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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옻으로 그린 우리 삶의 이야기
학고재갤러리, 채림 개인전

꿈결 같은, 2018, 목판에 옻칠, 삼베, 자개, 진주, 22K 금도금 은, 162x122cm [사진제공=학고재갤러리]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쥬얼리전에 출품작으로 화려하게 전시됐다가, 전시가 끝나면 혹시나 누가 훔쳐갈까 금고속에 갇혀, 자신의 존재를 지워야하는 보석을 보면서 좀 다른 방법으로 관객과 소통하고 싶어" 본격적인 현대미술작가의 길로 들어선 채림(58)작가는 이제 '옻'으로 세계를 창조한다.

작가 채림의 개인전 '채림: 옻, 삶의 한 가운데'가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린다. 2017년 동 갤러리에서 전시 후 만 3년여 만이다. 쥬얼리와 옻을 재료로 한 회화를 연결시켰던 3년전의 작업은 이제 옻칠 회화로 그 무게중심을 이동했다. '옻칠 회화의 본연성과 다양성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작가의 설명처럼 파스텔, 수채화, 유화처럼도 보인다. 자유자재로 재료를 활용하기까지 작가의 실험이 얼마나 방대했을지 짐작케 한다.

어쩌다 옻칠에 빠지게 된 것일까. "옻은 신의 눈물이라는 말이 있다. 옻나무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내보내는 수액이며, 채취할 수 있는 양이 극히 적다. 작업도 마찬가지로 고되다"는 작가는 "옻칠이 '피어나는'순간이 있다. 어두운 색을 띠다가도 적정 온도와 습도를 만나면 피어난다. 우리 삶도 어려움 속에서 치유와 회복을 거치며 옻처럼 피어나길 바라며 작업한다"고 설명한다.

옻은 점성이 강하다. 또한 색이 쉽게 섞이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작가는 뿌연 안개가 낀 듯 경계선이 흐려지며 명암으로 형태를 표현하는 스푸마토 기법을 옻으로 표현한다. 여러가지 색을 아주 얇은 붓으로 찍듯 발라 점묘법처럼 표현하기도 하고, 종이로 만든 오브제 표면에 옻칠을 더해 마감하는 지태칠도 과감하게 작품에 활용한다. "다양한 색이 복잡하게 얽혀 어우러질 것 같지 않지만, 결국에는 저마다의 색을 환하게 드러내며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우리 삶처럼"

작업에서 인생을 읽어내고, 인생에서 작업의 실마리를 찾는 작가에게 일상과 여행은 좋은 소재다. 작품들 속에는 제주의 바다와 여수 통영의 항구, 노을이 내린 평야가 보인다. 한국의 풍경을 담는 프로젝트로 2019년 '아리랑 칸타빌레'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옻칠, 한지, 삼베, 자개 등 전통적 재료가 우리의 추억을 환기한다. 삶의 한 가운데를 통과하는 우리의 이야기다. 6월 13일까지.

vicky@heraldcorp.com

'채림: 옷, 삶의 한가운데' 전시전경 [사진제공=학고재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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