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압박의 그림자가 전 세계에 드리우고 있다.

주요 국가는 물론 글로벌 주요 경제 블록들이 잇따라 관련 수치를 발표하며 인플레이션 상승을 경고하고 나선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물가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일(현지시간) 36개 회원국들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3% 상승했다고 집계했다. 이는 지난 2008년 10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주요 경제 블록별로 봤을 때도 물가 상승률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글로벌 경제 활동의 5분의 4를 차지하는 주요 20개국(G20)의 4월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8%로 지난 3월 3.1보다 더 높아져 1년여 만에 최대폭을 기록했다.

주요 7개국(G7)의 4월 물가 상승률도 전년 동월 대비 2.9% 올랐다.

이보다 앞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에서도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를 웃돌고 있다는 통계치가 발표된 바 있다.

지난 1일 EU 통계당국인 유로스타트는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국인 유로존의 5월 CPI가 전년 동기 대비 2%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결과는 전달(1.6%)이나 유럽중앙은행(ECB)의 물가목표치인 ‘2% 근접’을 넘어서는 수치다. 특히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의 5월 CPI는 2.5%로 가장 가파르게 상승했다. 2011년 이후 최고치다.

미국도 4월 CPI가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4.2%를 기록했다.

문제는 경제의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물가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미 연준은 이날 공개한 경기 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에서 “국가 경제가 지난 두 달 동안 이전 보고서의 조사 기간에 비해 다소 더 빠른 속도로 확장됐다”며 “전체적인 물가 압력이 지난번 보고서보다 더 높아졌다”고 밝혔다.

연준은 보고서를 통해 기업들의 구인난과 유가 등 원자재가 상승이 물가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보고서는 4월 초부터 지난달 25일까지 12개 연방준비은행(연은) 관할 구역의 경기 흐름을 평가한 것으로, 오는 15~16일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때 기초 자료로 쓰인다.

조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의 필요성에 대한 연준 고위 인사의 언급도 나왔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채는 이날 “연준이 월 1200억달러 규모의 자산매입 축소에 관해 최소한 생각해 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인플레이션 압박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로렌스 분 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많은 사람이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던 1970년대와 비교하고 있지만 세상은 매우 달라졌다”며 “우리는 더 개방적이고, 노조와 물가연동제(indexation)가 그때와 같은 수준이 아니며 인구통계도 다르다”고 지적했다. 신동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