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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H글로벌, ‘삼성DNA’ 밑거름…냉장가전 독자브랜드로 제2도약
10년간 냉장·냉동가전 전문업체로 성장
‘스테닉(STENIQ)’ 브랜드 제빙기 첫 출시
중국산 판치는 시장 ‘국산으로 대체’ 의지
생산설비·노하우 등 삼성전자서 습득
스마트팩토리 구축 생산효율도 극대화
대기업과 원-하청사 아닌 파트너관계 정착




DH글로벌의 삼성전자 비스포크 냉장고 패널 생산 모습. [광주=이상섭 기자]

중소기업, 특히 제조 중소기업의 ‘독자 브랜드’ 업체 변신은 회사의 명운을 건 모험이다. 제품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성공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부터 마케팅과 사후서비스까지, 단순 생산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인력과 자원,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연 매출이 수 천억원씩 되는 중소기업들이 안정적 매출이 보장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사업에 머무르는 이유가 여기 있다.

업력 10년 냉장·냉동가전 전문 생산업체인 DH글로벌(회장 이정권)은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독자 브랜드로 국내·외 시장에서 제2의 도약을 이루겠다는 꿈이다.

DH글로벌은 지난 10년 간 냉동가전 시장에서 내공을 갈고 닦았다. 특히, 글로벌 가전 시장 1위 삼성전자로부터 이식받은 ‘삼성DNA’를 자양분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데 전력을 쏟고 있다.

DH글로벌은 지난 2011년 글로벌 경제위기로 국내 가전 생산업체들의 구조조정이 한창인 와중에 설립됐다. 국내 생산기지들이 해외로 속속 이전하며 생긴 생산설비 공백을 비집고 과감한 투자에 나선 것.

시작은 2013년 당시 위니아만도의 뚜껑식 김치냉장고 OEM 생산을 하면서부터. 이듬해인 2014년에는 삼성전자에서 제품 생산능력을 인정받아 연 12만대 규모의 김치냉장고를 수주하며 외연을 확장했다. 이후 스탠드형 김치냉장고, 빌트인 김치냉장고 등으로 모델 라인업을 늘리며 생산량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2018년과 2019년에는 삼성전자의 명품 가전인 에어드레서, 비스포크 냉장고 생산을 잇달아 수주하며 경쟁력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삼성전자가 생산라인부터 완성된 제품의 검수까지 모든 과정을 세세히 점검해가며 생산능력을 검증했다. DH글로벌은 이를 모두 충족시키며 명실상부한 파트너사로서 입지를 다졌다.

광주광역시 첨단산업단지에 위치한 DH글로벌 본사 전경. [DH글로벌 제공]

DH글로벌은 창사 10주년을 맞는 올해 독자 브랜드화란 기치를 내걸었다. 이달부터 ‘스테닉(STENIQ)’이란 브랜드를 단 첫 제품인 ‘STENIQ 크리스탈 제빙기’로 일반 소비자 대상 B2C시장 공략에 나선다. DH글로벌은 스테닉 제빙기로 국내 제빙기 시장의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중국산을 ‘Made In KOREA’로 채워 나간다는 각오다.

독자 브랜드로 출시되는 첫 제품인 만큼 기술은 물론, 디자인 등 모든 부분에서 심혈을 쏟았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15㎏의 대용량에 자외선(UV) 살균, LED 자동 동작인지 시스템 등을 갖췄다. 주특기인 냉장고 발포기술을 반영해 냉기보존 면에서도 경쟁제품을 능가한다고 자평했다. 소비자들이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도어 등의 색상도 다양하게 구성했다.

DH글로벌 이금찬 영업기획팀장(상무)은 “크리스탈 제빙기는 당사가 더 이상 단순 OEM 생산업체가 아니라는 것을 국내 가전시장에 선포하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10년이 양적인 성장을 추구했다면, 이후로는 질적인 성장을 통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DH글로벌이 이런 비전을 현실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회사는 광주광역시 첨단산업단지 내 2개의 사업장을 갖췄다. 규모는 총 5만9000㎡, 축구장 8개에 달하는 면적이다. 1사업장은 냉장고·김치냉장고·쇼케이스 등 냉장고 완제품 라인, 2사업장은 비스포크 패널 및 에어드레서 등을 전문 생산한다. 냉장고, 에어드레서 등 완제품 기준 연간 최대 생산능력은 100만대에 달한다.

1사업장의 두 개 생산라인은 각각 500m, 300m 길이다. 웬만한 대기업의 가전라인 길이에 버금간다. 또 각 생산공장은 부품의 이동에 따른 물류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가장 최근에 완공된 2사업장의 경우 삼성전자에서 시행하는 통합QA 인증을 거쳤다. 해당 라인에서 삼성전자의 제품을 생산해도 된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직접 라인을 방문해 시운전과 제품 생산과정을 일일이 검수했다.

에어드레서 등 가전 완제품을 생산하는 DH글로벌의 1사업장 내부 전경. [광주=이상섭 기자]

DH글로벌의 또 다른 강점은 냉장고 등 가전제품 생산에 필요한 모든 공정을 자체 해결할 수 있는 수직계열화를 이뤘다는 점. 플라스틱을 다루는 사출, 철판을 가공하는 프레스, 냉장고용 발포 및 자동화 시스템 등을 모두 갖추고 있다.

DH글로벌은 지난해 정부의 스마트팩토리 시범공장 구축 지원사업에 선정되며 내부 생산라인의 시스템 설비 자동화를 끝냈다. 그 결과 총 생산능력은 이전보다 30% 가량 늘었다. 불량률 역시 생산공정 기준 1%를 밑도는 수준으로 향상됐다.

특히, 삼성전자에서 전수받은 노하우와 생산프로세스 구축 경험은 또 다른 경쟁력이 됐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삼성전자에서 OEM 생산을 의뢰했을 당시 해당사업부 임직원들이 DH글로벌과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생산 전반에 대한 논의와 인수인계가 이뤄졌다. 비스포크 냉장고 생산 때도 이같은 과정을 거쳤다. 설비를 갖추고 생산이 시작된 이후에도 수시로 사업장을 방문해 상황을 점검하고 예상치 못한 문제도 공동 대처해 이를 해결한다. 현재는 삼성전자 직원이 DH글로벌의 완제품 검수부문을 모니터링할 정도다.

이 팀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원-하청 관계에서 잡음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삼성전자와 함께 한 지 7년째지만 지금까지 불미스러운 일은 한 건도 없었다”며 “삼성전자에서도 DH글로벌을 광주의 자사 캠퍼스 중 한 곳으로 인식할 정도로 파트너십은 단단하다”고 소개했다.

광주=유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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