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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 “대선은 데이터전쟁, ‘디지털 무당’ 돼야 정권교체”[인터뷰]
“유권자 바뀌었다…‘내가 대선 4번 치러보니’ 식으론 대선 승리 못해”
“2016년 美 대선, 모두가 힐러리 볼 때 빅데이터는 트럼프 당선 예측”
“지능형 빅데이터 활용한 대선 전략 필요…투명·공정한 시스템 구축”
“70대도 SNS 담당하고 2030은 디지털 네이티브…소통앱 필수적”
국민의힘 최고위원에 도전하는 이영 국민의힘 의원이 24일 의원회관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헤럴드경제=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정윤희·이원율 기자]“아무리 봐도 이렇게 해서는 대선에서 못 이긴다. 선거는 과학이고, 대선은 데이터 전쟁인데 ‘내가 대선 4번 치러보니…’식으로는 안 된다.”

4·7 재보궐선거 승리 이후 야권에서 정권교체의 희망이 피어오르기 시작한 가운데 국민의힘 내에서 현실을 냉철하게 분석하는 발언이 나왔다. 저마다 ‘대선 승리’,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들 사이에서 이례적인 주장이다.

국민의힘 최고위원 경선에 도전하는 이영 의원은 지난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우리가 대선에서 ‘이기자’고는 하는데, 어떻게 이길 것인지 ‘방법’이 없는 이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카이스트에서 암호학을 전공한 이 의원은 21대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7%(21명)에 불과한 기술계통 이공계 출신 국회의원이다. 당내 유일한 ICT 벤처 전문가기도 하다.

출마선언도 색달랐다. 이 의원은 ‘위잉~’ 소리와 함께 기자회견장을 가로질러 온 드론 ‘Mr. 영맨’에게서 출마선언문을 전달 받았다. 일반적으로 준비해온 원고를 읽기만 하는 단조로운 국회 기자회견보다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이날 의원실은 25일 비전발표회를 앞두고 인공지능(AI) 영상을 활용한 발표 준비로 분주한 기색이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에 도전하는 이영 국민의힘 의원이 24일 의원회관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헤럴드경제=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내달 11일 선출되는 새 당대표와 최고위원들은 내년 대선을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큰 책무다. 이 의원이 주장하는 것은 ‘디지털 기반 정치혁신, 데이터 기반 정권교체’다. 지능형 빅데이터 구축해 여론조사 전부터 선거 판세, 구도를 예측하고, 이를 기반으로 공약을 만들어내는 등 보다 체계적인 대선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일례로는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당선 때를 들었다. 그는 “당시 많은 사람들이 힐러리가 당선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구글 검색에서는 트럼프가 압도적이었다”며 “정치권과 달리 IT업계에서는 트럼프 당선을 예측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승리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이 의원은 “대선 승리를 좀 더 예측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데이터’라는 무기가 필요하다”며 “이제는 완전히 데이터 전쟁이다. 데이터에 기반을 둔 집단 지성으로 ‘무당’에 가깝게 예측해야 한다. ‘디지털 무당’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최고위원에 도전하는 이영 국민의힘 의원이 24일 의원회관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헤럴드경제=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그는 투명하고 공정한 당내 시스템 확립과 당원들과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플랫폼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실제 이 의원은 지난해 당 디지털정당위원장을 맡아 온라인 협업플랫폼을 구축해 당 보좌진들을 ‘서류 지옥’에서 벗어나게 한 경험도 있다.

그는 “우리당에는 전통과 문화, 역사가 있지만 정작 직접화, 축적된 자산은 부족하다”며 “당장 의원이 된 후 상임위 공부도 혼자 해야 하는 등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을 했다”고 회상했다. 또, “제가 현역 의원임에도 다음번에 재선을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른다. 공천은 선거가 있을 때 당권을 쥔 분의 기준에 의해 결정된다는 얘기”라며 “저도 이런데 하물며 정치지망생들은 오죽하겠나”고 했다.

정치권이 변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유권자들이 바뀌었다”고도 단언했다. 이 의원은 “우리당 당원 70%가 50대 이상이라고 하는데, 그렇다고 이분들이 무조건 ‘옛날분’이라거나 컴맹인 것은 아니다. 70대 분이신데 SNS 담당이라고 연락 오는 분들도 계신다”며 “더군다나 2030세대는 사실 육체는 현상계, 정신은 사이버 세계에 사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계속 당원용 애플리케이션(앱), 모바일 오피스 그룹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당원과 자유롭게 소통하고 당의 정책 등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고 하는 과정에서 데이터가 쌓이는 것”이라며 “지금은 당원들과의 소통 채널이 문자메시지가 거의 전부다. 비용이 엄청난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효율이 엄청나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에 도전하는 이영 국민의힘 의원이 24일 의원회관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헤럴드경제=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그는 이번 전당대회에 임하는 각오도 ‘벤처 정신’에 비유했다. 이 의원은 “사실 정치 1년생에 지역구 기반도 없는 비례대표다. 거기에 지난 1년간 대내 활동에 주력했지 정치공학적인 대외 인지도 확산을 노리지 않았다”면서도 “이대로 가다간 우리당이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원래 벤처도 ‘모 아니면 도’ 아닌가. 보좌진들과도 당의 개혁이나 여의도 정치가 변화해야 할 것을 전달하는데 최우선 목표를 두자고 했다”고 웃었다.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서는 “외과 수술을 엄청 잘하는 분이 조각까지도 잘하는 것은 아니다. 윤 전 총장의 수사능력과 결기, 정의감은 봤으나 정치가로서의 검증은 아직 되지 않은 상태”라며 “지금은 사과나무 아래서 입을 벌리고 있는 것보다는 조직을 강화하고 디지털, 빅데이터 등 ‘무기’나 ‘도구’를 확보하는 등 우리 스스로 더 발전해야 할 때”라고 했다.

yuni@·y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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