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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팬데믹이 남긴 ‘저출산쇼크’ 현실화
中 지난해 출산율 1.3명으로 ‘뚝’
美도 출생아 수 1979년 이래 최저
팬데믹으로 경제·미래 불확실성 커져
출산율 감소 추세 장기화 가능성 높아
작년 4월 유타의 마운틴 아메리카 엑스포 센터에 마련된 임시 치료소의 모습. 아기들을 위한 침대도 함께 마련돼 있다. [AP]

세계가 인구 절벽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전례없는 공중 보건 위기가 가뜩이나 줄어들고 있는 출산율을 더욱 떨어트리는 결과로 이어지면서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임신과 출산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현재로서는 지금의 출산율 감소 추세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당초 유럽과 동아시아 지역 내 일부 선진국의 문제로 여겨졌던 저출산은 이제 세계 1,3위의 인구 대국인 중국과 미국까지 위협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인구는 1200만명으로, 전년(1465만명)대비 약 265만명 가량 감소했다. 1961년 이후 최저치이기도 하다. 2019년 1.7명이었던 합계 출산율도 지난해 1.3명으로 급감했다. 합계 출산율은 가임 여성 1명이 평생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를 가리킨다.

미국의 출산율도 지난해 크게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태어난 신생아 수는 360명으로 전년대비 4% 감소, 지난 1979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임여성 1000명당 출생아 수는 약 56명으로 관련 통계 집계 이래 100여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1년새 출산율이 급격하게 떨어진 것이 팬데믹의 영향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실제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세계 각국이 봉쇄령을 내릴 때까지만해도 오히려 ‘베이비붐’을 예상하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 연말부터 주요 국가에서 출산율 감소가 뚜렷해졌고, 이후 더 많은 전문가가 팬데믹이 출산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이탈리아의 출생아 수는 전년동기대비 21.6%나 급감했다. 12월은 이탈리아가 첫 봉쇄에 돌입한 지 꼭 9개월이 지난 시점이자, 코로나19 확산 이후 임신한 아이들의 출산이 시작될 시점이기도 하다.

프랑스 역시 첫 봉쇄령이 발령된지 9개월 만인 지난 1월 출생아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3% 줄었고, 스페인에서도 지난 12월과 1월동안 태어난 출생아가 전년도기 대비 20%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뉴욕대 랑고네 전염병학자인 로나 소프 국장은 “최근 출산율 감소는 팬데믹과 함께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나타났던 저출산 트렌드의 결합”이라고 설명했다.

출산율은 과거에도 전염병 확산 등 공중보건 위기나 금융위기와 같은 경기 침체가 닥쳤을 때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미국에서는 1929년 대공황 이후 출산율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이 유행한 2003년에는 주요 발병국이었던 홍콩의 출산율이 급감하기도 했다. 위기 속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임신과 출산을 주저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웨슬리대 경제학자인 필립 레빈 교수는 “공중 보건 위기는 사람들의 삶 속에서 엄청난 불확실성을 야기한다”면서 “우리는 지금 위기의 한 가운데 있고, 그것은 사람들이 아이를 가지는 것을 꺼리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출산율이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2021년 미국의 출생아 수가 대유행 이전 예상치보다 30만명 가량 줄어들 것이란 전망을 내놨고, 량젠장(梁建章) 베이징대 경제학 교수는 “중국의 출산율은 앞으로 계속 낮아질 것이며, 세계 최하위가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팬데믹이 기존에 아이를 적게 낳는 경향을 강화시켰을 뿐이며, 이로 인한 인구통계적 충격은 더욱 장기화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레빈 교수는 “위기가 더 오래 지속되고 위기로 인한 손실이 더 깊을수록, 코로나19로 인해 사라진 출생아 중 상당수가 영원히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유행과 봉쇄, 세계적 경기 침체가 복합적으로 저출산을 가속화시켰다”면서 “인구통계학적 영향의 상당 부분은 영구적일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손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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