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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이상 방치 안돼...업권법 제정 정보불균형·반칙부터 잡아야” [가상자산 법률전문가 좌담회]

가상자산의 대장 격인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출렁이고 있다. 한때 8000만원을 넘보던 비트코인 가격이 4000만원 선까지 떨어졌다. 중국 금융 당국은 아예 가상자산 거래를 불허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롤러코스터 장세가 이어지면서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혼란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에 헤럴드경제는 블록체인 분야에서 규제 전문가로 활약 중인 법무법인 광장 윤종수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조정희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한서희 변호사와 함께 대화를 통해 현재 우리 규제 현실을 진단하고,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다.

윤 변호사는 한국 블록체인법학회 부회장, 가상자산업권법 입법 태스크포스(TF) 위원으로 활동 중이고, 광장 블록체인팀 팀장을 맡고 있다. 조 변호사는 세종 디지털테크팀 팀장으로, 대한변협 블록체인특별위원회 위원,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한 변호사는 블록체인법학회 이사,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으로, 현재 바른 4차산업혁명컨설팅팀에서 활약 중이다.

-과연 가상자산 거래는 도박과 다름없는 것일까.

▶한 변호사=도박은 아니다. 도박이야 100% 우연에 의해서 결정되는 걸 말한다. 가상자산이 스펙트럼이 넓고, 가격변동성이 큰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박이라고 한다면 이 세상에 도박으로 봐야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가상자산은 산업이 있고, 그에 기반해서 만들어진 자산이다. 가격변동성이 크다는 것 때문에 도박으로 보는 것은 왜곡된 시각이다.

-가상자산 거래 관련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이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 규제는 어디까지 왔나.

▶조 변호사=정부에서 가지고 있는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태도는 2017년 코인 투기 광풍 현상을 겪으면서 형성됐다. 규제 당국 입장에서 이해할 수 없는 자산이 나타나고, 갑자기 사람들이 엄청나게 투자를 하기 시작하는데, 금융 당국에서 통제할 수도 없다는 공포가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첫 만남이 별로 안 좋았던 거다. 당시에 이미 금융선진국들은 가상자산에 대해서 적절하게 규제하기 위한 법률을 만들었는데, 우리 당국에서는 없애야 되는 대상, 아니면 손대지 말아야 하는 대상 그렇게 생각한 것 같다.

-가상자산업의 근거가 되는 ‘업권법’ 제정 논의도 이뤄진다. 이러한 입법이 이뤄질 경우 투자자들에게 어떤 변화가 생길까.

▶윤 변호사=업권법은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산업을 발전시키거나 지원하기 위한 법을 생각할 수 있고, 또 하나는 참여자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는 산업 자체에 대한 진흥이나 지원을 얘기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나 규모를 따졌을 때, 이걸 그대로 내버려 둔다는 것은 여러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정보불균형이나 잘못된 정보, 반칙을 하는 사람들. 이로 인해 입게 되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는 필요하다. 건전한 시장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중요 사업자들의 진입규제, 사업자들이 지켜야 될 여러가지 영업준칙 이런 것들이 최소한의 범위에서라도 빨리 마련이 되어야 한다. 그 다음에 시장 질서 자체를 건전하게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우선 현실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바로잡고, 그 이후에 가상자산업 발전을 생각해야 한다는 말씀 같다.

▶한 변호사=김병욱 의원실에서 제출한 입법안(가상자산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은 사실 금융상품을 만들 수 있는 기틀이 된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발전에 대한 메시지를 준다는 측면에서 법안 이름에 발전적인 방향성을 담고자 했던 것이다. 그 자체로 금융회사 진입에 발판이 된다기보다, 우선은 가상자산 사업 자체가 공고하게 정화되고 그 다음에 이용자 보호가 이루어지면,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서 향후 발전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측면이 있다. 지금은 금융회사에서 가상자산이 사실상 산업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데, 금융회사에서도 거래소에 투자를 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이 산업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업권법이 생기고 이용자 보호 규정을 만들면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개선될 수 있을까.

▶조 변호사=많은 시장 참여자들이나 변호사들도 드러나지 않는 위법이나 반칙행위들이 공공연하게 벌어져 왔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다. 시세 조종이나 내부자거래 같은 것들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는데 제대로 모니터링 되지 않고, 증권 시장에서의 자본시장법 같은 법이 없었기 때문에 벌어졌던 일들이다. 업권법이 통과된다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상자산 투기 과열 우려가 많은데, 선물투자까지 이어지면 부작용에 대한 이미지가 더 생기지 않을까.

▶윤 변호사=금융위원회도 그렇고 정부는 파생상품에 대해 굉장히 보수적인 접근을 한다. 예를 들어서 비트코인 선물시장을 보자. 선물에는 여러 기능이 있지만 그 중에는 가격 헷지(hedge) 역할도 있다. 미국에서 선물시장 돌아가는 걸 보면, 기관 투자자 같은 메인 플레이어들이 참여 하려면 그런 가격 헷지 방법이 있어야 한다. 제도화된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선물이 갖고 있는 역할이 크다. 파생상품을 좀 더 큰 이익을 얻기 위해 리스크를 감수하는 거라고 단순하게 접근하지 말고, 파생상품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에 따라서 필요한 범위에서 도입할 수 있는 상품은 뭐가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

-정부 규제 평가나 업권법 방향에 대해 어떤 의견을 낼 수 있을까.

▶한 변호사=2018년에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상에서 벤처기업에서 제외되는 종목으로 블록체인 암호자산 교환 업자를 명시해 두었다. 그 법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 거래소들이 벤처기업지정 취소됐다. 벤처기업 특별조치법상 제외 종목을 보면 무도, 유흥주점업, 도박장과 같이 나열이 돼 있다. 그런 시각 자체가 변화돼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조 변호사=규제를 해야 되느냐 말아야 되느냐를 너무 투기의 관점으로만 보는 거 같다. 투기를 막는 건 올바른 규제가 가져올 수 있는 여러 효과 중 하나일 뿐이다. 우리가 규제를 설계할 때는 이 시장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나갈 것이고, 그걸 어떻게 준비하느냐의 관점으로 하는 게 맞다. 그런데 2017년에 이미 제도를 도입했던 국가들, 싱가포르나 스위스, 일본, 홍콩은 그 다음 단계 규제를 준비를 하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이 지금의 모습으로 머무르지 않는다. 앞으로 ‘시큐리티토큰’이 적극적으로 유입되면 현존하는 모든 자산의 유동화가 가상자산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앞으로 디지털 자산 시장이 어떻게 될 거라는 것을 예측을 하고 거기에 대해서 준비하는 규제를 지금부터 만들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릴 우려가 크다. 우리나라 항상 금융허브 만들고 싶어 하지 않나. 금융허브가 되기 위해 제일 중요한 건 규제의 자유화, 그리고 올바른 규제를 도입하는 거다.

▶윤 변호사=사실 블록체인이나 가상자산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의미는 연결성 내지 확장성이다. 어떤 테두리를 벗어나 버리는 거다. 우리는 이미 이런 파장을 경험했다. 대표적인 게 인터넷이다. 처음에 인터넷이 나왔을 때 굳이 인터넷으로 할 거 뭐 있냐, 시스템 안에서 하면 되는 거라는 얘기가 똑같이 나왔다. 인터넷 기업들이 나왔을 때 저 기업이 무슨 가치가 있느냐고 했었다. 인터넷이 기존 틀을 깬 것은 확장성과 연결성 때문이었다. 블록체인은 금융이나, 인터넷 비즈니스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여러가지 가치 이동 방법에 근본적인 변화를 갖고 오는 것이다. 그런데 이점을 생각 못하고 단지 가상자산이 현재 무슨 가치가 있느냐 말하는 건 근시안적인 것이다.

-제도화 논의는 앞으로도 이 시장이 지속될 거라는 걸 전제로 한다. 앞으로도 코인 시장이 지금처럼 유지될까.

▶조 변호사=저는 더 발전할 거라 생각한다. 증권성을 가진 토큰이 발생한다는 건, 현존하는 모든 자산들이 토큰화 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지금 존재하는 가상자산이 아무런 내재가치가 없고 껍데기 뿐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뭘 얘기하는 지는 안다. 당장 도구 자체로서는 가치가 별로 없을지 모르지만 이 도구에 무엇이 담기느냐에 따라 앞으로 디지털 자산시장이 확 달라질 수 있다.

▶윤 변호사=지금 코인 자체가 자산이냐 아니냐에 너무 집착을 하는 것 같다. 사실 코인자체는 그냥 데이터다. 그 자체가 가치가 있는 게 아니라 일종의 매개체다. 현실에 있는 실물자산을 담을 수 있는 거면 그야말로 우리가 생각하는 자산일 수 있는 거고, 유틸리티 토큰처럼 어떤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는 자격을 담으면 권한을 갖는 것이다. 확장성, 연결성으로 지금의 인터넷처럼 여러가지 가치를 담고 왔다갔다 할 도구가 필요한데, 이게 가상자산이다. 젊은 세대는 가상자산을 바라보는 관점이 기성세대와 다르다. 온라인에서 어떻게 가치가 움직이는지를 봤기 때문이다. 이 가상자산은 앞으로도 계속 갈 수밖에 없는 중요한 툴(tool)이 될 수밖에 없다.

▶한 변호사=큰 틀 안에서는 이 자체가 없어지긴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다. 네트워크 효과에 의해서 확장성이 지금까지 생겨난 거고, 그 네트워크가 갑자기 사라지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가상자산이라는 툴을 이용해 증권화하는 것은 그 자체에 편리성이 있기 때문에 채택하는 나라들이 생기고 있고, 그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마치 전자증권이 도입되는 것과 같은 방향성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가상자산 규제 입법이 왜 필요하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

▶조 변호사=업권법을 만드는 게 이상한 코인들이나 다단계, 불법을 옹호하기 위한 게 아니다. 오히려 시장을 건전화 하기 위한 법이다. 그래서 업권법이 만들어지는 걸 ‘와 이제 코인투자를 해도 되는 구나’, 이런 사인으로만 받아들이기 보다 시장의 신뢰가 올라가고 투자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조성 되겠구나 생각해주셨으면 한다. 코인이 수십 퍼센트씩 움직이는 걸 보면 저도 정상적이지 않은 현상이라 생각한다. 피해자들을 막기 위해 어느정도 정부가 적절한 규제를 해야 한다.

▶윤 변호사=약간 악순환이 있다.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을 때 화살이 정부로 간다. 뭐하고 있었느냐고. 그러면 정부가 가상자산에 대한 제도화 시그널을 줬을 때, 그것 때문에 과잉투자를 할까봐 부담스러워서 함부로 발을 못 내딛는 경향이 있다. 내가 느끼기엔 계속 망설이는 것 같다. 충분히 그 고민에 대해 이해하지만, 더 이상 방치하는 건 국가 경제, 사회, 정부 스스로에 있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 변호사=이 시장에서 정보불균형 해소가 가장 중요하다. 산업 자체의 발달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용자가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만큼 투자할 수 있도록 정보불균형 문제를 반드시 해소해야 하는데, 업계 자율적으로 해소되긴 어려운 부분이다. 이런 차원에서 정부에서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정리=좌영길·박상현 기자, 사진=박해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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