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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성 DMZ를 품은 마을...예술가들이 만든 ‘아트룸’ [나만 알고 싶은 디자인 스폿 ⑤ 아트호텔 ‘리 메이커’]
1.호텔 입구에 설치된 육효진 작가의 작품, 2021[강원문화재단]
오묘초 작가의 아트룸 Weird tension, 2021[강원문화재단]

분단 한반도 70년을 상징하는 DMZ(비무장지대·demilitarized zone)에 가장 인접한 동해안 최북단 마을에 아트호텔 ‘리 메이커(Re:maker)’가 들어섰다.

이번 아트호텔은 ‘DMZ 문화예술 삼매경’ 사업의 일환으로 강원도 고성군 평화지역 내 유휴공간을 예술과 접목해 새로운 문화예술관광 거점을 조성하기 위해 시작됐다. 강원문화재단은 “이슬라엘 베들레헴에 영국 작가 뱅크시(Banksy)가 세운 ‘벽에 가로막힌 호텔(Walled Off Hotel)’에 이어 세계 두 번째 접경지역 아트호텔”이라고 밝혔다.

총괄 기획은 홍경한 전 강원비엔날레 감독이 맡았다. 지난해 6월 1일 시작한 아트호텔 ‘리 메이커’는 작가를 선정하고, 10월 본격적인 설치에 들어가 반년 만에 완성해 지난 20일 공식 개관했다. 2층짜리 2개 건축물에 8개의 아트룸으로 꾸며진 객실이 있고, 건물 이곳저곳은 현대미술작품이 들어서 작은 미술관으로도 역할한다. 아트룸은 ‘평화’ ‘생태’ ‘미래’를 주제로 총 8개 현대미술작가 팀이 참여했으며, 그 자체로 완성된 작품이다. 호텔 전체 아트프로젝트엔 총 17개 팀이 참여했다.

오묘초 작가는 ‘불편함’을 키워드로 아트룸을 ‘이상한 긴장감(Wired tension)’으로 명했다. 반도임에도 분단 때문에 섬나라처럼 살고 있는 우리 현실을 리얼하게 보여준다. 신예진 작가는 ‘산수설계 홈 프로젝트’를 주제로 생태에 집중한다.

우리가 아는 자연이 아닌 훨씬 더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을 법한 미지의 자연을 상상하며 제작됐다. 스포라_스포라는 경계를 마주하며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갈등과 반목, 조응과 포용을 그린다. 색과 선을 중심으로 하는 추상벽화인 ‘스펙트룸’은 판문점을 기록했던 보도사진가 구와바라 시세이의 사진을 재해석 한 것이다.

이외 실향민이자 허구의 인물인 ‘김 작가’를 통한 현실과의 정서적 왕복을 보여주는 박경 작가의 아트룸 ‘김작가의 방’, 인간과 물고기(육지 및 바다)·새(하늘)·검은색(밤)과 흰색(낮)의 5가지 요소를 모티브로 긴장의 장소 속 사색의 공간을 연출한 스튜디오 페이즈의 작품 ‘테셀레이션(Tessellation)’ 등을 만날 수 있다. 또한 환경에 대한 조형적 해법을 탐구한 옴니버스식 공간을 연출한 류광록의 ‘금속방’, 안락함과 평온함이 깃든 박진흥의 ‘쉼’, 남북의 근원을 전통적 맥락에서 재해석한 채 고향에 대한 실향민들의 그리움을 덧댄 홍지은의 아트룸 ‘조선왕가-again’ 등도 관람객을 맞는다.

아트룸을 나오면 로비와 복도 등 공용공간도 현대미술작품으로 꾸며졌다. 레스토랑과 로비에 각각 설치된 주연 작가의 설치작품 ‘프라모델 DMZ(Plamodel DMZ)’와 안평대군의 꿈 속 도원(桃源)의 광경을 옮긴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나전으로 재구성한 김종량 작가의 ‘신(新) 몽유도원도-나전’은 각각 10m가 넘는 대형작품이다. 디스토피아적 현실과 그 너머에 존재하는 유토피아적 이상향이 대비를 이뤄 눈길을 끈다.

홍경한 예술 감독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임을 상징하는 DMZ는 전세계 마지막 금단의 땅이자, 비극과 희망이 교차하는 장소”라며 “이 호텔은 단순한 숙박시설이 아니라 동란 이후 70년의 역사와 단단한 이념의 장벽 내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과 마주할 수 있는 혼돈의 실험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DMZ 문화예술 삼매경’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강원도, 경기도, 인천광역시가 접경지역의 기존 군사적 이미지를 예술을 통한 평화적 이미지로 전환하고, 문화예술 관광자원으로 구축하기 위한 ‘한반도 생태 평화벨트 광역연계사업’의 일환으로 강원문화재단이 추진하고 있다.

이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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