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접종 덕에 얼굴 맞댄 부부
눈시울 붉히며 입원 아내 위로
일요일이었던 지난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세곡동 강남구립 행복요양병원 1층 면회실에서 환자 정혜원(오른쪽) 씨와 남편 조병혁 씨가 대면 면회 중 서로 손을 꼭 붙잡고 있다. 신주희 기자 |
“아이고, 아이고. (이렇게 직접 만나니)좋지, 좋아?”
일요일이었던 지난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세곡동 강남구립 행복요양병원 1층 면회실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차 접종을 마친 정혜원(81) 씨와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을 마친 남편 조병혁(85) 씨가 1년 3개월 만에 직접 만났다.
남편 조씨는 15분 동안 단 한 순간도 아내와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조씨의 두 손은 정씨의 왼손을, 아들 조윤행(53) 씨의 손은 정씨의 오른손을 잡은 채 손가락 마디마디를 어루만졌다.
어머니와 마주 보게 된 아들 조씨는 면회가 시작되자마자 눈시울을 붉혔다. 이들은 같은 날 오지 못한 가족의 근황과 정씨의 안부를 물었던 지인의 소식을 나눴다.
“고개 좀 더 들어 줘”라며 조씨는 아내와 계속 눈을 맞추며 이마와 머리를 번갈아 매만졌다. 면회실 책상 위 맞잡은 세 사람의 손은 작은 떨림은 계속됐다. 가족들은 환자복 사이의 정 씨의 팔을 만지며 “근육이 없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그동안 요양병원·요양시설은 임종 등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 비대면 면회만 가능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1일부터 입원 환자나 면회객 중 한 명이라도 2차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2주가 지난 경우 대면 면회를 허용했다.
남편 조씨와 정씨는 54년 넘게 결혼 생활을 한 부부로 대면 면회 전에도 매주 전화를 하고 병원 1층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비접촉 면회를 해 왔다.
남편 조씨는 “직접 만날 수 없어 늘 마음이 안쓰러웠다”면서 “집사람을 만날 생각에 전날 기분이 좋아지고 흥분이 됐다”고 말했다.
아들 조씨는 “대면 접촉을 하면 직접 서로의 체온을 느낄 수 있는데 이 점에서 차이가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비접촉 면회를 할 때 날씨가 안 좋은 날에는 연세가 있으신 아버지가 밖에서 면회를 해야 해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노인 분들에게 추운 날 기온이 굉장히 큰 제약이 된다”면서 “이제 안으로 들어와서 직접 대면 면회를 할 수 있게 된 점이 좋다”고도 했다. 이들은 정씨가 입원하고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정기적으로 면회를 해 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면 면회가 금지되자 창 하나를 두고 비 오는 날에는 밖에서 우산을 쓴 채, 겨울에는 추위 속에서 면회를 해야 했다.
면회 시간이 끝나 아내가 병실로 돌아가는 순간에도 남편 조씨는 쉽게 손을 놓지 못했다. 휠체어를 탄 아내와 눈을 맞추고자 허리를 숙여 “아이고, 또 봐”라며 인사를 했다. 정씨는 말없이 한 손을 올려 출구로 나가는 남편 조씨 쪽으로 손 인사를 보냈다.
같은 시각, 대면 면회를 하지 못하는 가족들은 유리창 사이를 두고 전화기를 통해 비접촉 면회를 이어나갔다. 이날 행복요양병원에서 이뤄진 비접촉 면회는 30여 건, 대면 면회은 4건이었다. 신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