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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0분’ 오롯이 채우는 바이올린 선율 “무반주 바흐 전곡 연주는 내 오랜 꿈”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25일부터 대전·서울 등 4회 공연

“바흐는 음악가들에게 매일 함께하는 성경과 같아요. 연주를 위해 연습한다기보다는 삶을 살아가며 자연스럽게 바흐를 연주하는 나를 발견하고 있어요.”

‘바이올린의 성서’로 불리는 바흐의 무반주 전곡. 클라라 주미 강에게 이 곡을 완성하는 것은 ‘오랜 꿈’이었다. “20대 초반부터 꿈꿔왔던 프로젝트였어요.”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34)이 소중히 간직해온 도전을 시작한다. “20대 때엔 섣불리 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쉽사리 도전할 수 없었지만, 30대인 지금 전곡 연주와 녹음을 꼭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겼어요.”

120분 동안 오롯이 무대를 책임지는 바흐의 바이올린 무반주 전곡 연주는 고도의 테크닉과 섬세함을 요구한다. 홀로 무대에 선 연주자의 바이올린 연주 외엔 어떠한 소리의 흐름도 허락하지 않아 무거운 긴장감까지 더해진다. 클라라 주미 강은 지난 2019년 포르투갈 마르바오 페스티벌에서 사흘에 걸쳐 무반주 전곡을 연주했지만, 하루에 연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5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출발해 네 차례(26일 대구 웃는얼굴아트센터· 3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6월 1일 경기아트센터)에 걸쳐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6곡) 도전에 나선다.

자가격리 중 서면으로 만난 주미 강은 “더 이상은 바흐 전곡 연주를 미루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며 연주여행을 멈추고 지난 시간을 되돌아본 것이 바흐를 다시 마주한 계기였다.

“지금 우리가 코로나를 통해 느끼는 외로움과 단절은 모두가 함께 겪고 있는 것이고, 바흐를 연주할 때 필요하면서도 느끼게 되는 감정인 것 같아요. 바흐의 음악이 우리가 겪고 있는 힘든 시기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관객들도 이 시점에 바흐 작품에 더욱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어요.”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3곡)와 파르티타(3곡)는 ‘세상에서ㅁ 가장 어려운 음악’으로 꼽힌다. 체력적, 정신적으로도 부담이 큰 만큼 연주자에겐 늘 도전이자 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는 무대다.

주미 강은 “(바흐 무반주 전곡 연주는) 끝까지 가져가는 집중력이 도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도전은 연습으로 극복하는 방법밖에는 없어요.” 연습에 연습을 더해 무대 위에서 집중할 수 있는 힘을 키우고, 큰 흐름을 가져가기 위해 “세부 악장뿐만 아니라 전체를 한 호흡으로 한 번에 완주하는” 훈련을 이어갔다. 이제는 관객과 만날 준비도 마쳤다.

“일 년 동안 코로나를 함께 겪고 나서 바흐를 들었을 때 그 광활한 음악이 우리 모두에게 개인적인 느낌으로 다가오고 공감이 좀 색다르게 올 것 같아요.”

주미 강은 이번 연주를 시작으로 바흐와 관객의 꾸준한 만남을 기대한다. 그는 “무반주는 악기만 있으면 어디에서든 할 수 있다”며 “찾아가는 음악회로 보육원과 병원에서도 하고 싶고, 최소 한 번 이상은 녹음하고 싶다”고 말했다.

바이올린과 함께 한 시간이 어느덧 30년. 다섯 살에 함부르크 심포니와의 협연 무대로 데뷔한 이후 유수의 콩쿠루를 휩쓸며 세계 무대에서 활동한 주미 강은 “음악은 나의 삶”이라고 말한다. 해마다 “크고 새로운 목표를 세우는 것”이 음악적 동력이었지만, 오래도록 이어진 팬데믹은 그의 음악인생에도 영향을 미쳤다.

“요즘 같은 세상에 새로운 목표를 가진다는 것은 무의미한 마음가짐일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어요. 꿈을 가지는 것과 목표를 가지는 건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해요. 목표는 순간 순간 나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거라면, 꿈은 평생 가지고 가는 거니까요. 음악은 제가 남들과 감정을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에요. 저의 앞으로의 목표는 특별한 목표 없이 그저 음악을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것과 매 순간 음악가로서 끊임없는 발전과 노력을 평생 하는 거예요.”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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