행 사이트에서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제제는 현재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만 하면 구매대행 게시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전문의약품 거래는 현행법상 명백히 불법이다. 약사법에 따라 약국 개설자가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취득할 수 없으며(제44조, 50조), 정보통신망을 통해 의약품 판매를 알선하거나 광고·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제61조2).

하지만 보건 당국의 감시와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 직구의 경우 해외 IP로 등록된 사이트가 많아 추적이 어렵기도 하고, 약사법상은 불법이지만 관세법상 소액·소량 의약품을 자가 사용 목적으로 수입하는 경우 수입 신고 및 관세를 면제하고 있는 탓에 허점이 있다. 또 중고 거래 플랫폼이나 SNS 등을 통한 거래는 개인과 개인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모든 거래를 일일이 감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한피부과의사회는 좀더 현실적인 처벌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상준 회장은 “전문의약품 오남용은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정부 차원에서의 대응이 시급해 보인다. 현재 약사법에서는 판매자만 처벌이 되는데 앞으로는 구매자에 대한 처벌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해 국회에서도 쌍방처벌에 대한 법안이 발의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외에도 대국민신고제 등을 활용해 법망을 피해가는 사례가 없게끔 더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 회장은 “특히 피부 질환은 중증 질환 대비 가볍게 여겨질 때가 많아 치료제의 불법 유통도 더 쉽게 이뤄지는 것 같다. 하지만 약물의 부작용은 피부뿐 아니라 전신에 걸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꼭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먼저 진단받은 후 합법적인 과정을 통해 약을 처방받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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