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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략적 모호성’ 벗고 美 주도 질서 ‘호응’...대중관계 안정 ‘관건’ [한미정상회담 향후 과제]
대만해협·쿼드 등 中 민감한 사항 거론
美쪽으로 한발 더 가까이...한미동맹 중시
中 리스크 완화하며 정책기조 유지해야
문재인 대통령의 3박 5일간 방미 일정 중 반도체와 백신 글로벌 공급망 파트너십이라는 양국간 핵심 의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두 장의 사진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방문, 시찰하고 있다. 가운데가 최태원 SK회장이다(위쪽 사진). 이에 앞서 워싱턴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백신 기업 파트너십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왼쪽)와 스테판 반셀 모더나 CEO가 백신 위탁 생산 계약 MOU를 맺었다. [연합]

21일(현지시간) 채택된 한미 정상 공동성명은 문재인 정부가 ‘전략적 모호성’을 벗어던지고 미국 주도의 인도 태평양 질서를 지지했다는 점에서 가장 파격적이다.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미 관계사에 한 획을 긋는 획기적인 정책변화가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한편, 실무 차원에서의 준비작업이나 조정 작업 없이 즉흥적으로 진행돼 파장이 예상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공동성명을 통해 인도 태평양 권역에서 미국 주도의 국제규범과 질서를 지지를 천명한 만큼, 향후 정책 방향을 어떻게 끌고 갈지를 신중하게 설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제 한중협의에서 입장을 번복하거나 부인할 경우 한국은 미국과 중국 양쪽에 이중으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미중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수 있는 시대가 끝난 만큼 정부가 선택을 내렸다면, 원칙을 흐트리지 않는 선에서 정책을 어떻게 추진해나가는 게 외교적 리스크를 완화하는 방법인지 고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낸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는 “공동성명에 WHO개혁을 거론하는 부분에서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조사가 들어가 있는데, 이는 현재 중국과 호주가 갈등하게 된 이슈”라며 정책적 전환이 갖는 중대한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 현안들을 명시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정치적 시프트(shift)”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에서 정책변화라고 인지하지 못해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인식 차는 미국 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등 국제사회의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정의용 외교부장관과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한미 정상 공동성명 발표 후 언론에 “원칙적인 문제에 일반론적인 입장을 밝혔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번 한미 공동성명에는 중국을 명시하지 않았을 뿐, 중국이 가장 민감해 하는 현안들이 모두 반영됐다.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쿼드는 안보현안이라면 인권문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기원 조사, 국제보건기구(WHO) 개혁은 중국의 투명성 및 체제정당성, 미국 주도의 오픈랜(Open-Ran)기술 확산 지지, 핵심기술 수출통제 관련의 중요성 등은 중국 주도의 기술굴기를 견제하는 사안들이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한미 정상 공동성명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입장 전환을 내비치는 조율작업이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미 정상회담 직전 한미 아세안정책대화 당시에도 정부 당국자는 “신남방정책은 중국과도, 미국과도 모두 협력할 수 있다”며 전략적으로 모호한 입장을 유지했다. 지난달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도 양국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내실화’를 명시하며 관계 강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때문에 중국이 점진적으로 압박을 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흥규 아주대학교 미중정책연구소장은 “미일정상회담과 비교해 한국 정부가 다소 완화하려고 한 모습을 보였고, 당장 압박을 가했다가는 반중노선만 강화될 수 있기 때문에 중국도 섣불리 압박을 가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한국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업그레이드 등의 군사적 조치들이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추후 강한 후폭풍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미 동맹을 포괄적 동맹으로 강화시켰다면, 앞으로 어떻게 중국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설정할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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