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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주 건물 붕괴참사 ‘인재 가능성’…안전 감리·철거 허가 받았는지 집중 수사
전담수사팀, 수사본부로 격상
업무상 과실 여부 수사력 집중
토산 쌓아 굴삭기가 부수는 방식
붕괴예방 안전감리자 지정했어야
시공사 HDC현산, 현장찾아 사과

광주 철거 건물 붕괴 사고가 안전 관리 미흡에 따른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본부를 편성하고 사고원인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사고 현장에사는 매몰자 수색 작업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추가 매몰자가 발견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10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전날 광주경찰청에 편성한 합동 전담수사팀을 수사본부로 격상하고, 광주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와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를 투입했다. 국수본은 이번 사고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국민적 관심이 높은 점을 고려해 수사를 총괄 지휘하기로 했다.

수사본부는 원청업체와 철거 하청업체 등을 대상으로 철거 현장에서 안전수칙 규정을 준수했는지 등 업무상 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허술한 안전관리가 사고가 유발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지난해 5월 제정, 시행된 ‘건축물관리법’에 따르면 건물을 철거할 때 지방자치단체에 안전계획을 포함한 해체계획서를 제출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연면적 500㎡나 건물 높이 12m 이상, 지상·지하 3개 층을 넘는 건물은 모두 허가 대상이다. 또 지자체는 해체 작업 안전 관리를 위해 감리를 지정해야 한다.

전날 무너진 건물은 5층짜리 상가 건물로, 지자체 허가 대상이다. 경찰 수사본부는 해당 건물이 지자체 허가를 받았는지, 현장에서 해체계획서나 화재·붕괴 방지 대책 등 안전관리 대책에 맞게 공사하는지 관리하는 감리를 제대로 두고 있었는지 등을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장 작업자들은 철거 작업 첫날인 사고 당일, 붕괴된 건물 옆에 비슷한 높이의 토산을 쌓아 굴삭기를 올려놓고 구조물을 부수는 방식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해당 건물이 미허가 상태로 붕괴 사고로 이어졌다면 책임자는 중형에 처해질 수 있다. 건축물관리법은 허가를 받지 않고 철거하다 공중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사상자가 발생하면 무기 또는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광주 남구 방림동 주민 이현철(54) 씨는 “가림막을 해놓고 철거 작업 중이던데, 재개발 현장이 도로와 붙어 있어 항상 불안했는데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났다”며 “도로가 바로 옆인데 건물을 철거하면서 가림막만 쳐 놨으니 무슨 힘이 있겠냐”고 지적했다.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사고 발생에 대해 사과하고 피해자·유가족 지원을 약속했다 . 권순호 HDC현산 사장은 이날 오전 사고 현장에 도착해 “일어나지 말아야 할 사고가 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분과 유가족, 부상을 입으신 분들께 말할 수 없을 만큼 죄송하다”고 말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도 현장을 찾아 사과하고 사고 수습을 지휘하고 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건설업체들의 안전불감증과 하청·감리 관련 문제가 시정되도록 정부와 국회에 제도개선을 건의하고, 앞으로 재개발, 재건축 건설 현장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에 나서겠다”며 재발 방지를 강조했다.

경찰은 피해자·유족들을 위해 ‘피해자보호전담팀’을 편성했다. 수시로 수사 진행상황을 설명하고, 치료와 심리안정 등 지원활동을 병행할 예정이다.

사고 현장에서는 이틀째 추가 매몰자를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건물 잔해 아래에 깔린 시내버스에서 운전기사와 승객 등 17명을 구조한 이후 추가로 발견된 매몰자는 없다. 사고 당시 작업자들이 모두 대피해 건물 안에는 사람이 없었다.

수색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경찰·소방·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기관은 현장 감식을 통해 붕괴 원인을 규명할 예정이다.

앞서 이번 사고는 전날 오후 4시 22분께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 철거 공사 중 5층짜리 건물이 통째로 무너지면서 건물 앞 정류장에 정차한 시내버스 1대를 덮치면서 발생했다.

함몰된 버스 안에 갇힌 17명 가운데 9명이 숨지고 7명이 중상을 입었다. 경상을 입은 1명은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전날 밤 늦게 퇴원했다.

강승연·김은희, 광주=박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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