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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술한 아동보호시스템 현주소 보여준 정인이 사건...“아보전, 공공기관 이관해야”
민간위탁 아보전, 처우 부실 제역할 못해
1곳당 평균 인력 15명...年 이직률 25%
“예산 대폭 확충·공공 이전 운영 급선무”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앞줄 가운데)가 지난 2월 3일 오전 서울 강서경찰서 앞에서 열린 정인이 사건 관련 아동보호전문기관 고발 기자회견에서 해당 기관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정인이 사건’은 허술한 한국의 아동학대 방지 시스템의 문제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다. 특히 정인이 학대 신고를 3차례나 받고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던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의 안일한 대처에 시민들은 공분했다. 아보전은 지방자치단체가 민간기관에 위탁 운영하고 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아보전이 정인이 사건 당시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며 “아보전이 초기에 정인이 사건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면, 죽음을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실이 발표한 지역 아보전별 사례전문위원회 개최 횟수와 심의 건수에 따르면 2019년 서울에서 신고된 아동학대 의심 사례는 총 3264건에 달했지만 아보전이 사례전문위를 진행한 사례는 57건에 불과했다.

사례전문위는 아동학대 의심 사례가 발생했을 때 이를 판단하고 대처 방안을 심의하기 위해 구성된 기구다. 법률·의료·아동 분야 등 각계 전문가가 위원으로 참여한다.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사례전문위는 분기별 1회 이상 개최하도록 돼 있었지만 서울 9개 지역 아보전 중 2019년도에 서면을 포함한 회의를 4회 이상 개최한 곳은 단 두 곳밖에 없었다.

특히 ‘정인이 사건’을 담당한 서울강서아보전의 경우 2018년 아동학대 의심 신고 건수가 406건이었지만 사례전문위 심의는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이마저도 현장 조사가 공공으로 넘어가며 아보전의 사례전문위마저 없어졌다. 지난해 10월 아동복지법이 개정되며 아보전 내 사례전문위 설치 규정이 삭제된 것이다. 이에 따라 아동학대 의심 사례 발생 시 각 시·군·구 지자체 아동학대 관련 부서장과 직원들이 전문가 없이 자체 회의를 통해 사례 판단을 맡아 오고 있다.

아보전은 인력 부족과 열악한 처우가 원인이라는 입장이다. 아보전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아보전의 인력과 처우 문제는 오래 전부터 지적돼 왔다”며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재정 당국에 아보전의 인력과 처우 문제 해결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아보전에 따르면 전국 아보전(68개소)의 인력은 지난해 4월 기준 상담직원 960명, 심리치료전문인력 76명으로 총 1036명이다. 아보전 1개소당 평균 약 15명의 직원이 있는 셈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아보전 상담원의 이직율은 연 25.8%에 달한다. 상당수가 업무 피로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이직을 결정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인이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정부는 뒤늦게 ‘아동학대 대응체계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아동학대 사례에 대해 경찰, 의사, 변호사 등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시·군·구 통합 사례회의’를 통해 학대 판단의 전문성을 재고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에서도 아동학대 예방 총괄 조정 기능을 강화해 ‘아동학대대응팀’을 가족담당관 내에 신설하고, 아동전담공무원을 현재 62명에서 올 상반기까지 72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공 대표는 정부와 지자체의 뒷북 대응에 대해 “허술한 면피 대책만으로는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아동학대 관련 예산을 대폭 늘리는 한편 현재 민간 위탁에 맡기는 아보전을 공공기관으로 이관하고 체계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채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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