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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잣집·대도시 출신 ‘금수저’만 명문대行…中엔 더이상 ‘계층 사다리’ 없다
역대 최다 대입 응시인원…명문대 입학 도농격차는 확대
현대판 신분제 후커우…도농간 입시 양극화 심화
과외·좋은 학군 위해선 돈과 빽이 필수
[123rf, 각 대학 홈페이지]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지난 2017년 중국 대입시험 ‘가오카오(高考)’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던 한 학생의 인터뷰가 온라인상에서 많은 공감을 끌어냈다. 오늘날 중국이 처한 현실을 신랄하게 짚어냈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관의 아들이었던 이 학생은 자신이 양육과 교육 과정에서 특권을 누렸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모든 가오카오 최고 득점자들은 이제 부유한 집안 출신”이라며 “농촌 출신 학생들이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력을 통해 사회적 지위를 높일 수 있는 ‘등용문(登龍門)’으로 여겨지던 가오카오가 ‘계층 사다리’로서의 역할이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입시에서 더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한 과외가 성행하면서 부모의 부(富)가 성적에 미치는 영향이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고 있는데다, ‘후커우(戶口)’라 불리는 중국 특유의 호적 제도를 통해 지역별 대입 인원을 제한하면서 대도시 소재 명문대의 대도시 지역 학생 비율이 점점 높아지며 부와 계층의 세습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역대 최다 대입 응시인원…명문대 입학 도농격차는 확대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오는 7~8일 치러지는 가오카오에는 중국 전역에서 1078만명이 접수했다. 이는 지난해 응시인원 1071만명보다 약 7만명 늘어난 것이다. 역대 가오카오 응시인원 중 사상 최대 규모다.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의 비중은 1977년 약 4.8%에서 최근 80%까지 올랐다. 하지만, 가오카오 성적 상위 1% 학생들이 진학하는 일명 ‘명문 대학’의 신입생 중 농촌 학생들의 비중은 해마다 줄고 있다는 것이 중국 내 교육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가오카오가 진행되는 중국 한 고사장의 모습. [로이터]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대도시 지역 학생의 2.8%가 상위 1% 명문 대학에 입학하고 있는데 비해, 농촌 학생들의 경우 전체의 0.3%만이 명문대에 입학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판 신분제 후커우…도농간 입시 양극화 심화

중국 특유의 대학 배정 방식 역시 양극화를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상위 1% 명문 대학들은 대부분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 등 크고 부유한 대도시에 집중돼 있다. 중국의 가장 유명한 두 대학인 베이징대학과 칭화(淸華)대학도 베이징에 있다.

그리고 이들 대학들은 결과적으로 농촌 지역 출신 학생들보다 대도시 출신 학생들에게 더 넓은 입학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 ‘도농 분리’에 핵심을 두고 있는 중국의 후커우 제도에 기반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출신 지역에 따라 합격 점수도 다르게 적용된다. 예를 들어 베이징대의 경우 베이징 출신이 합격하는 점수가 750점 만전에 720점이라며, 수험생이 상대적으로 많은 광둥(廣東)성 출신은 740점을 받아야 한다.

중국 국영 중앙(CC)TV에 따르면 명문대 소재 지역 학생들의 명문대 합격률은 전체의 약 1% 수준이지만, 타지역의 경우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특유의 호적 제도 '후커우(戶口)' 증명서의 모습. [SCMP]

심지어 칭화대와 미국 스탠퍼드대가 지난 2015년 공동으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중국에서 다섯번째로 가난한 군(郡)의 후커우를 가진 학생이 대학에 갈 가능성은 대도시 지역 학생의 7분의 1, 명문 대학에 입학할 확률은 14분의 1에 불과했다.

스콧 로젤 스탠퍼드대 연구원은 “도시 지역 학생의 75%가 대학에 진학하는 반면, 농촌 지역 학생들은 15%만이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며 “현재 중국 내 14세 이하 청소년의 약 80%가 농촌 지역 허커우를 갖고 있는 상황에 도농간 격차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과외·좋은 학군 위해선 돈과 빽이 필수

사교육의 성행도 계층간 격차를 더 공고히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운동 능력과 예술적 재능 등으로 명문 대학 입학이 가능해지면서 부유층에게 돌아가는 수혜도 더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입시에 필요한 각종 훈련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은 대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부유층의 전유물이기 때문이다.

학군별로 존재하는 각종 ‘수수료’도 농촌 지역 빈곤층에게는 부담이다. 심한 경우 연간 순소득의 80% 이상이 수수료로 들어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왔다.

[북경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 응한 한 중국인은 “지역에서 유명한 우수 중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추가 요금을 지불하거나, 강력한 연줄을 통해야 한다”며 “나 스스로도 이런 연줄을 통해 좋은 학군의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이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낮은 가능성을 뚫고 명문 대학에 진학한 농촌 출신 학생들은 대학생이 된 이후에도 소외감을 느끼는 것이 현실이다.

농촌 출신으로 명문대에 진학한 왕젠위 씨는 “향후 직업 선택에서 유리할 것이란 판단에 대학 전공으로 금융학을 선택했다”며 “하지만, 대도시 부유층 출신 동료 학생들이 부모의 연줄을 이용해 대형 금융회사에서 인턴십 과정을 손쉽게 경험하는 것을 보고 그들과의 차이점과 자신의 한계를 절실히 깨달았다”고 말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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